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모든 것은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2011.10.17 12:02

노랑잠수함 조회:852 추천:4

제가 2년 전에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레너드 쉘레인의 "지나 사피엔스 - 자연의 선택" 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진화, 인간, 철학, 종교 등등...

그 모든 것의 시발점은 인간, 그것도 여자에 있다는 주장을 하는 책입니다.

지은이는 미국 의과대학교수입니다. 남자이고요.

남자가 쓴 여자에 대한 연구결과라고 보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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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30일인 이유는 여자때문입니다.

여성의 생리주기가 달의 주기와 일치하죠. 대략 28일 전후...

생리가 없는 남자는 알 수 없지만, 생리를 하는 여자는 달의 모양과 자신의 생리주기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걸 알아챕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주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한달이 대강 열 두번쯤 반복되면 같은 계절이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고, 그렇게 일년이라는 주기를 알아챕니다.

 

또한 인간만이 유일하게 사냥을 한 동물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지 않고 보금자리로 가져가는 포유류라고 하네요. 다른 동물들은 사냥을 하면 그 자리에서 일단 먹어치우고, 그 후 딸린 식구들이 슬금슬금 다가가서 남은 걸 먹는답니다.

인간은 사냥을 한 남자보다 그의 가족들이 먼저 먹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하더군요.

남자가 사냥을 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후손을 낳을 여자에게 부족한 철분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랍니다. 생리가 생각보다 여성의 혈액속 철분을 많이 빼앗아 간다더군요.

여성은 자신과 후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성을 사냥터로 내모는 거죠. ㅋ

여기에서 종교도, 철학도, 사회라는 이름의 집단도 생겨나게 되었답니다.^^

지금까지는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었습니다.

 

이 책에 인간과 다른 동물을 가르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언어입니다.

다른 동물들도 기본적인 수준의 언어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돌고래는 유치원생 수준의 뇌능력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어휘가 있다고 하네요. 원숭이처럼 그냥 꺅꺅 거리는 동물도 위험의 종류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답니다.

그럼 인간의 언어는 단순히 표현 능력만 뛰어난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사실 인간의 언어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특징을 갖습니다. 바로 "만약 ~ 하다면 ; If ~ then"으로 표현되는 가정법입니다.

지구상의 어떤 동물도 자신이 현재 겪는 상황이 아닌 것을 말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즉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이야기할 수 있다네요.

그리고 그런 가정법은 인간사회를 발전시켰답니다.

이런식이죠.

사냥을 해서 먹잇감을 앞에 두고 "아내에게 가져다 주어서 먹게 해야 내 새끼를 잘 낳을텐데..."라는 가정은 고기를 집으로 가져게가 하고, 아무리 배가 불러도 조금만 있으면 다시 배가 고파질 것이라는 가정은 음식을 저장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만약 몸이 아프다면? 은 의학을 발전시켰고...

만약 늙어서 개고생할 때, 자식새끼들도 날 돌보지 않는다면? 은 보험업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지금보다 더 편하게 잘 수 있고, 잘 때 다른 맹수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은 집, 즉 건축업을 발전시키죠.

 

그럼 이런 상상의 정점은 무엇일까요?

돈으로 대변되는 금융산업입니다.

사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 돈으로 무언가와 교환할 수 있다는 공동의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때문에 돈은 가치를 갖게 됩니다.

무인도에 가서 1조쯤 있다고 한들 절대 써먹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돈이 얼마나 허약한 약속 위에서 군림하는지 알 수 있죠.

 

우리가 법을 만들어서 지키는 것도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고...

살인이 죄가 되는 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서라기 보다는 그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슬픔과 고통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더불어 "만약 누군가 나를 죽인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한 안전장치로 살인죄를 모든 인간이 인정하는 겁니다. 또한 이 부분은 본능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지구 상의 그 어느 동물도 자신과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을 죽이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들, 가치있다고 평가하는 것들, 또는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이 "만일 ~ 하다면"이라는 가정법 위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타인의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만일 내가 저렇게 되었다면..."이라는 가정때문에 감정이 이입되는 거죠.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가정 따위는 절대 쓰지 않고 살면 될까요?

불행하게도 인간은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가정법을 쓰지 않는 인간은 무늬만 인간일 뿐 절대 인간일 수 없으니까 말이죠.

 

심지어 우리는 말도 통하지 않는 개, 고양이, 뱀, 심지어 달팽이마저도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과 감정교류를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감정교류를 한다고 말할까요?

감정교류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겁니다.

 

그런 인간이니 가정법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남은 건 상상을 훈련하는 일입니다.

나에게 아픔, 슬픔, 괴로움을 주는 가정법을 버리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나에게 기쁨, 행복, 즐거움을 주는 가정법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조혜련의 미래일기가 관심을 끄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입니다. 인간의 상상은 언젠가는 현실이 됩니다.

날고 싶다는 상상, 즉 "만약 내가 새처럼 날 수 있다면..."이라는 인류의 상상은 드디어 라이트형제에 의해 현실이 되었습니다.

"만약 깜깜한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밝힐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이 에디슨을 만나 백열등이라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운명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에 전 지구촌 사람들이 열망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는 절대 물건을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파는 물건은 보이는 그대로의 물건이 아니라 인간의 꿈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아이폰은 전혀 새로운 제품이 아닙니다.

기존에 있던 전화기, 휴대용 음악재생기, 정보통신기기 이 셋을 하나로 엮어서 구현한 것이 바로 아이폰입니다.

그 아이폰의 등장은 애플이라는 다 쓰러져가던 켬퓨터 기업을 일약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갖고 있는 회사로, UFO를 닮은 거대한 사옥을 짓는 황당한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몇 년 전 이혼을 경험하고 한동안 좌절했었고, 솔직히 지금도 그 후유증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통장은 간당대고, 지갑은 먼지가 폴폴댑니다.

일때문에라도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자동차는 이곳저곳 녹이 슬고 페인트도 벗겨져서 말 그대로 고물입니다.

참 힘들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었습니다.

 

금년 봄...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가정법은 인간의 삶을 바꾸었고, 우리는 가정법을 통해 발전한다.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은 바로 이 가정법에 있다."

앞서 소개해드린 바로 그 책입니다.

그 후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던 가정법에 대한 생각...

거의 반 년 가까이 생각해보고, 고민하고, 짬짬이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했습니다.

 

요즘...

조금씩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변한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통장은 비어있고, 지갑은 먼지가 날리며 자동차도 바꾸지 못했고, 이혼한 사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 다른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가 바꾼다고 말하는 그 생각들이 모조리 다 "긍정적인 가정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힘들고, 슬프고, 지치고, 아픈...

눈물이 흐르고, 가슴 속에서는 열불이 솟고,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심지어 이혼한 직후에 대해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전문가에게 문의를 하니 뭐라더라? 선택적(자발적?) 기억상실증?? 뭐 그런 비슷한 말이었더군요.

스스로 감당 못할 만큼 힘들 때,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일부 기억을 가둬둔다는군요.

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서 이혼 직후부터 대략 1년 반 정도의 기간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스스로 망각으로 몰아갔다는 말이겠죠.

 

아마...

제가 겪었던 그 아픔들 덕분에 "가정법, 상상"에 대한 고민을 반 년 넘게 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왕이면 긍정적인 가정, 행복한 상상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이 글을 읽으시는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을 맞이할 수 있기를...^^

 

노랑잠수함

 

(이 글은 어젯밤, 제가 종종 들르는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맘에 들어서 블로그에 다시 올리고, 지금 또 제가 젤로 좋아라~ 하는 KPUG에도 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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