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2012.01.27 00:23
적자생존 이라는 말 못 들어 본 분 없죠. 영어 표현은 survival of the fittest 입니다.
최상급 THE fittest를 썼죠. 말 하자면 가장 잘 적응한 놈이 살아 남는 룰이 적용 된다는 건데요.
며칠전 EBS에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강의를 듣다가 한대 얻어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어 표현을 survival of the FITTER 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뭔 소리인고 하니, '가장 잘 적응한 딱 한 놈만(the FITTEST)' 살아 남는게 아니라 '남들보다 좀 더 적응한(the FITTER) 놈들'이 살아 남는다는 의미 입니다. 나는 가수다를 예를 들면서, 제일 잘 한 일등만 남고 다 죽는 게임이 아니라, 경쟁자 중 제일 못 한 놈만 아웃 되는 게임이라는 겁니다. 물론 제일 센 놈은 끝까지 살아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어중간 한 놈들까지 아웃되는 게임은 아닌거죠. 당연히 제일 약한 놈은 떨어져 나갑니다.
아.... 왜 나는 적자생존을 일등만 살아 남는 게임이라고 생각 해 왔을까요.... 지난 생애 내내 그렇게 생각 해 왔습니다.
왜 일까요? 삼성 때문일까요?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내가 그렇게 생각 해 왔다는게 의미 있을 뿐.
오늘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습니다. survival of the fitter...... survival of the fitter......
혹시 여러분 한 대 얻어 맞는 듯한 느낌 든 적 없나요? 예전에 동료로 부터 '강한 놈이 살아 남는게 아니라, 살아 남은 놈이 강한거야'
라는 말 들었을 때, 그 말을 한 동료가 징글징글 해 보이면서도 속으로 공감 한 적이 있어요. 강한 턱과 이빨을 가진 티라노 사우르스가 살아 남은게 아니라 오히려 쥐새끼가 살아 남는, 뭐 그런거죠. 이 말도 따져 보면 survival of the fitter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네요.
이왕 사는거 멋지게 티라노 사우르스 처럼 가오 잡으며 살다가 멋지게 한방에 가야지 쥐새끼 처럼 살 수는 없다고들 많이 생각들 하시죠? 실은 저도 그랬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예전에 커트 코베인의 유서를 보면서 좀 무서웠던 기억이 있네요.
장문의 유서 맨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오죠. "I don't have the passion anymore, and so remember, IT'S BETTER TO BURN OUT THAN FADE AWAY".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석 해 보면 "나는 열정이 더이상 없어..그러니 기억해줘..서서히 약해 지느니 활활 타(없어지는게) 나은거야".
죽은 이 사람도 the FITTEST 혹은 the STRONGEST의 망령에 사로 잡혀 있던건 아닐까요. 어느 순간 가장 센 놈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한 방에 가 버리는거죠. 스스로.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고, 그 에너지는 하루 단위로 구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정 시간 취침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에너지를 재 충전하여 하루를 살아가는 거죠. 해가 뜨는 시간 부터 해가 지는 시간에 대략 맞춰 일상이 돌아가고.... 그런데 어느 순간 the FITTEST 망령에 사로 잡혀 일등을 하려다 보니 나보다 더 센 놈이 나오니 당황하게 되고. 자연 법칙에 의하면 당연히 더 센 놈이 나오게 되어 있을텐데, 그 놈보다 억지로 더 세 보려고 용쓰다 보니 에너지가 소진되어(즉 번-아웃, 즉 burn-out 되어 버리고) 삑사리 나고, 그러다 보니 자포자기 하고... 그러다 다시 희망(커트 코베인이 말한 그 놈의 passion 즉 열정)을 찾아 이리 저리 방황하다 또 다시 실망하고...이놈의 조직생활이란게 에너지가 소진되어 삑사리 나느걸 용납 안 하는 터라...
아. 이럴 땐 술 한잔 해야 하는데. 혼자 한잔 하고 자야 겠습니다.
구질구질할 내일을 위해서 말이죠. ㅋ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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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적자생존자 인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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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자'생존 도 있더라구요.ㅎ
http://archives.go.kr/next/news/pressDetail.do?board_seq=92897 -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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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1.27 01:34
1. 지뢰진 이라는 만화에서 사이비 궤변론자가 주인공(형사)에게 죽음이 뭐냐고, 뭔대 그렇게 두려워 하냐는 식으로 물어보자 주인공이 말합니다.
나에게 죽음은 "그냥 패배일 뿐이다."
아직도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그 어떤 철학적 이유도 들먹거리지 않고 말이죠. -
김강욱
01.27 03:28
뭐 나만의 블루오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같이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도 생각하구요.
레드오션이니 하는 시장의 얘기와는 좀 다른...
우리나라 사람이 참 싫어하는 것 같은 데, 뭔가를 개척해 나가는 거....
예를 들어, 수영을 잘하시는 분의 일등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건가요?
아니면 수영장에서 인기 많은 강사가 되는 걸까요? 아니면, 수상 구조요원? 아니면 다이버가 되는 것?
모두가 조금씩 다르고, 모두가 조금씩 다른 무언가를 한 몸에 수십개씩 가져있고, 그걸 그룹핑해보면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보이는 것 아닌가 합니다....(도대체 무슨 말이야~~~)
음악은 저도 노래방도 싫어하는 문외한입니다만, 예를 들어 바이올린 만드는 장인이 있다면, 최고의 장인이 있다기 보다는, 슬픈 음색의 바이올린은 누가 가장 잘 만들고, 기쁜 음색의 바이올린은 누가 잘 만들고 그런식 아닐까 한다는 거죠...그게 나만의 색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남에게 체계적으로 잘 표현해서 공감하는 조직을 만들고 살아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KPUG 도 독특한 KPUG 색을 가진 분들이 모인 그런 모임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구요. -
몽배
01.27 06:32
살아야 강자인거죠....ㅎ
(무협지에 가끔 나오는 구절....) -
몽몽이
01.27 09:13
신입때 선배들이 가끔 했던 말..
너 안 적고 다 기억하냐..? 적자생존! 적어 적어 -
클라우드나인
01.27 12:14
저는 적자생존, 즉 Survival of the fittest. 가 복수형 인것 같은데요. ^^; 여기서 the fittest는 그 자체로 복수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최상급을 단수로 생각하지 않고 복수로 생각합니다. 상위'권'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와는 많은 대조를 이룹니다.
영어권에서 최상급 단수표현, 풀어 말하자면 최상위권에 있는 것들 중 하나는 one of the fittest로 씁니다. 이 구가 내포하는 의미는 '다 똑같은 최상위권에 속하는데 그중 하나'정도의 의미입니다. 굳이 최상위권에서 우열을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 사고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스펜서도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인용사용한 찰스 다윈은 아마도 복수의 뜻으로 썼던 것 같습니다.
Darwin first used Spencer's new phrase "survival of the fittest" as a synonym for natural selection in the fifth edition of On the Origin of Species, published in 1869.[2][3] Darwin meant it as a metaphor for "better adapted for immediate, local environment", not the common inference of "in the best physical shape".[4] Hence, it is not a scientific description.[5]
출처: http://en.m.wikipedia.org/wiki/Survival_of_the_fittest -
예리한 지적 이네요~~
최상급 표현이 복수를 표현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룹을 여러 개로 나눴다는 것 같네요.
예를 들어 He is one of the richest 라고 하면 각 그룹(A, B, C, D)에서 richest 한 놈 (a, b, c, d) 중 한 놈이라는 거죠.
아마 최재천 교수도 그런 의미를 뜻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가수다'는 하나의 그룹 A라고 할 수 있고, 거기서 일등한 the fittest만 살아 남는게 아니라 the fitter한 놈들이 살아 남는 게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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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나인
01.27 12:21
제가 괜한 꼬투리 잡은건 아닐지.. ^^; 저는 어디서 일등 해본 기억이 없어서 힘들 때 "살아남는 자가 강한 놈이다"는 말을 써 가며 바운더리 이상에만 오도록 겨우겨우 붙잡아 살아 와서, 저 말 뜻을 보고 '원래 그런 말 아니야?' 이런 생각 했더랍니다...^^;
무한 경쟁시대에서 2등은 잊혀진다.
1등만 살아남는다 요런말만 계속 듣다보니 저도 그게 자연스러운건줄 알았네요.
헌데 아, 나는 일등은 무리구나 한발자국 물러서서 나서지말고 조용한 2등을 목표로하자가
삶의 목표라서 크게 와닿는건 없어요.
남들 자기소개 하는걸 보면 적극적이다 도전적이다 하는데 전 도전도 별로 안좋아하고
나를 아는 사람들한테 다음에 또 연락하고 싶은 사람, 내가 연락해도 안어색할 사이가 되자가
목표라서 더 그런듯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