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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들과의 한판승부

2011.05.18 10:01

Fates 조회:1287

아들과의 기싸움의 전형적인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어제 밤에 일어난 일 입니다.

 

- 집에서 저녁식사 중. 반찬은 어른들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럭저럭 괜춘한 메뉴로 구성됨(된장찌게, 고등어, 잡곡(오곡)현미밥, 김치, 멸치...).

 

- 밥 먹자는데 아들은 계속 딴청. 거실에 있는 칠판에 그림 그리고 있음.

 

- 엄마가 몇차례 소리를 지르니 억지로 식탁에 앉음. 먹는 폼을 보니 영 맛 없어 하는 눈치임.

 

** 참고로 밥 문제로 부모 속 많이 썩임. 아무래도 자극적인 과자류를 접하다 보니 발생한 사태인 듯 함. 그 맛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성향을 꺾는 것은 부모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임.

 

- 어쨌든 두세숟가락 억지로 구겨 넣고 딴청 피우며 먹음. 먹으면서 '아빠, 밥 다 먹고 나랑 놀이터 가서 놀자' 라고 함. 그래서 나는 '그래, 밥 다 먹으면 그때 나가서 놀자. 그런데 밥 다 안먹으면 안 놀꺼야'라고 함. 그랬더니 아들 동의. 일단 밥을 다 먹게 하는 동기를 제공하였고, 만약 약속을 어기다면 그것은 아들의 책임이니 약속의 개념을 가르치기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함.

 

- 그런데 느닷없이 바나나가 먹고싶다고 함.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는데 지속적으로 바나나가 먹고싶다고 조름(참고로 식탁 위에 바나나가 있었음)

 

- 그래서 다시 협상을 시도. '바나나 다 먹고 밥도 다 먹으면 아빠가 놀이터 가서 놀아줄께....바나나만 먹고 밥은 안먹었는데 놀이터 가자고 하면 그 땐 같이 안 놀꺼야'라고 했더니, 아들 흔쾌히는 아니지만 일단 동의. 새끼손가락 걸고 도장까지 찍음.

 

** 사실 바나나 먹고 밥도 다 안 먹을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 그럼에도 이런 약속을 한 이유는 약속의 개념을 이번 기회에 학습시키고자 하는 의도 때문임.

 

- 역시나 바나나 다 먹고 밥 먹는걸 힘겨워 함. 겨우겨우 서너숟가락 구겨 넣더니 마지막 한 숟가락에서 포기.

 

- 아빠한테 오더니 밥 다 먹었다고 거짓말 함. 그래서 아빠가 확인해야겠다며 식판 가져오라고 했더니 그럴 수 없다고 함.

 

- 엄마보고 식판 가져오라고 했더니 역시 한 숟가락 남아 있음. 그럼에도 아이는 놀이터 가겠다고 함.

 

- 내가 '분명히 아빠랑 약속 했는데 약속을 어겼네...새끼손라락도 걸었는데 말이지. 약속도 어기고 거짓말도 하고..아빤 실망이야' 라고 함.

 

- 내 말을 이해했는지 못했는지..그냥 놀이터 가겠다고 떼만 씀. '놀이터 가자'라는 말을 한 50번 정도 함. 급기야는 울음을 터뜨림 ㅡㅡ;;;;

 

- 나는 절대 갈 수 없다고, 그 이유는 네가 약속을 어기면 앞으로 너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어 아빠가 실망 할 것 같다고 말 함. 내가 말 할때는 귀담아 듣는 것 같다가도, 결국 하는 말은 '놀이터 가자' 임.

 

- 그렇게 한 10분 정도 떼를 씀. 이쯤 되면 거의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

 

- 아내는 그냥 놀이터 갔다오라고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 했을 때 같은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큼. 절대로 안됨.

 

- 울고불며 떼 쓰는 아이에게 결국 무너지고 맘. 그러나 놀이터를 갈 수는 없고, 대신 제3의 장소를 택함. 왜냐하면 내가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될 수는 없으므로. 따라서 '아빠도 놀이터를 가고 싶지만, 네가 약속을 어겼으니 놀이터는 갈 수 없음. 그러니 놀이터 가는 대신 옥상에 가겠음'이라고 했더니 아들, 입이 쫙 찢어지면서 좋다고 함 ㅡㅡ;;;;

 

- 옥상에서 비눗방울놀이 좀 하고, 달리기 시합 두번 하고(내가 져 줌) 내려옴.

 

어떻습니까?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네요.

 

- 첫째, 인스턴트 음식의 폐해

 

- 둘째, 아이와의 협상시 부모의 역할

 

인스턴트 음식은 제가 통제할 범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 정도 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이 먹어 아이가 비만이 된 상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식사시간에 문제가 되고 있으니 고민이네요. 부모의 지도나 아빠의 권위(혹은 윽박지름)를 무력하게 하니,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협상(혹은 대화)시 부모의 역할이라는게 참 어렵습니다. 아이의 자존심을 지키며 부모의 역할을 사수 한다는게 보통 어려운게 아니에요. 특히 고집불통식으로 울고불며 떼 쓸땐 정말 뚜껑이 열릴 것 같아요. 위의 사례에서 100점짜리는 '바나나먹고 밥 먹은 후 놀이터 가기' 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100점은 달성되지 않습니다. 90점 짜리는 '바나나 먹고, 밥 안먹고, 놀이터 안 가기'에서 마무리 되는 것인데, 문제는 놀이터를 가겠다고 주장하는겁니다. 결국 저는 한 50점짜리 답을 택했네요. 바나나 먹고, 밥 안먹고, 놀이터 대신 다른데 가기. ㅡㅡ;;

 

어떻습니까? 조언좀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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