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stile symbiosis(적대적 공생/적대적 동반자)

2010.11.23 22:11

iris 조회:914 추천:2

부카니스탄이 연평도에 조준 포 사격을 한 것은 이성적으로 그 이유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응 포 사격을 한 것도 당연한 일이며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전쟁은 없어야 하지만 한 쪽이 전쟁을 걸고 싶어 안달이 났다면 그 입을 다물게 해주는 힘을 보여줄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대응에서 조금 문제는 보이지만(대응 사격에 13분이나 걸린 것은 문제입니다. 부카니스탄이 연평도 괴멸을 노리고 무차별 포 사격을 했다면 제대로 된 반격도 불가능한 시간입니다.), 일단 조준 포격을 제대로 하고 부카니스탄에 도발 중단을 요구한 것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부카니스탄이 우리나라 영토에 포를 쐈고 우리나라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를 입었으며, 그 도발에 우리 군이 대응했다'는 사실 이외에 도대체 부카니스탄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 짓을 벌이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씁쓸한 나름대로의 판단이 나옵니다.

 

일단 국가라는 무형적인 존재와 국민이라는 넓은 존재,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국가 지도층이라는 세 분야로 나눠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이번 부카니스탄의 도발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경제 시스템까지 마비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결코 이득을 볼 상황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 역시 국민의 일부인 군인과 민간인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고, 부카니스탄이 뭔 일을 벌일지 모르는 불안함에 삶의 질도 분명히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지도층입니다. 지도층은 이번 도발에서 별 손해를 입은 것이 없습니다. 지도층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것이 없습니다. 그냥 '부자'라면 일시적으로 악화할 투자 환경에 손해도 보겠지만 그것을 초월한 정치계나 재벌가를 기준으로 하면 큰 데미지는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청와대의 정치 사찰, 군 비리와 K 시리즈의 결함 문제, 4대강과 군인/민간인 사망 사건, 일부 재벌가의 비리 문제를 모두 덮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이들 문제를 전부 물타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카니스탄 역시 세 조각으로 살펴보면 마찬가지입니다. 부카니스탄이라는 국가는 국제 사회에서 심심하면 약속이나 어기고 옆나라 공격이나 해대는 배은망덕한 나라로 한번 더 찍히게 되었고 앞으로 외국의 경제 지원을 받기는 한층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부카니스탄 국민(인민) 역시 어려운 경제 사정에 고통만 더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카니스탄의 지도층, 즉 군부의 별들과 노동당의 윗선들은 오히려 이득을 봤습니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리 경제 제재를 하건 어떻게든 외화를 손에 넣어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왔기에 뭔가 더 제재를 한다고 한들 큰 어려움을 겪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위대하신 장군님과 샛별 장군님의 승리~'라고 정신승리를 외치며 정권 세습에 대한 내부 결속을 다지며 그 틈을 타서 세습체제를 납득시킬 시간과 명분을 벌었습니다.

 

대한민국과 부카니스탄은 국가면에서 각각 '코리아 리스크'와 '불량국가'라는 국가 신인도 하락 요인과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각국의 국민 역시 당장 인명과 재산 손실을 입은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물가인상과 얼마 없는 재산을 투자한 것이 코리아 리스크에 따라서 손실을 입을 위험에 빠졌습니다. 부카니스탄 인민은 국제 지원이 끊기며 당장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정치/경제의 최상위층은 오히려 각자의 부정과 위기를 덮고 반전의 기회만 잡았습니다. 이 얼마나 웃긴 이야기입니까?

 

저는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층은 국가 그 자체와 국민을 개인적 또는 이너서클의 이득을 위해 언제든지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극좌/극우를 혐오합니다. 이들이 자신이 속한 단체와 멤버 대다수를 배신해온 행위는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질나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부카니스탄의 도발은 어찌보면 양국의 지도층이 (짰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그러지는 않았을겁니다.) '적대적 공생'을 한 또 하나의 사례로 봅니다. 서로를 비난하고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하며 실제로 서로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공격 행위에 오히려 모두 이득을 보는(그 피해는 각자의 다른 세력이 보는) 지저분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권과 재벌은 부카니스탄의 도발 행위를 늘 위기를 덮고 오히려 그것을 이유로 '단결'을 내세우며 새로운 이득 창출의 기회로 삼아왔습니다. 반대로 부카니스탄 역시 우리나라와 미국, 그밖의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을 정권 강화와 국가 통제의 이유로 삼아왔습니다. 분명히 국가로서는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을 것이었음에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반전의 기회로 삼아왔습니다. 서로를 증오하지만 서로의 도발과 위협이 없으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한 반전의 기회를 쉽게 잡기 어려운 존재. 이러한 존재들이 서로 우리의 위에 있다는 것이 짜증이 나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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