읍. 교실에서 쫓겨났어요.
2010.11.08 21:47
한달 넘게 주 이틀 고등학교에 가서 물리를 가르쳤는데요. 애들이 이번에 시험 성적이 너무 낮게 나왔다면서 저를 쫓아냈습니다. 방금전 교장한테서 전화가 와서 더이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이만 물러나라고 하네요. 그래도 일주일에 이틀은 꼬박 와달라고 합니다. -_-;
다행히 제 영어의 문제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영어 듣기 힘든 사람이 제 뒤를 이었거든요.
문제의 발단은 원래 담당 교사가 아파서 한학기동안은 가르치기 힘들고, 그래도 학교는 계속 나오고요. 어차피 일주일에 이틀은 그 학교에 가는 제가 있고, 그 다음에 비자격 교사 한명이 더 있었습니다. 각자 자기가 가르치고 싶을 때만 한다고 하니 저는 땜빵식으로 불려나갈 때마다 가르쳤습니다. 시험문제 출제할 때도 이거 내도 되는 문제냐고 몇번을 물어봐도 자기가 가르쳤으니 괜찮을꺼라는 식으로 건성건성 대답받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일이 터지니 그냥 저만 다 몰매를 맞네요.
국제 사립학교라 그런지 애들이랑 안 친해 놓으면 살아남기 힘드네요. 전원이라고 해봤다 8명 밖에 없지만, 그 전원이 교장실에 찾아가서 이번 시험 성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지난번 가르쳤던 그 교사(저)는 뭔말하는 지 모르겠다. 세명 교사들이 자꾸 바뀌어서 싫다. 이렇게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중에 가장 시끄러웠던 애는 지난번 영국으로 일주일이나 놀러갔다와서 수업을 5시간이나 빼먹은 애고, 의외로 그 애가 성적도 가장 잘 나왔는데, 자기 기대치보다는 낮았나 봅니다. 나머지 애들은 그냥 따라온것 같고요.
아무튼, 저도 "동료 교사들에게 실망감을 느낀다."가 시작된것을 보니 학교에 적응해 가는 것 같습니다. 방금 교장 선생님 이야기의 촛점이 제가 주어가 되어서 제가 어떻게 일을 전개해 왔고 그 결과 제가 어떤 평가를 받았다고 결말이 맺어지더라고요. 저는 그 동안 항상 물어봐가며 했고, 대부분 동료 교사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했지만 그런 말은 없더라고요. 이런 평을 받을 때 보여줄 반박 자료들을 충분히 만들어 오지 못했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수업료 비싼 사립고등학교니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주일에 이틀 학교 나가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대신에 더 이상 수업 가르치는 일은 없을겁니다. 부담이 덜해지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
코멘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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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필
11.08 22:17
점점 가르침이란게 힘들어지는 세상이 오는군요...
그런데 마음이 편해지셨다니 조금은....ㅎ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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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08 23:40
토닥토닥. 세상이 그런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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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학교는 그냥 꾸역꾸역 참으면서 댕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학쪽에서 제 평가가 나쁘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괜히 교사 한다고 한것 같아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으면 될것을 말이죠. 어느나라던지 성적이 관여되니까 애들이 핏대를 세우네요. 개네들 나중에 어디가서 취직할 수 있을 지 참 걱정입니다. 이 학교 출신 애들은 (검은)색안경을 쓰고 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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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편한게 쵝오!
에고에고...기운내시길 바랍니다. 가르친다...특히 잘 가르치는 것은 쉬운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지셨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