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생명연장과 삶의 질... 친척간의 논쟁..

2010.02.22 09:17

백군 조회:112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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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본가에 내려갔습니다....  원래 가기로 했던거긴 한데 좀 일찍....

 

이제 90을 바라보시는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왔거든요

 

이미 병석에 누우신지 몇년이 지났고.. 가망도 희망도 없어보이긴 합니다.

 

양쪽팔에는 그저 뼈와 가죽만 남아있으시고.. 팔과 손에 링거를 너무 꽂아서 발에 링거를 연결해야 하는 상황

 

노환이라는 명목으로 병원에 들어가셔서 의사진단상으로는 "파킨슨병" 이라며 이것저것 치료를 시도하던데

 

솔직히 병원에서 자기 배 불리기 위한 치료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할 정도 입니다.

 

 

 

어린시절에 제가 본가에서 꽤 오래 컸어요.  충남 논산인데......

 

그 때 할아버지는 참 강인하시고 괄괄하시며 무슨 일이 있어도 쓰러지지 않으시던 분이셨는데

 

집안에 안좋은일들이 몇개  생기면서 얻으신 마음병이 풍으로 이어지더니..

 

몇년전부터는 거동이 힘들어 지셨습니다.

 

작년부터는 스스로 음식물 섭취가 안되셔서 코에 호스연결했고 가래제거 때문에 목에 구멍 뚫고....

 

이제는 스스로 눈을 뜨시는것도 안되고 조만간 자력으로 호흡하시는 것도 힘들어 진다는군요.

 

하지만 가서 뵐때마다 느끼는건데 할아버지는 의식이 있으셔요 눈으로 밖에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눈에 분노와 아쉬움, 고통, 짜증 ,슬픔등이 표현되는걸 계속 느끼고 있답니다.

 

 

 

너무 오래 누워계셔서 등에는 욕창이 생겨 뼈가 다 드러나고 못드셔서 온몸은 뼈만 남았고

 

다리과 팔에는 뼈를 덮은 가죽만 남았으며 못움직이셔서 온몸의 근육도 다 굳어버렸습니다.''

 

꽉 쥐고 계시는 주먹을 펴는 것 조차 저 혼자 힘으로 힘들정도로 굳어있더군요.

 

 

집에 할머니를 비롯한 일가친척과 대전 작은집 식구들도 모여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 저희 아버지를 비롯한 50대 이상의 당숙들과 작은아버지는 아직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입장..

 

비교적 젊은축인 40대의 분들은 이제 가망이 없으니 집으로 모셔서 보내드려야 하는거 아니냐는 의견...

 

삶의 질이 떨어지는거 아니냐, 존엄성을 지켜드려야 한다라는 입장이라 이해가 되긴 하지만

 

집으로 모신다는건 돌아가시는거니까요... 먹는건 둘째 치더라도 가래제거가 안되면 기도를 막는다던가?

 

갑론을박이 새벽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을 일으켜 세우신 분이니까요... 

 

시골촌구석에서 죽어라 일하시며 아들들 다 명문대에 보내시고... 못난 손자앞으로 적금까지 넣어주시던....

 

물론 아버지는 정말 공부를 잘하셨지만 장학금 혜택때문에 한단계 낮춰서 지원을 하셨습니다.

 

한양대 공대로 가셔서 공부를 하시며 서울에서 동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계속 일을 하셨죠.

 

기억은 안나지만 2평짜리 방 두개 세 얻어 사시며 엄마와 저 아버지가 방 하나 쓰고

 

작은아버지 둘과 고모 둘한테 방 하나 내주시고...작은아버지 중에 한명은 제가 중학교 될 때 까지 집에 데리고 있었어요.

 

둘째 작은아버지는 집안의 자랑이었죠. 서울대를 전액장학금으로 4년동안 다니셨으니까요.... 

 

그런데 그 자랑스러운 아들이 주식과 사기에 시달리며 가산 살짝 탕진하기 시작하시면서 술이 느셨습니다.

 

이야기 하다 들은건데 아버지도 꽤나 많이 도와주셨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랑 싸우기도 많이 싸우셨고...

 

첫째 작은아버지는 할머니 장애인명의로 가스차 뽑아서 신나게 몰고다니면서

 

할아버지 명의로는 아파트를 계약해놨는데... 이것도 도마에 올랐었습니다.

 

차를 뽑았기 때문에 정부보조금이 안나오고... 할아버지는 1가구 2주택이라 보조금이 안나오고...

 

그러면서 용돈이라고는 한달에 20만원 보내주는게 전부.....  둘 다 그다지 도움은 안되더군요

 

자기얼굴에 침뱉는 행동이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왕래도 없고 명절에나 이따금 보는 얼굴이라 그다지.....

 

 

 

어쨋든 그런 동생들한테 말 한마디 안하시고 묵묵히 자신을 헌신해 집안일을 해오신 아버지가 대단하신거죠...

 

이제 그 동생들은 한달에 부담해야되는 병원비를 아끼려고 할아버지는 집으로 모시자고 하고

 

아버지는 그래도 당신의 "아버지"를 지키고자 끝까지 매달리고 계십니다.

 

한달에 50만원식 세집이 부담하고 있거든요.  확실히 적은 금액은 아니죠... 아주 큰 금액이지만,,

 

저라도 포기하지는 못할거 같아요. 특히나 할아버지는 아버지께 너무 큰존재이시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되죠..

 

아까 얌체짓했던 첫째 작은아버지는 처음 2년동안 병원비 대는 명목으로 할아버지 명의의 땅을

 

엄청나게 삼키고 있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 명의로 남아있는게 거의 없다고... 

 

당시에는 집안사정이 안좋아서 저희 아버지도 아들노릇 하기 힘들때라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이래저래 재주는 곰이 구르고 뭐는 조련사가 챙겨가는 형국인거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

 

 

 

 

많은 어른들이 논의를 계속하다가 저한테 마이크가 돌아왔습니다.

 

장손이며 종손인 제 입장도 중요하니 들어봐야 된다고....  전 그냥 밖으로 나와버렸죠.

 

편가르기에 제가 기름붓는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나중에 어른들 다 집으로 가시고 시골집에 아버지와 저와 할머니 , 큰고모부 넷이 남아서

 

할머니 주무시고 남은 세명이 10리터 말통을 놓고 술을 먹었는데...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내가 만약에너희 할아버지처럼 되면 넌 괜히 시간이랑 돈 들이지 말고

 

그냥 고생안하고 편히가게 집으로 모시라고....

 

 

 

그런일은 없기를 바래야죠.....

 

 

2월 마지막주를 시작하는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습니다....

 

부디 다른 회원님들께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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