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습니다. 세상 좁네요.
2011.02.18 06:36
안녕하세요. 어떻게 일복이 터져서 고등학교랑 대학교랑 동시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그 고등학교에서는 안해도 되는 자원 교사를 지원했다가 학생들이랑 트러블이 있어서 한동안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죠. 대학교는 이제 막 개강하여 수업이 시작하면서 나름 좋은 반응으로 잘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세상에나, 그 고등학교의 과학 주임이 우리 대학 총장 친척이라네요. 좁아도 이렇게 좋은 세상이 없네요. 그러더니만, 그 과학 주임이 총장에게 입김을 불어넣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문득 제 대학의 상사가 저를 부르더니만, "자네를 믿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주에 갑자기 총장이 전화를 걸어와서 그 한국인 조교수를 그만 내보내야 되지 않나고" 물었답니다. 상사도 놀랐지만, 10개월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은 더 기회를 주자고 대답했답니다. 그리고 저보고 고등학교 가서도 부디 조심하라고 하네요.
한국식으로 '그래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 라고 혼자 조용히 삯히는 순간 그냥 짤리는 것 같습니다. 항상 주변 살피고 외부 세력(?)을 내편으로 만들 대비책들을 마련해 놓고 살아야 하나 봅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 저희 대학에 거의 노교수 나이쯤이 되어가도록 시간강사를 하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 서울대 졸업하시고 정말로 똑똑하시고 수리물리의 귀재이셨는데요. (그 어렵다는 물리랑 수학를 합친 수리물리 -_-;;) 주변에서는 학자의 별로 안좋은 케이스로 그 분을 말하더라고요. 오직 공부만 해서는 안 되고 자기 앞가림을 잘해야 한다고요.
오늘 버럭 하려다가 갑자기 10년전 그분 모습이 떠올라서 꾹 참고, 그 고등학교의 과학주임에게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절대로 마음에 안 들지만, 싹싹 빌면서 "부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면담의 기회를 주세요." 라는 식으로 썼네요.
이 바닥이 이렇게 주변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줄 몰랐어요. ㅠ_ㅠ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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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런데 또 그 총장이 저를 학회에서 보고 오라고 한거라서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의 훅하고 흔들리는 마음 가짐 덕에 제가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같고요. 이 이야기를 주변동료에 하니까 애이 설마 이 대학의 전 교직원이 수도없이 많은데 저 하나만을 지적하고 총장이 전화를 했겠냐며 안 믿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세상이 더 좁게 느껴져요.
그리고 재미있는것은 학교에서 배운 게 무너지는 것을 전 학교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답글 감사드립니다. -
왕초보
02.18 08:22
세상은 요지경.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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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건 치사한 일이 많군요.
그 고등학교 과학주임이라는 분, 나이는 총장보다 안 많아도(윗글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총장에게 영향력 있는 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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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8 10:01
예를 들면 총장 처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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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02.18 10:06
어디나 비슷 하군요..
역시 사람 사는 세상 별반 차이는 없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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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02.18 10:41
사람이 2명이상 모이면 정치판이 된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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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8 13:33
원숭이 사회도 마찬가지라더라구요.
정치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지요.
바나나를 좋아해 나무에 올라가 따는 원숭이,
그 원숭이가 따오면 뺏는 원숭이,
빼앗은 것을 도로 빼앗아 먹는 원숭이,
그런 원숭이들을 앞에 놓고 원래 원숭이에게 찾아주면서 같이 먹는 원숭이....
다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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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원숭이 사회 예도 가슴이 많이 와 닿습니다.
달리보면 제 이력이 고등학교에 나가는 것은 꼭 필요해서요. 어떻게 해서든 문제만 안 나게 앞으로 정말로 눈치 잘 보면서 방학빼고 11개월 잘 다녀야 겠네요. 그때 가서 일이겠지만, 다른 나라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원숭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겠어요.
그 총장이 문제가 있네요. 그런 입김에 영향이나 받고....... 자기하는 일에 친척에 그리 휩쓸려서야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지....
어디나 정치가 존재하지만, 이런 현실과 학교에서 배운 것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아무튼,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