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왜 제목을 냉장고 라고 지었냐면요.


러시아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그럼 러시아를 좀 더 알수있게 됩니다.



러시아에서 생활한지가 벌써 20일이 되었네요.


오는날 바로 냉장고를 사러 갔습니다.


몇달 생활할지 알수가 없기에.....김장김치를 한 항아리만큼 가지고 왔고, 된장, 고추장, 간장.....


외국 어딜가든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오버챠지를 물어가면서 잔뜩 들고 들어왔습니다.



와서 보니 먹거리를 넣어야하는 냉장고가 문제였습니다.


숙박업소에 있는 냉장고가 조그맣지 않습니까. 그래서 


냉장고를 사러 여기서 제일 크다는 대형 백화점을 갔죠.


냉장고 종류가 다양하게 있길래 거기서 중간정도 되는 냉장고를 골라서 이모델로 달라고 하고, 


13,000루블. 우리나라 돈으로 50만원정도 주고 주문을 했습니다. 


다음날 배달해준다고 얘기를 듣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배달 온다는 냉장고는 그 다음날 왔습니다.


그럴수 있지. 


그 다음날 러시아 장정 둘이 와서 냉장고를 풀어놓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래 그럴수 있지.


낑낑거리고 둘어서 냉장고 놓을자리를 보고 냉장고를 닦던 


아내는 냉장고가 좀 이상하다고 합니다.


냉장고 앞면에 스티커 붙은 자국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러군데 자국도 있고, 의자를 놓고 냉장고 위를 보니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새것이 아니더군요. 전시된걸 가지고 왔나봅니다.


으아~


음...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그럴수도 있지..........


냉장고만 잘 나오면 그냥 쓰자. 말도 잘 안통하는데 또 다시가서 쏼라쏼라 하기가 귀찮았습니다.



코드를 꼽아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냉장실도, 냉동실도 안됩니다.


헉!!!



음.....그럴수도 있지. 


아니아니 이건 아니지.



통역을 대동하고 다시 백화점으로 달려갔습니다.


담당자왈 자기는 권한이 없고, 높은분한테 가서 얘기를 하라고 한다.


대머리 까진 높은분 말씀이 바꿔는 주는데 금방 안되겠답니다.........


재고가 없기 때문에 다른 냉장고를 고르라공. ㄷㄷㄷ


다른 냉장고는 지금 고르지말고, 반품이 된뒤에 다시 와서 다른 냉장고를 고르면 그때 배달해준다 뭐 이런 얘기입니다.


음...그럴수도 있지. 하고 우리는 돌아왔습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창가에 김치통을 쭈욱 널어놓았습니다.


음식물이 들어있는 통을 다 널어놓고, 넣을수 있는것은 조그만 냉장고에 쑤셔놓고 


매일매일 냉장고 가져가기만을 기다렸고, ....ㅎㅎ



반품서류 갔다주고 온지 5일뒤에 장비를 둘둘 두른 기사가 한명 왔습니다.


냉장고 여기저기에 전기 관련 장비를 테스트하더니 사인하라고 합니다.


통역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 통역하는말,


뭐가 고장인지 테스트하러 왔는데 전기가 안통하니 반품 가능하다고 사인하라는말. 아~


사인해주면서 이 냉장고는 언제 가져가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반품할수 있는지 없는지만 테스트하러 온 직원이기에 모른다는 말씀.


슬슬 미치기 일보직전.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저 멀리 태평양 앞바다를 한번 쳐다보고,


벽에 머리박으면 아프겠지? 


스트레칭 30분 동안 하고, 건물 계단 몇번 왔다갔다하고....느낀점.


아~~ 그럴수 있지. (이걸 잊었네)



그렇게 도를 닦고 있을 3일쯤 후에......기사 2명이 와서 냉장고를 가지고 갔다.


와~ 짝짝짝.


내 돈주고, 반품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요새와서 급 삼숑이 이쁘게 보인다. 아~ 삼숑 AS


살면서, 태어나서 이렇게 감사한적이 또 있던가?


죽은 냉장고를 보내는 시원한 기분을 알겠는가? 친구들아..



다시 백화점으로 달려가서 LG 큰 냉장고를 샀다.


22,000루블, 거진 90만원.


또 돈을 내고 냉장고를 산거죠.


그럼 망가진 냉장고 환불은?


참, 이사람들 이해가 느리시네.


그건 이제 반품하고 가져갔으니 담당자 몇명 거치고, 마지막으로 위에서 사인을 해주어야


돈을 받을수가 있지...그래? 안그래?


아놔~ ㅎㅎㅎ


이게 바로 러시아야.


이걸 반대로 하면 우린 떼돈을 벌수 있을거야.


러시아 사람들한테 물건 팔아먹고 요렇게 하면 난 부자가 될거야.



냉장고는 바로 가져왔을까요? 


역시 다다음날 냉장고를 가지고 왔습니다.


오자마자 코드를 꼽았더니 잘 됩니다.


지금까지 씽씽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환불해 달라고 백화점에 세번을 더 갔습니다.


어제 냉장고 산지 20일만에 환불을 받았습니다.


책임자 왈 


외국인이라 정말 빨리 해준거라고.........ㄷㄷㄷ



돈받고 느낀점하나.


전혀 내돈같지 않았습니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마지막 정리하면 ...


러시아에 살려면 이말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이말 명심 안하면 암걸려 뒈집니다.



그럴수 있지. 


그래, 그럴수 있는거야.



아놔~~


글쓰다 보니 다시 열이 슬슬 뻗치네. 


아니 아니 아니지.....


그래, 그럴수 있는거야. ㅎㅎ


지금까지 환장 부르스, 미치고 팔짝 뛸 냉장고 구입기 였습니다.












(먹고 튄 영민이 니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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