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촌 형님은 뮤지컬 배우 김일권입니다.

그 분이 어떤 역을 하셨죠? 뮤지컬 터널의 꼴통역을 했었습니다. 갸웃갸웃

고고비치라는 뮤지컬에서는 아인슈타인역을 했습니다. 그래도 갸웃갸웃

그럼 뮤지컬 그리스에서 유진역을 맡았었는데…. 아…. 그… 그래도….잘….

음… 그럼 뮤지컬 라이온킹에서 티몬역을 맡았었습니다… 아… 그 분…. 웃기신 분…. 예 그 분 맞습니다.

형은 어릴 적부터 참 유별난 사람이었습니다. 형이 늘 이야기하듯 딴따라 기질이 있어 잠시도 가만히 있는 적이 없었습니다. 라디오를 틀어도 저절로 나오는 춤이며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구성지게 불러 제끼던 트로트하며… 가끔 형과 함께 다니는게 창피할 정도로 형은 유독 튀는 사람이었습니다. 큰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큰어머니께서 일을 하시면서 형과 사촌여동생을 키우셨는데 늘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형은 큰 어려움을 맞이했습니다. 형을 못살게 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형은 괴롭힘을 당하는 대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일찍부터 무대에 서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유달리 실력보다는 학력과 출신학교를 따지는 우리나라 연예계 풍토상에서는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형은 인내하고 또 인내했습니다. 오랜 무명배우의 시절을 지나 2005년이었던가요 형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일본 극단 “시키”라는 곳에서 라이온킹 오디션을 본다고 했습니다. 형의 특유의 열정과 인내로 결국 오디션에 합격했고 한국어판 라이온킹의 티몬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었고 인기도 얻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 뉴욕에서 라이온킹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티몬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되었지요. 티몬이 웃겨야 극이 살아난다는 것을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형의 웃음뒤에는 눈물과 땀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연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도 했지만 자기 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시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