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출을 해야 나라가 산다. - 라는 말은 맞는 걸까요?
2012.03.02 18:46
안녕하세요.
네이버 테셋 카페에서 토론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http://cafe.naver.com/soetan84/47720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한국은 내수로 자급자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출 위주의 경제체제가 필요하다.
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 명제를 반박하고자 합니다.
정말 한국은 수출만 주구장창해야 하는건지,
수출 위주의 경제가 어떤 부작용(대외의존도 등)을 나았고
수출 위주의 경제인데 왜 자꾸 국민경제는 어려워지기만 하는지
에 대해서 좀 더 이론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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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이
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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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이
03.02 19:07
이렇게 쿠즈네츠의 가설이 허구라는 것을 입증하였으면, 과연 "수출을 많이 하는 것이 결국 국민경제의 부를 증진시키는 것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을 해봅시다.
먼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국내로 유입되는 부는 순수히 국내의 것으로만 보기에는 상당한 어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고, 이렇기에 막상 부를 많이 벌어온다고 하여도 이것이 순수하게 국내에서 재분배 되리라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부의 재분배는 대부분 금융자산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자산들을 큰 부분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축적되는 부가 많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한국 산업의 근반을 이루는 2차 제조업 산업 같은 경우, 사실상 많은 기반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제 3세계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 현지 판매"의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부의 경우에는 국내에 유입되기 보다는 현지에 재투자 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부는 제도와 정치를 통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국민경제의 성장에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재분배에는 크게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의무적으로 생산본사 또는 경영본사를 둔다는 제도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 등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의 국내 유입을 늘리는 전략 (무조건 수출 위주의 경제전략)보다는 부의 순환구조 (재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국민경제를 좀 더 살 찌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여기까지가 "수출을 통한 성장이냐? 내수를 통한 성장이냐?"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수출이 곧 국민경제의 성장을 보장하느냐?"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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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03.02 19:13
정말 좋은 답변입니다. 제가 원하는 답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수익을 내더라도 그게 곧 국가의 부로 연결되는 건 아니네요.
국가의 부, 특히 국민경제의 부로 그것이 연결되려면 다수의 국민이 그 부를 나눠받아서 다시 제품을 사야하는데 대기업이 이익이 난다고 해도 대부분은 대주주나 외국인 주주가 가지고 갈 뿐 국민들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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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이
03.02 19:28
이제부터 한국에서 "수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상태로, 내수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느냐?" 에 대해 제 의견을 써보겠습니다,
제 생각엔 내수를 통한 경제성장으로 국민경제의 부의 재분배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국내의 부를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성장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제구조는 여러 통계에서도 나와 있지만 대기업의 성장이 사실상 고스란히 국내의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대기업의 성장은 어떻게 견인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아야할 듯 합니다. 국내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역사는 60년대 중후반부터인데, 이때에는 국내의 내수시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국내의 기업들은 대부분 수출을 염두에 두고 발전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서 국내의 소비시장에 대해선 사실상 고려하지 않은 경제정책을 취해왔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계속 이어졌고, 국내의 기업들은 국내의 소비시장에 비해 기형적으로 큰 생산 위주의 기업운영을 하여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국내에선 사실상 휴대폰의 1년 실수요가 500만대라고 한다면(가정치입니다), 외국으로 수출할 것을 감안하여 1년에 2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어놓았던 것이지요. 약간 억지춘향이긴 하지만 "국내의 생산설비/수출능력의 증가 = 국내 인력시장의 수요"라는 공식이 사실상 성립하는 이상 이러한 생산능력을 국내의 소비시장에 맞게 감소시켜라는 주장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이처럼 국내의 경제현실이 위와 같은 이상, 수출을 하지 않고선 국내 경제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민경제의 부의 재분배수준의 향상과 성장과는 전혀 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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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thetoilet
03.02 19:29
뭐 학구적으로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같이 기업의 도덕성이 결여/결핍되거나 현저히 낮아 부의 집중이 극단적이고
분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후진국형 환경에, 정부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그것을 주도하고 떡고물을 챙기려 혈안이 되어 있는 형국에서의 수출 지상주의는
이같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 아니겠습니까?
그런 단순한 논리를 국민에게 지금도 주입시키는 이유는 자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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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매에 용질을 잔뜩 넣어서 더 이상 녹지 않을 때를 가르켜 포화상태 라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 잘 기억도 안 나네요.
거기에 적절한 열을 가해 주면 용질을 더 녹일 수 있지요. 이미 이 세상은 순수하게 자연상태에서만 사람이 살 수 있지 않습니다.
(단순히 인구밀도 뿐만 아니라 항체 매커니즘같은 것 까지 볼 때..)
잘 사는 사람은 너무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너무 못 살고.. 중간 사는 사람은 그 중간 사는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힘들고....
이래서 저런 명제가 사람들 머리에 먹힌다고 생각하는데요.
수출 안 하고 먹고 사려면 제가 볼 때.. 꽤 많이 사람 숫자가 줄어들어야 가능한 일 아닐까 합니다.
정도 차가 너무 심한게 문제겠지요. 그 삶 자체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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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가야
03.02 20:34
다른건 떠나서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른 특혜도 그렇고 국내에선 비싸고 외국에서 싼 물건 들도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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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신
03.02 21:26
수출과 국가 경제,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 문제 간의 연관관계는 시대와 경제구조 및 산업구조 등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위에 다른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60~70년대, 80~90년대 그리고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져왔지만, 기본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은 수출이었읍니다. 대기업 중심이었고요.
솔직히 5000만에 달하는 국민 수는 전세계 국가별 국민 수 순위로 봐서 높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곧바로 경제규모로 이어지는 가는 별개의 문제이겠죠.
결국 내수시장 만으로 경제가 순환 발전하려면 일인당 국민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정규모의 소비 구매력을 가진 국민 수가 얼마나 되는 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심해질 수록 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은 명약관화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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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잘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비록 이쪽 관련 지식은 일천하지만, 한 번 제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댓글 납깁니다.
"한국은 수출을 해야 나라가 산다."라는 명제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선 먼저 쿠즈네츠의 가설이라는 녀석부터 따지고 봐야합니다.
이 녀석에 대해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외부에서 부를 가져오면, 자국의 부는 가져온만큼 상승하며 이에 따라서 자국의 구성원들의 부가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명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수출위주의 경제전략 = 외국에서 부를 가지고 오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글쓴 분께서 말씀하신 수출 위주의 경제를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이 명제를 비판하는 논리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째, 가장 큰 비판으로서, 성장 (자국의 부의 축적)과 분배 (구성원들에게 몫이 돌아가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너무나도 유명하니 따로 설명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국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 등 찾아보실 수 있는 자료가 무궁무진 할 것 입니다.
둘 째, 자국 내에 축적된 부가 반드시 자국의 것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시대에는 대부분의 자국 내의 부가 국가가 소유한 재정의 형태가 아닌 사기업들과 같은 국민경제의 주체들의 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기업들의 소유권 (대부분 주식회사이니)이 주식으로 표창되는데, 이러한 주식의 보유자가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더 심하지요.) 따라서 국내에 축적된 부일지라도 사실상 소유권을 높고 보면 외국인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셋 째, 쿠즈네츠의 가설은 철저히 외국으로부터 부를 가져오는데, 이 부의 출처는 자국과는 전혀 별개로 구성된 다른 경제권이라는 것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현시대에는 채널링이 매우 공고히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담으로, 사실상 하나의 독립경제권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미국 마저 EU 발 위기와 같은 세계적인 여파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지요.) 따라서 순수하게 국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부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고, 국내에서 유입되는 부를 창출하기 위해선 사실상 국내로부터 외부로 나가는 또 다른 부가 있기 마련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각종 국내의 제조업 기업들이 외국에 생산공장을 세워서 생산한 물품을 국내로 다시 역수출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쿠즈네츠의 가설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보자면, 이 현상이 국내로 유입되는 부인지, 또는 국내에서 부가 유출되는 현상인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