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이 가이늄이 없는건지, 제가 늙은건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2013.08.09 22:34
회사에서는 컴퓨터 관련 상담 코너가 있고, 그걸 제가 담당합니다. 업무이고 이게 휴일일 때는 조금은 부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취미 비슷한 생각으로 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여러 구성을 가지고 문의를 하는데, 컴퓨터라는 물건은 아무래도 개인에게 맞춰 만들고 설정해 쓰는 물건이기에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취미(?)에 가끔씩 스트레스를 주는 글이 올라오는데, 바로 '뭔 생각으로 이렇게 돈을 쳐바르느냐'는 생각이 절로 드는 구성에 'OK' 사인을 내달라고 들이밀 때 입니다. 극단적으로 적으면 취미로 온라인 고스톱을 치는 데 모니터 네 개를 연결하고 그래픽카드에 100만원을 쓰겠다... 뭐 이런 것입니다. 이런 문의는 꽤 위를 쓰리게 하지만 특히 분노 게이지를 높이는 것은 가지고 쓸 능력도 되지 않는 것이 뻔히 보이는 사람들이 무뇌 구성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성을 문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참 우연찮게도 미성년자입니다.
오늘도 방금 전까지 그러한 분 한 분의 응대를 했는데, 대충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문의를 올리신 분의 연령은 만 15세입니다. 쉽게 쓰면 이제 고 1입니다. 게임용 PC를 사겠다고 문의를 했는데, 즐기는 게임이 컴뱃암즈와 LoL입니다. 모르시는 분을 위해 적으면 컴뱃암즈라는 돈슨(?)의 게임은 지포스 FX 5600이 권장 제원인 캐주얼 게임입니다. 지금 수준이면 인텔의 싸구려 CPU 내장 그래픽으로도 돌아가는 넘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넣는 그래픽카드가... 무려 지포스 GTX 670입니다. 여기에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메모리 용량은 32GB가 들어갑니다. 메모리 용량은 이런데 운영체제는 철저히 32비트를 고집하는 용기(?)는 일종의 애교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고등학생이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여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은 사실 뻔합니다. 편의점이나 주유소 알바를 해봐야 시급 5,000원이면 많은 편입니다. 방학 전체를 노동으로 보내도 160만원이라는 PC 값은 모을 수 없습니다. 결국 뻔하게 부모님 손을 벌릴텐데 고작 저런 게임을 한다고 제대로 쓰지도 못할 그래픽카드를 고집하는 것을 보니 머리가 아픕니다. 부모님이 수백만원은 '옜다~'할 수 있는 곳의 자녀분인가 생각해도 그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부모님 등골을 어떻게 빼먹자고 저런걸 '하지 말라고' 말려도 고집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그걸 고집하는 이유도 '유명 VJ가 그걸 쓰니까'입니다. 남의 의견은 들을만한 가치는 있지만 남은 자기와 같지 않은데 무턱대고 그것을 따르려는 머리의 짧음은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게 돈을 벌지도 못하고 그렇게 게임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유명인의 것을 부러워하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 생각은 자기 자신을 그만큼 모르고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자신이 돋보여지고 발전할까요?
이게 한두명이 아닌게 사실 더 문제입니다. 청소년분의 문의를 받으면 '그냥 몰라서' 고른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허영심 중심의 구성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도대체 누구 등골을 빼먹고 싶어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학생때만 해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떼는 썼지만 저 정도로 개념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개념이 밥말아먹는 수준으로 떨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제 머리가 그만큼 보수화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 분들이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무언가를 갖고 싶을 때 자기 처지는 좀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렸으면 합니다.
코멘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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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8.09 23:08
위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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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주부용사
08.09 23:00
아마 아실거라 생각 됩니다 취미에 일명 돈xx하는게 안타까운건 자기마음이지요 단지 기백만원 좀오버 되는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_- -
iris
08.09 23:07
자기가 돈이 있고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데 돈X랄을 하는건 뭐라고 할 이유가 없죠. 그런데 돈도 없고 감당도 못하면서 욕심만 많은건 범죄의 시작입니다. 누군가에게 부담을 떠넘기며 자신이 감당할 한계를 넘어버리면 결국 배를 째게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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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만원이 준다면 50만원정도로 LOL원활하게 돌아가는 PC 만들고 15만원정도 하는 22인치 모니터 4개 묶은다음 50만원은 제가 땡겨 먹겠습니다. 크크크~~
올해초 어떤 분이 사무실 컴퓨터 맞춘다고 대당 15만원씩 하는 컴에다가 LED 20인치 모니터 사니까 대당 28만원씩 10대 맞췄습니다. ^^;
그정도도 고스톱 하는데는 충분하더군요.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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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주부용사
08.09 23:07
다른건 몰라도 업무환경에 최소한 불편함이 없을정도 (요즘 1980-1080지원하는 24인치모니터도 몇년전에 헐값) 모니터와 최소한 업무환경에 부담안가고 업무관련한 오피스 파일과 멀티테스킹에 최적화된 데스크환경정도는 마춰주는게 좋을듯싶더라고요 -_-...고작 터미널 창몇개 뛰어놔도 버벅이고 다운되는 컴푸터에서 작업하려면 미치더라고요 ㅠ.ㅠ -
문서작업 및 인터넷 작업만 하는 환경에서 1980X1080를 지원할 필요는 없을겁니다.
요즘 나오는 저가 듀얼급에 4기가램만 달아도 사무작업하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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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8.09 23:07
저라면 60만원으로 PC 하나 만들고 27인치짜리 대기업 모니터 좋은거 하나 얹은 다음 나머지는 제가 열심히 취미용으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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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주부용사
08.09 23:10
저도 그생각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빌어먹을 고물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꿈도 못꾸네요 ㅠ.ㅠ -
전설의주부용사
08.10 02:16
그환경이라는게 누구냐에 따라 달라요 간단 사무업의경리 수준의 업무면 모를까 좀더 많은 업무를 요구하는 간단한 수준의 업무도 모니터 하나로는 부족하기 나름이고 오피스 프로그램도 버벅이기 나름이죠 ㅠ.ㅠ 기능과 최적화는 멀리두고 그저 gui만 화려하게 도배해주는 프로그램 제작사에게 욕을 쏟아붙고 싶습니다 ㅠ.ㅠ -
저도 2기가램에다 듀얼급의 노트북을 쓰는데 작업하는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연산작업에 포샵까지 해도~)
쓸데없는 짓하지 않으면 skype까지 켜놔도 크게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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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정도는....가끔 의뢰 들어오는거 보면은 반대의 상황이 많이 일어나요 40만원에 모니터까지 롤중옵 견적의뢰에 화려하게 130견적에 뜬금없이 xp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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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8.10 01:03
32GB 메모리에 32비트 운영체제는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160만원이면 고사양으로 2대를 뽑을 수 있는 가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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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08.10 01:08
개인적으로 같은 청소년입장에서 정말 안타깝네요..
160만원중 60으로 AMD제품 구매가능하고 삼성 24인치 가능한데 말이죠...저희집 컴 사양이 그정돈데...솔직히 게임이야 PC방 가면 되잖아요 그돈을 좀더 의미있는곳에 쓰면 좋겠네요... -
태블릿포
08.10 02:23
그냥 한마디 하겠습니다.
차라리 패딩 한벌이 더 유익하다 생각됩니다.
등골브레이커가 되려면 차라리 추운 겨울에 뼈 시리지 않은게 낫다 봅니다.
아직 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생각을 가진건... 아직도 피시방에 헌금을 하며 롤이란 아이돌을 숭배하는 친구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15살이면 다 알거 같지만, 실상 돈의 관념이 그다지 크진 않아요. 부모님이 벌어온 돈이라는게 쓰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써선 안된다는 개념은 생각보다 늦게 따라온답니다. 이건 최근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부터 쭈욱 그래왔어요. 15-20년 전에도 몇백짜리 컴퓨터 견적 만들어서 용산에 오는 얘들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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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911
08.10 12:44
가이늄이 없는 중년이 반성합니다.
20년 전에도 PC 견적을 300으로 만들었습니다.
10년 전에 만들어도 그 가격은 변함이 없더군요.다만.... 조금 얼굴을 들어보는 것은....
한번도 그렇게는 구매를 못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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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isCO
08.10 20:46
그냥 가이니움 함량이 상당히 내려간게 맞습니다. 중고등학교 동안 직접 견적짜면서 부모님께 예산 여쭤가며 어떻게 굴릴지 상의해가면서 해온 입장에선 그냥 가이니윰 함량미달로 사료됩니다. -
유령상어
08.12 10:13
저는 업무환경으로
12인치 노트북에 1920-1200 해상도를 지원하는 대체 언제 나온지도 모르겠는 24인치 모니터를 쓰는데요....
과해요... 너무 과해요.
집에서는 맥북프로 2011 모델에 LG TV튜너 달린 LED? 뭐 그런걸 씁니다.
역시 과해요....
대체 저런건 어디에 쓰려고 저러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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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ItBetter
08.12 20:50
굳이 어린분들 뿐 아니라 국민총가이념지수가 상당히 내려갔어요.
/안마 /위로 /환호
쩝... 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