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보헤미안 방문 ^ ^
2012.01.09 22:41
언제부터인가 사무실에 가 있는 동안 커피를 꽤 많이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4잔 이상 마시더군요. 믹스커피..달달합니다. 맛있지요.
그런데 마시고 나면..뭔가..몸안에 나쁜게 들어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커피 자체를 줄일려고 노력해보다가..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이왕 먹는거 좋은거..몸에 덜 나쁜거 먹자..라는 생각에 찾아보다가,
커피 드립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서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오면, 거의 하루 종일 홀짝 홀짝 마십니다.
막드립이라..그냥 되는데로 막 내리지만,
나름 관심가는 분야라 이것저것 주워듣기 시작했습니다.
1서3박..이라는 1세대 커피 명인 이야기도 듣고.. 나름 자주 먹는 원두 몇개는 맛이 구분이 가더군요.
항상 궁금했습니다. 전문가가 내린 커피는 어떨까?
머신에서 내려서 만드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핸드드립 커피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주말에 강릉과 속초 주변을 가족들과 다녀와습니다.
거의 즉흥여행이라 마땅히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문득 생각이 나서 오색약수터 근방에 숙소를 잡고 강릉으로 날랐습니다.
고속도로 빠져나와서 보헤미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로 꺽자마자..앗..이거 잘못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네비게이션을 봤지만, 분명 여기입니다. 반신반의하면서 따라가보니, 사진에서 보던 커피집이 보입니다.
그만큼 커피집이 있을만한 곳이 아닌 외진곳에 있습니다.
탄자니아와 코스타리카를 시켜서 집사람이랑 나눠 마셨습니다. 5살 아들은 토스트 세트.
사실 처음 한모금을 마시고..실망했습니다.
듣던대로 강배전이었던 것 같았고..뭐랄까..
너무 진하고..탁하기까지 한 맛이었습니다.
집사람이랑 눈을 마주치며..한모금..또 한모금 먹는데..
와.. 달라집니다.
첫맛이 좀 탁한 느낌이었다면, 뒷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사실 저 커피 모릅니다. 맛도 잘 못 느끼고..막 드립해서 아무렇게나 마십니다만.
바디감..이라고 하는거 처음 느낀것 같습니다. 기품있는 귀부인의 느낌? 약간 무거우면서도 깔끔한..고전영화속의 귀족부인느낌..
이런 느낌을 떠듬떠듬 집사람에게 이야기하니까...비웃더군요..-.,-
하여튼. 명인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그냥 마시면서..와...와...와...
잘 왔다..싶더군요.
계산하고 나오면서 박이추선생님이 드립하는 모습을 봤는데,
전 커피 내리면서..동글동글 돌리면서 커피벽이 무너지지 않게, 물이 여과지에 직접 닿지 않는것이 상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분은 휘릭 휘릭..화분에 물을 주듯 내리시더군요.
한참을 쳐다보다가 나왔습니다.
나도..뭔가를 30년, 40년 하면..저렇게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까..싶었습니다. 커피 앞에서 잔뜩 머리를 숙이고 심각하게 기다리다 휘릭 휘릭 물을 붓는 동작이.. 표현을 못하겠네요..
처음부터 멋진 커피로 느껴졌다면, 내가 이름값..소문에 취해서 다 좋게 받아들였거니..의심할 수도 있었겠지만,
처음에 별로였다가 이런 느낌이 드니, 뭔가 진짜를 만난 느낌도 들어요.
막..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도 멋있고.. 끝도 멋진 커피..그런 커피도 어딘가 있겠지요.
그런데, 오늘 내려간 커피는 왜 이모냥인지....-..-...
코멘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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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01.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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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1.10 09:23
안그래도 원두를 사갈려고 했었는데..병에 담긴 원두에 6천원, 8천원 정도의 가격표가 붙어 있더라구요.
온라인에서 주문해서 먹는 원두가 200g에 5천원 정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정도면..사갈까..하다가, 자세히 보니
100g이더군요...좌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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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01.10 09:07
아시아나 기내 잡지에 강릉의 커피명소중 하나라고 소개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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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1.10 09:23
커피 좋아하시면 한번은 들러볼만한 곳인것 같아요 ^ ^
좋은 경험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강릉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한때는 보헤미안에서 볶은 커피를 주문해다 마셨는데, 요즘은 원두값이 아까워서 더 저렴한 곳으로 바꿨습니다.
한달에 1kg씩 마셔대니 원두값이 만만치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