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아침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에 흠집이 났습니다.
2010.11.27 00:44
아침에 경비실에서 이사짐차가 들어온다고 차를 옮겨달라기에 나가는데,
윗층에서 보니 제 차쪽으로 다른 차가 나가면서 살짝 닿은 것 같더군요.
마침 옆에 경비아저씨가 계셔서 그분과 말씀을 나누시는 것 같아, 내려가 보니 차는 가버렸고 경비 아저씨만 계셨습니다.
앞쪽에 쓸린 자국이 있고 (새끼 손가락 길이로...폭도...) 한군데는 좀 깊어 새끼 손톱 절반 정도는 그대로 두면 녹이 낄 것 같더군요.
경비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가해 차량이 자신의 아파트 호수를 알려주고 가셨다고 합니다.
일단 사진은 찍어 놓고, 출근했습니다.(자전거로...)
오전에 가해차량(?) 차주분께서 전화가 와, 아침에는 경황이 없어 연락을 미처 못했다며 어찌 할건지를 저에게 물으시더군요.
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차 사고 첫 사고? 입니다.) 대략 10만원~20만원까지를 받아야 한다며, 무조건 공업사에 가 도색을 하라는 겁니다.
일단 아파트 이웃이기도 하고(거의 볼 기회도 없고, 더구나 옆동...) 해서 저는 문자로 5만원 정도 주시면 싼데 알아서 고치겠노라 답장 보냈습니다.
잠시 후, 경비실에 봉투 맡겨 놓았다고, 퇴근할 때 찾아가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 뭐 그 분은 내 덕에 가볍게 넘겼네... 라고 생각 했습니다.
퇴근후, 경비실에 가 보니 예전부터 인사를 주고 받아 안면이 있는 분이 봉투를 건네주며,
이보다 더한 손상이 있어도 그냥 이웃이라 넘기던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사실... 만약 내가 남에 차에 똑같이 해를 가한다면 그 사람은 훨씬 더 깐깐하게 받아내려고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남이 나에게 각박하게 군다고 나 역시 각박하게 굴면... 저 자신이 변하는 거더군요.
올라와서 와이프에게 말했습니다. 이 돈은 받으면 안되는 돈이라고. 마음이 찝찝(?)해서 받고나도 기분이 개운치 않다고.
내일 밝은데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해 보고, 페인트 붓으로 칠해지면 그냥 돌려드리기로 했습니다. (라고 그분에게도 말씀 드려야죠.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가 와서...라고는 좀 부끄럽습니다.)
이게 잘한건지 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마음이 불편해서 돌려주는 건데...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돌려받고 나서도, 아싸 땡잡았다..라고 하실지... 아니면, 아직 괜찮은 사람도 있구나. 나도 배려하면서 살아야지...라고 하실지...(음 조금 비약은 있네요.)
일단 내일 돌려드릴껍니다. 처음에 전화왔을 때, 쿨하게 "이웃끼리 뭘요"라고 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지금 마음의 결정은 그리 내렸습니다.
저 잘한건가요? 아직 사회를 덜 겪은 건가요... 선배님들의 조언 부탁 드립니다.
잘 모르지만, 그 돈은 받아도 찜찜한 돈이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코멘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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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11.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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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ㅎ
내 맘 편한게 제일이죠. 다른 이들의 의견은 참고만 하시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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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마도 인생의 후배 이겠지만...
손해를 보신건 본인이십니다. 저라면
[ 이보다 더한 손상이 있어도 그냥 이웃이라 넘기던데... 이런 경우는 처음.] <- 이말이 분명 개드립(이표현 별로인가요?)으로 들렸을것 같군요.
일단 손해는 완벽히 복구하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손해를 본건 본인이십니다.
손괘의 자진신고 및 보상은 당연한거고 만약 튀었으면 범죄인거죠.
만약 복구를 하고 남은 돈이 있다면..... 돌려주지마세요. (아마 안남겠지만...)
남의 차 찍어놓고 5만원에 퉁쳤으면 이미 초 땡스 인거죠.
그뒤에 각박하다고 생각되시면
음식이라도 싸가져가면서 [지난번에 도움주셔서 차량 잘 수리 했습니다]정도의 인사를 드리는것이 좋겠네요.
(참고로 전 귤이랑 홍시 좋아해요 응?)
돈이건 선물이건 이미 떠난시점에선 다시 안돌아오는것이 마음이 편안한겁니다.
가해자(?)분이 5만원 돌려받는다고 그닥 유쾌해 하실리도 없고(자진 신고하실 정도의 정직하신 분이라면 당연 더 거부감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돌려드리는 상황의 시나리오 한번 상상해보세요. 과연 돌려드리기는 쉬울까요 ㅡㅡ? 절대
" 아예~ 그럼 돌려 받겠습니다. 알아서 고치신다니 감사하네요~" 이렇게 될리 없잖아요. 분명 끝까지 거절 하실듯.)
여차하면 돈 5만원에 서로 자기 맘 편하겠다는 이기적인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돌려주느니 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것을 베푸는 방법으로
세상의 각박함을 지워나가시는 방법을 선택하시는것이 좋지 않은가 합니다.
하아.. 누가 내 오토바이 카울은 안 깨주려나. 보험처리해서 100만원에 이르는 견적으로 올 카울 교체 해버릴 찬스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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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11.27 01:56
마음이 내키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겠죠.
그런데 그냥 두면 녹이 슬 것으로 예측되는 정도로 긁혔다면 상당히 깊이 긁혔다는 얘긴데... 공업사에서 견적은 받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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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11.27 10:22
만약 저라면..
인사를 하던 분이라거나(눈인사라도), 안면이 있는 분이라면..
그냥 넘겼을듯도 싶습니다. 하지만, 놔두면 녹이 슬만한 흠이라면 좀 고민스럽겠네요.
같은 아파트 살지만, 모르는 분이라면
말씀하셨던 그대로 행동할 것 같습니다. 연락처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놔두면 녹이 슬것 같아 최대한 싸게 처리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리구요.
다시 입장을 바꿔서,
내가 긁은 사람이라면,
연락처 남기고, 상대방이 얼마를 요구했다해서..이보다 더한 손상도 그냥 넘기던데..라는 말은 생각도 못할겁니다.
제 기준으로 보자면 좀 염치가 없는 분입니다.
살면서..염치라는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가끔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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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 있건 없건,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일은 당연하게 보상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최소한의 양식의 문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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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11.27 10:31
저라면 당연히 견적서 뽑아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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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27 10:54
인포넷님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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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인포넷님처럼 했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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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1.27 12:08
차라서 그렇지, 한 대 맞았다고 가정하시면...
"이웃인데 이 정도로 뭘유...괜찮아~~~유~"
역시 이상한데요.
지킬건 지켜야죠. 저라면 견적서...어...찌찌뽕~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배려해준줄도 모르는 개념없는 ㅅX 들은 똥통에 박아넣어야 합니다.
아무일 없었으면, 마음조정님은 시간도, 신경도, 돈도(통신비...정비소까지기름값 혹은 착색도료 사러가는 기름값)...안써도 될 거시기들을 쓰시는 거잖아요. 저 XX 가 미안해 해야하는 것 맞습니다.
(참고로 여의도에도 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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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조정
11.27 17:53
좋은 답글 고맙습니다.
저 역시 그 돈을 가지고 차를 수리 하려 하였으나, 평상시 같으면 그냥 페인트 바르고 '뭐 어때'했을거라서...
매달 조금씩 기부하던 곳에 기부 했습니다. 마음이 편하네요. :)
그리고 가해 차량(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분이 오전에 연락해 주셔서 나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쁜분은 아닌것 같았어욧!
오늘은 퇴근후에 와이프랑 개운하게 코스트코로 직행 해야 겠습니다. (핫도그 소세지 사서 만들어 먹을꺼에요...:) )
송년회 재밌게 하세욥. 복불복 박스 재밌겠네요:)
전 지난달 플스2랑 핸들/악셀/ 아이토이 몽땅 3만원에 넘겨버려 더 이상은 박스에 넣을게 없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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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1.27 23:52
기분 좋은 글이네요. 참 착하시네요. (순수히 좋은 뜻입니다~)
그 마음 끝까지 잘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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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드
11.29 12:22
저는 아파트에서 제가 가해자였을 경우 차주분을 불러서 돈을 드렸습니다.
(그때 경비아저씨가 보고계셨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
작년 겨울엔 어느 분이 내차를 긁었다며 전화하셔서 나가봤더니, 컴파운드로 열심히 문지르고 계시더군요.
뽑은지 딱 한달될때였는데 ㅜㅜ
큰 사고라도 친것처럼 미안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가시라고 했습니다. 나라면 아마 도망갔을거라고 ..
(옆에 어떤 아주머니가 증인처럼 서 있어서 그러셨을지도)
나라면, 저에게 먼저 연락해서 자기가 그랬다며 미안해하시면 돈은 안받을지도 모르겠고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도망가신걸 내가 찾아오면 반.드.시 돈을 받아내겠습니다.
도망가놓고 뭘 이런걸 다 받냐니... 음.
뭔가 아닌거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못되나 봅니다. ㅠㅠ
이 댓글도 괜히 써서 마음 착하게 정리하신 분 들쑤시는건 아닌지.
그리고, 혹시 도색을 하신다면...
재도색 하셨던 적이 없으신 경우 공업사 도색보다는, 덴트샵의 부분도색이 유리합니다.
공업사 도색은 너무 많이 벗겨내고 다시 칠하며, 그것도 제대로 칠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달만에 떨어져나가버려요.
저는 지금차는 절대 아무 공업사에서나 도색 안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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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조정
11.29 12:30
날 좋을 때, 직접 페인트 붓으로 칠하려고 합니다.
이미 아이들 구호금으로 기부해 버렸기도 하구요. :)
제가 사고 냈을 때, 아... 나는 그때 이렇게 했었는데... 라고 생각을 안해야 더 마무리가 깔끔할 것 같네요... :)
당장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돈 몇푼보다.. 맘편한것이 좋은것이겠지요.. ^^
돌려드리면 맘은 편하실꺼라 생각합니다.. 상처를 볼때마다 마음은 아프시겠지만요 ^^;
즐거운 주말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