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 전파인증에 대한 논란 정리
2012.02.08 23:15
전파인증 관련된 뉴스가 오늘 많이나고, 아래에도 거기에 대한 글이 있던데..
전파인증 쪽은 저도 다른 분들이 하시는걸 어깨넘어로 봐와서 약간의 배경지식이 있다보니..
이번 논란이 약간의 오해나 과장된 측면 등이 있는 것 같아 제가 알고 있는 내용 위주로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FACT를 정리해 보면 -------------------
1. 우리나라는 모든 전자제품에 대해 전자파적합인증(EMC, 이하 전파인증)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괜한 규제는 아니고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하고 있다.
2. 당연히 전자파적합인증 대상에는 PC도 포함된다.
3. 하지만, PC의 경우에는 특수하게 ‘부품을 구매하여 조립하여 사용’하는 시장이
존재하다 보니, 이러한 경우는 별도로 전자파에 대한 인증을 할 방법이 없어...예외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각 부품에 대해서도 전파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음.
(이걸 반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부품에 대해 인증이 있는데, 별도로 제품에
대한 인증을 더 추가해서 받게하고 있는 걸로... 결과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전체적인 취지는,
원래 필요한 것은 소비자가 쓰는 제품에 대한 전파인증인데, 이게 커버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부품에 대한 인증이 추가된 상황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4. 그동안 용산의 PC조립 업체들의 경우는 소비자가 하는 PC조립을 대행해주는 정도의 역할로 보고, (그리고 영세한 업체들의
현실도 감안해서) 정부도 전파인증에 대한 규제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었음.
but. 삼성, LG, 삼보, 현주, 주현 등 완제품 중심의 업체들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전파인증을 계속 받아오고 있었음
5. 누군가(?)가 용산에서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PC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제보(기사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림) 했고,
불법전자제품 단속업무를 하고 있는 전파관리소(방송통신위원회 소속기관) 사실 확인을 위해 용산 현장점검 실시.
6. 전파관리소는 컴퓨존이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C가 어느정도 규격화된 제품형태로...사실상
완제품 PC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
----------- 여기까지가 FACT이고 몇 가지 오해하고 계시는 사항들을 풀어드리기 위해 추가적인 정보를 추가하면..(여기서 부터는 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1. 전자파적합성인증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소비자가 조립이나 변형시켜서 쓰는 것에는 단속이나 처벌에 대한 근거는 없음 – 전파를 사용하는 무선제품은 ‘불법 무선국’에 대한 단속을 하지만, 일반 전자제품은 해당 않되죠.
2. 제조업체도 한번 전파인증을 받은 제품이 10%이내 변형에 대해서는(규정에서는 '파생모델' 이라고 표현) 전파인증이 면제됨.
즉 램하나 바꾸면 인증 다시받아야 하는건 아님..., 물론 10%에 대한 기준은 애매모호해서 그동안 논란은 있어왔음.
3. 컴퓨존은 연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중견기업급의 구모이며, 이번에 전파법 위반으로 단속된 제품도 컴퓨존에서
브랜드화 시켜서 판매하고 있던 제품이지, 이용자가 견적을 올리면 조립해주어서 팔던 제품은 아님.
4. 부품이 전파인증을 받았으면 완제품은 전파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는건 아님.
예를 들어... 전자파를 1씩 발생하는 부품을 10개를 들어간 제품이라면, 완성품의 전자파는 최악의 경우 10이
될 수도 있으므로(물론 이건 극단적인 가정이고, 실제로는 이렇게 산술합으로 나오지는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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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에 쟁점은 정말 순수하게 조립해서 판매하는 업체들을 막진 못할테고..(게다가 여론도 있으니...) 브랜드PC와 조립PC와의 경계가 어디냐가 될 것 같습니다. 동일한 구성을 갖춘 제품의 판매대수로 따지느나... 그럼 몇 대가 기준이냐 등등이겠죠...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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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2.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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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21c
02.09 00:06
물론 민원을 넣었다고 기사상으로나오는 '누군가가'...뭔가 의도가 있긴 했겠죠. 저도 의심은 되지만 추측성으로 쓰긴 싫어서 언급은 않했습니다. 물론 헛점도 많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고 업체들 중에는 절차가 복잡하거나 가격이 비싸서 않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규정자체가 사문화 되었거나 쓸데없는 규제는 아닌거 같음. 특히 무선쪽은 인증이 엄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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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은 그다지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만들지 않아서 그런지 이것저것 벌집투성이죠.
이쪽이 맞으면 저쪽 법안들이 다 모순이 되어버리고 저쪽을 선택하면 이번에는 헌법을 고쳐야 하고...
이정도까지 용케 유지되는 것도 표면적인 사실일 뿐이고 사실은 이미 붕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정말 불안합니다. -
전파 인증을 받을려면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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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양이 바뀔 때마다 다르게 인증 받아야 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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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21c
02.09 00:33
인증 비용 자체는 5.5만원으로 많이 비싼건 아닌데..문제는 인증을 받기 위해 전자파나 전기안전등이 규격에 맞는지 제출해야 하는 실험 측정 값입니다. 이게 여러가지 조건에 맞게 측정을 해되서...설비가 엄청 고가 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공인된 설비를 갖추고 측정을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게 힘들다 보니...공인된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에 위탁을 하고 있고... 이런곳에서 받는 비용이 비쌉니다. 보통 150만원 이상 받습니다. 제품 하나에 150이상 들면 그건 좀 비싼거죠. 물론 인증을 받기위한 행정 작업도 귀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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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2.09 00:40
이번 정권에서 하는 일들은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뭔가 꼼수가 가득한 짓거리로 느껴지는 것이.... -_-+++ -
정말 미친것같아요.....;;
고삐풀린 망아지를 보는듯한 정권이네요.... -
퍼갈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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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2.09 13:12
이런 일의 뒷 배경에 무언가 있냐 없냐의 논쟁거리만 없다면,
사실상 저 조치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상 규격화된 완제품이니까요.
제가 근무하는 곳도 지독히도 작은 곳이지만, 하다 못해 부품에 대한 UL 같은 것도
비슷비슷한 것들, Package만 바뀌어도, Lead Count만 바뀌어도 다 별도로 받아야 하죠.거기다 부품별 인증, 모듈별 인증, Board 별 인증, 완제품 인증으로 다들 다 받고 하는데,
대량 생산과 생산 편의를 위해 규격화된 완제품으로 팔면서 인증을 건너뛰는 건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봅니다.
inno21c님께서 적어주신 정도라면 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뒷이야기는 꽤 듣고 알고 있지만, 사실 적는 것이 적절치 않아 적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딱 두 마디만 적습니다.
- 사실상 사문화된 법을 써먹고자 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점을 또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펼치는 음모론에서는 이번 사건도 '가카'와 연관을 시키고 있습니다. 즉, 이번 민원을 넣은 곳이 가카와 관계가 있는 모처일 가능성이 높으며, 모 쇼핑몰이 타격을 입으면 그 반사 이익을 볼 곳 가운데 1순위인 곳입니다. 아, 그곳은 용산에 있는 곳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