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수준을 알고 터키에 냈습니다.
2010.02.15 01:10
포닥의 삶이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글쓰고 이런게 주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경력이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은 써낸 논문들이 크게 작용합니다.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적당해야하죠.
그래서 박사 졸업이후에는 거의 소설가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들과 다른 점은 또 학술지에 작은 분량으로 내고 거기서 ok를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서 내 글이 세상에 알려지느냐 마느냐가 갈려집니다. 이때 어떤 저널에 제출할 것인가가 또 중요한데요. 국내/외국, 저명/신생 학술지 등에 따라서 끌어 모을 수 있는 독자수도 달라지고 나중에 평가도 달라집니다.
대부분 프로세스는 딱 논문을 쓸 만큼 연구를 하고 자료를 모은 다음에, 우선은 저명한 외국 학술지에 내 봤다가 3개월 정도 후 답을 받아서 거절당하면 이걸 수정해서 다시 제출할 지 아니면 다른 곳에 보내야 할 지를 판단합니다. 저명한 곳이니 계속 될 때까지 내보는게 어떠냐라고 말씀하실 분도 있는데요. 문제는 "시간"입니다.
포닥의 삶이 워낙 단기계약이 많아서요. 2년 계약이라고 하면 1년은 자료모으고 글쓰고,, 나머지 1년은 그 뒤 직장 알아보는데 소비합니다. 이때 자기 이력서 (이 바닥에선 CV라고 하죠.) 안에 발표된 논문이 한편 더 있냐 없냐에 따라서 큰 영향을 받습니다. 외국은 경력을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논문의 영향력이 (물론 크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합니다. 누구랑 일했고, 어디에서 일했으며,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냐도 보고요. 미국/영국계 대학 졸업한 박사면 아주 쉽죠.
한국의 경우 조금 이상합니다. 졸업한 대학을 안 본다고 하면서도 왠지 보는 것 같고. 논문의 절대 편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심지어는 두사람이 썼을 경우 7:3, 세사람이 썼을 경우 5:3:2 라고 까지 숫자화해서 신입사원(?)의 점수를 매깁니다.
그래서 보통 논문 탈고해서 접수한 다음에 세상에 나올 때 까지 저자가 천재적으로 글을 잘 썼다면 빨라야 6개월이 걸리고, 일반적으로는 1년도 넘게 걸립니다. 저도 작년 여름에 완성한 논문이 작년 겨울에 부족하다고 돌아와서 이걸 같은 학술지에 낼 것인가를 3개월간 아무것도 안하고 고민하다가 오늘에서야 제 수준을 알고 터키에 있는 학술지에 보냈네요. 그곳에 사람들은 나름 국제저널로 봐달라고 하면서 정부에서 열심히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네요.
이래저래 글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글쟁이의 삶은 고단합니다.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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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pond
02.1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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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02.15 01:44
천만 다행으로 아직 이쪽에서 impact factor까지는 안 따지고 개인이 얼마나 유명인사가 되었느냐가 많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계라 그런지 기계랑 일하는게 아니라 사람이랑 일하는게 훨씬 많거든요. 이상한 사람 한명 뽑 아 놓으면 물을 다 흐려 놓기때문에...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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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5 02:24
토닥토닥. 마음 단단히 다잡아 드셔야 합니다. 평생직장을 잡더라도 테누어 받을때 까지는 정신없이 일해야 하는 듯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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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
02.15 02:26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지요.
좋은 곳은 심사기간이 길고,
빠른 곳은 명성이 낮고. 주어진 시간은 짧고요.
우리나라의 논문이나 실적 평가 시스템 탓에
우리 나라 논문들이 질보다는 양으로 변화되어져 버렸습니다.
한 예로,
본인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거나 정말 지분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의 역할을 했어도
줄줄이 엮어서 저자가 5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짧은 시간에도 너무 다양한 분야의 논문들을
실적으로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혀를 내 둘은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잘 알려진 논문을 섣불리 공격해서도 안되죠.
논문도 다 사람들이 하는 일들인 거죠. 심사관 중에 관련된 사람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요.
하지만, 늘 좋은 논문은 살아남는 듯 해요.
화이팅 하시고요,
생각보다 눈 앞에 1~2년이 조금 더디 가는 듯 해도 별 거 아닐 수도 있고,
더 큰 행운의 작은 역경일 수도 있음을 몇 번 느꼈습니다.
하루 하루 건승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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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02.15 03:06
감사합니다. 긴장감을 잃지 않고 더 버티겠습니다.
딱 한가지, 제가 아직 또래 비해서 나이가 어리다는 것 덕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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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5 03:13
사실 제일 웃기는게.. '동네북' 논문인데요. 많은 논문들이 이런 웃기는 논문도 있는데 하면서 인용을 많이하면.. ㅎㅎ 인용이 많이된 좋은 논문으로 대접을.. ㄷㄷㄷ 엔지니어링에선 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이 굳이 좋은 논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회과학 하는 분들은 잘 모르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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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5 05:51
일단 반향을 일으켰다는 면에서 평가를 받는다고도 하더라구요.
전에 인도어가 한국어의 근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한 선배가 있었죠.
박사 과정일 때였죠.
발표난 학회지에 몇 차례의 반박 논문이 실렸다고 좋아라 하더군요.
작년에 전화해서 그 이야기했더니 한참 생각하더라구요. 그게 87년도 이야기니까... 전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기억이 나는데.
그 선배는 자기 공부의 일련의 과정 중 하나라... 저보다는 기억이 잘 안 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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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담
02.15 12:22
아 논문이라.. 저도 얼른 마무리 지어야 한는데 이놈의 논문 1년간 잡고 있네요 얼른 내야지 하면서도 KPUG에서 이러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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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랜
02.15 14:32
너무나도 공감됩니다..
윗사람이 말도 안되게 시킨 논문이 하나 있는데,
억지로 쓰고, 여기저기 submission 하고 있습니다.
바꿔내는 것도 일이고, endnote만이 그나마 살길이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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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
02.15 17:47
Endnote 그거슨 진리입니다^^. 정말 좋지요. 컴퓨터 어플중에서 오피스와 함께 가장 애용하는 어플 중 하나입니다.
예전부터 이런 프로그램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다가 작년에 접하고는 많이 많이 좋아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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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축제
02.15 15:54
하아.. 힘내세요 학문의 길이 멀고도 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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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
02.15 17:48
학교에서 짧은 리포트 하나 낼 때도 정말 쉽지 않던데... 정말 학문의 길을 걸으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해봅니다.
그래도 공부하면서 평생 밥벌이 할 수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것도 별로 없을 것 같네요. 물론 그 교수님 되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겠죠... minki님 화이팅하십시오.
민키님 ... 요즘은 impact factor 를 따지는 경우까지 있더군요...내가 쓴 논문이 얼마나 좋은 저널에 실렸는지를 따지는...쩝?? 조만간 좋은 평생직장 자리 잡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