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안녕하세요. 어떻게 일복이 터져서 고등학교랑 대학교랑 동시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그 고등학교에서는 안해도 되는 자원 교사를 지원했다가 학생들이랑 트러블이 있어서 한동안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죠. 대학교는 이제 막 개강하여 수업이 시작하면서 나름 좋은 반응으로 잘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세상에나, 그 고등학교의 과학 주임이 우리 대학 총장 친척이라네요. 좁아도 이렇게 좋은 세상이 없네요. 그러더니만, 그 과학 주임이 총장에게 입김을 불어넣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문득 제 대학의 상사가 저를 부르더니만, "자네를 믿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주에 갑자기 총장이 전화를 걸어와서 그 한국인 조교수를 그만 내보내야 되지 않나고" 물었답니다. 상사도 놀랐지만, 10개월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은 더 기회를 주자고 대답했답니다. 그리고 저보고 고등학교 가서도 부디 조심하라고 하네요.


한국식으로 '그래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 라고 혼자 조용히 삯히는 순간 그냥 짤리는 것 같습니다. 항상 주변 살피고 외부 세력(?)을 내편으로 만들 대비책들을 마련해 놓고 살아야 하나 봅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 저희 대학에 거의 노교수 나이쯤이 되어가도록 시간강사를 하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 서울대 졸업하시고 정말로 똑똑하시고 수리물리의 귀재이셨는데요. (그 어렵다는 물리랑 수학를 합친 수리물리 -_-;;) 주변에서는 학자의 별로 안좋은 케이스로 그 분을 말하더라고요. 오직 공부만 해서는 안 되고 자기 앞가림을 잘해야 한다고요.


오늘 버럭 하려다가 갑자기 10년전 그분 모습이 떠올라서 꾹 참고, 그 고등학교의 과학주임에게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절대로 마음에 안 들지만, 싹싹 빌면서 "부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면담의 기회를 주세요." 라는 식으로 썼네요.


이 바닥이 이렇게 주변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줄 몰랐어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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