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침에 경비실에서 이사짐차가 들어온다고 차를 옮겨달라기에 나가는데,

윗층에서 보니 제 차쪽으로 다른 차가 나가면서 살짝 닿은 것 같더군요.

 

마침 옆에 경비아저씨가 계셔서 그분과 말씀을 나누시는 것 같아, 내려가 보니 차는 가버렸고 경비 아저씨만 계셨습니다.

앞쪽에 쓸린 자국이 있고 (새끼 손가락 길이로...폭도...)  한군데는 좀 깊어 새끼 손톱 절반 정도는 그대로 두면 녹이 낄 것 같더군요.

 

경비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가해 차량이 자신의 아파트 호수를 알려주고 가셨다고 합니다.

일단 사진은 찍어 놓고, 출근했습니다.(자전거로...)

 

오전에 가해차량(?) 차주분께서 전화가 와, 아침에는 경황이 없어 연락을 미처 못했다며 어찌 할건지를 저에게 물으시더군요.

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차 사고 첫 사고? 입니다.) 대략 10만원~20만원까지를 받아야 한다며, 무조건 공업사에 가 도색을 하라는 겁니다.

 

일단 아파트 이웃이기도 하고(거의 볼 기회도 없고, 더구나 옆동...) 해서 저는 문자로 5만원 정도 주시면 싼데 알아서 고치겠노라 답장 보냈습니다.

잠시 후, 경비실에 봉투 맡겨 놓았다고, 퇴근할 때 찾아가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 뭐 그 분은 내 덕에 가볍게 넘겼네... 라고 생각 했습니다.

 

퇴근후, 경비실에 가 보니 예전부터 인사를 주고 받아 안면이 있는 분이 봉투를 건네주며,

     이보다 더한 손상이 있어도 그냥 이웃이라 넘기던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사실... 만약 내가 남에 차에 똑같이 해를 가한다면 그 사람은 훨씬 더 깐깐하게 받아내려고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남이 나에게 각박하게 군다고 나 역시 각박하게 굴면... 저 자신이 변하는 거더군요.

올라와서 와이프에게 말했습니다.  이 돈은 받으면 안되는 돈이라고.  마음이 찝찝(?)해서 받고나도 기분이 개운치 않다고.

내일 밝은데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해 보고, 페인트 붓으로 칠해지면 그냥 돌려드리기로 했습니다. (라고 그분에게도 말씀 드려야죠.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가 와서...라고는 좀 부끄럽습니다.)

 

이게 잘한건지 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마음이 불편해서 돌려주는 건데...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돌려받고 나서도, 아싸 땡잡았다..라고 하실지... 아니면, 아직 괜찮은 사람도 있구나. 나도 배려하면서 살아야지...라고 하실지...(음 조금 비약은 있네요.)

 

일단 내일 돌려드릴껍니다.  처음에 전화왔을 때, 쿨하게 "이웃끼리 뭘요"라고 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지금 마음의 결정은 그리 내렸습니다.

 

저 잘한건가요?  아직 사회를 덜 겪은 건가요...  선배님들의 조언 부탁 드립니다.

 잘 모르지만, 그 돈은 받아도 찜찜한 돈이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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