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파견나간 히스패닉 테크니션에게 들은 한국소식
2014.06.09 15:21
3개월 전에 용산의 미군기지 약국으로 저희 약국에 있는 테크니션이 군인인 남편이 한국 발령을 받으면서 파견 나갔습니다. 3일 전에 갑자기 다시 엘파소에 있는 저희 약국에 나타났더군요. 모두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올해 89세인 아버님이 돌아 가셔서 장례식차 일시 귀국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3개월 동안의 한국 생활을 이야기 하는 데 마치 천국 같다고 하네요.
저희 약국에는 약사 10명 중 네 사람이 한국인인 데 이 친구가 좀 둔해서 제가 야단을 많이 쳐서 아마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드는 데 한국에 가니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친절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길을 잃어도 모두 나서서 도와주고 엘파소에 비하면 엄청난 대도시인 서울이 너무나도 발전한 좋은 도시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하면서 왜 저보고는 안 돌아 가냐고 묻네요.
역시 입장이 다른 면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네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미국에 나오고 싶어 하는 데..
이 친구는 미국에서 차를 몰다가 서울에서는 도저히 운전 할 자신이 없어서 지금은 BMW를 탄다고 하네요. BMW(Bus, Metro, Walk).. 모두 한참 웃었습니다. 아마 애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한국에서 정년 퇴직때 까지 근무하는 것도 한 번 생각 해 보아야 겠네요.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생활비가 좀 적게 들고 주택보조가 나오니까요. 그런데 이 테크니션 친구랑 저랑 같이 어디 가면 아마 한국사람들은 훨씬 이 친구에게 잘 해 주겠죠. 제가 상사인 데..
역시 겉으로 보는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보는 세상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미국내에서 미국을 보는 시선과 또 미국인들이 보는 시선도 많이 다르겠지요. 그냥 미국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비리, 부조리가 역시 존재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과 기본은 그런데도 지켜진다는 데서 한국보다는 조금 나은 느낌입니다. 적어도 법조계는 한국보다 한 100배는 깨끗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여기는 부패한 공무원들은 재기가 안 되니까요. 일반 국민들의 신뢰도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구요. 물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미국 생활도 힘들지만 다행히 전 신뢰도 1위 인 간호사에 이은 신뢰도 2위의 약사라서 그런대로 양심껏 리베이트 없이도 먹고 사는 게 큰 문제 없다는 데 나름 미국생활이 한국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에는 아시안이 30% 후반대로 가장 majority 라고 하니 여기서도 역시 아시안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이 대단 한 것 같습니다. 미국내에서의 아시안들의 파워는 점점 커 질 것 같군요. 한국은 4년 제 대학을 들어 가는 비율이 50%가 안 되는 것 같은 데 여기는 적어도 원하면 다 들어 갈 수는 있네요. 물론 같은 주내의 주립이 아닌 경우의 학비는 많이 비싸더군요. 보통 졸업하면 억대의 빚을 안고 시작하더군요.
참 세상은 넓은 데 그렇게 사람이 살 만한 나라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육이랑 의료를 따져보면 캐나다가 미국보다 삶의 질이 높은 것 같은 데 또 경제 규모가 적어서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많은 캐나다 사람이 미국으로 직장을 구해서 나오니까요.
빨리 한국도 부정 부패가 없는 사회가 되어서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람 살 만 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 가지로 교육수준이 낮고 소득이 낮을 수록 공화당 지지도가 높습니다. 미국의 강남이라 하는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 살 때는 (가구 소득이 10만 불이고, 10만 명당 박사학위 소지자가 미국내에서 제일 많습니다.) 주위에 공화당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안 보이는 데 이 곳 엘파소 카운티(가구 소득 3만 불에 50%가 빈곤층입니다, 80%는 히스패닉)에서는 또 히스패닉 때문에 공화당원이 안 보이네요. 오히려 백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공화당원이 좀 있는 데 역시 대화를 하면 참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 교육, 나이,소득 수준에 따른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의 분포도는 어째 그리 한국과 닮은 꼴인지.
세월호 사건과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일말의 희망을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은퇴할 때 쯤이면 좀 나은 세상이 되어서 이런 걱정이 한 때의 기우였음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회원 여러분들과 같이 술자리도 하면서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도래 하기를 꿈구면서...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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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6.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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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6.09 15:37
간단하게 말하자면 죄를 지으면 비록 권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 처벌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의 신뢰도는 여기서도 바닥이지만 그래도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비리가 있는 사람은 그냥 바로 정계은퇴를 시켜 버리네요. 한국처럼 전과 14범이 재기한다는 것은 상상 할 수 가 없습니다. 평생 직장도 소득도 없는 사람이 부정한 돈을 받고도 계속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일국의 수장이 된다는 것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구요. 그래도 미국은 다소나마 삼권분립이 되어 직접선거를 하는 법조인에 대한 신뢰도는 한국에 비해 무척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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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6.10 00:49
음 이쁘게 포장을 하면 그렇고요 미국도 썩기는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 보다는 좀 더 '고상하게 보이는 방법으로' 썩어있습니다. 평생 직장도 소득도 없는 사람이 부정한 돈을 받고도 계속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일국의 수장이 될 수는 없지만, 돌대가리에 ㅇㅈ 밝히기만 하는 사람이 아버지가 대통령이란 이유로 좋은 대학 잘 나와서 정치판에서 승승장구하다가 또 대통령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런거 보면 ㅅㅅ의 ㅇㅈㅇ을 보는 거랑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윗물이 얼마나 썩어있는지 모르는 것은 미국이 오히려 더 심합니다. 상류사회의 사는 모습은 이곳의 평민들에겐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요.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생활은 마구 보도되지만 상류사회의 사생활은 절대 불가침입니다. 아주 가끔 죽고나서 한참 지나면 조금씩 새어나오기도 하지만요.
한국처럼 전과14범이 정치권에서 재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지만, 알아서 기기때문에 아예 전과가 붙지를 않는 곳이 미국입니다. 뭐 우리나라도 황태자가 전과붙는거 보셨나요 ? 똑같습니다.
미국에선 상류사회의 행동양식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지만.. 신문/방송에 나올 짓은 하지마라. 해도 되는데.. 못 막을 짓을 하면 곤란하다.. 입니다. 못 막을 짓을 해도 물론.. 눈에 뵈게 처벌받는 척만 하고 나오긴 합니다. 정계 일선에 나서지 못할 수는 있어도 평생 우리가 상상도 못할 호의호식 하면서 여전히 똑같은 범죄 저지르며 법위에 삽니다. 아마도 우리나라도 똑같을 것입니다만.
그래도 왕창 죽여놓고 모른척하는 일은 없지 않냐구요 ? 미국도 다 합니다. 우리나라 정권들이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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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6.10 10:20
그렇군요.
왕초보님이 말씀에 좀 더 와닿는 군요.
결국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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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것조차 안돼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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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으면 비록 권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 처벌을 받는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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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6.09 18:04
술한잔 하고 싶네요. 이넘의 정치...현실
** 추가 /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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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은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인 것 같아요. 모수 자체가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저 끝 없는 땅 덩어리 속에 자원이 얼마나 들었을까... 미국은 참으로 복 받은 나라다 라는 생각이 늘 듭니다. 한국은 작은 땅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사람이 많아요. 깨작거리며 개혁, 혁신, 진보, 쇄신 마구 외쳐 봤자 돌아 오는 것은 복수의 부메랑. 편 가르기를 해야 그나마 counterattack의 피해가 좀 덜 할까요. 작은 cage에 수백마리의 쥐를 구겨 넣으니 서로 물어뜯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작은 cage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결국 지연, 학연, 종교, 성씨 등등 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극한의 경쟁 환경이 생깁니다. 누가 센지 결판을 내야 질서가 잡히니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성...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왜 안나오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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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06.09 20:58
글쎄요. 외국을 좀 나가 봤다 생각하지만 한국이 살기 그리 각박한 나라는 아닌것 같습니다. 극빈층에 대한 복지가 부족하다 하지만 북유럽이나 뉴질랜드에 비교했을때 그런것이지 평균 이상의 복지는 이루어 지고 있고 경제적 측면 외에도 교육적 측면의 복지가 잘 구축되어 있다 생각했습니다. 최소한의 공부할 기회... 좁은 땅덩어리와 한정된 자원만 그것도 매우 적은 자원이 있는 나라는 인구 적고 자원 많은 나라와 같을 수 없습니다. 결국 교육만이 살길이고 그에 따른 경쟁도 감수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외에도 개선해 나가야할 사회문제도 많습니다만 안그런 나라가 있을까요..추천:2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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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06.10 11:00
저도 키라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미국서 자라고 전문분야에서 기반잡고 살고있지만 미국의 생활이 그리 녹록한게 아닙니다. 이민자에게 제일 좋은 나라라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각종 사회의 복지가 무너지고 있기때문에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미국은 개개인의 역량으로 충족시키게 만들었지만 (예를 들면 좋은 직장으로, 그리고 그것 하나뿐으로)
요새 한국으로 길게 출장올때 느끼는거지만 한국은 나날히 발전하고 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줄입니다만 제 결론은 이겁니다:
1. 능력있으면 해외나가서 무한경쟁(?) 해 봐라.
2. 나가서 살다 보면 한국만한 나라도 없다는 생각을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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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사고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1) 미국에 업무차 종종 가서 살다보면 이래 저래 듣는 얘기가 기본적으로는 깨끗하다는 것인 것 같습니다. 정말 깨끗하다고 느끼는 나라는 어느 정도인지 "한국"에 사는 저로써는 도저히 감 잡는 것 조차 불가능합니다.
한국은 정치인들은 지 돈벌이 되는 것만 선진국인 것처럼 들여오기 때문에, 정치를 포함한 기본적인 공권력이 깨끗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2) 교육감 직선제를 손보려나 봅니다.
정치가 감히 교육을 손대다니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정말 이대로 가면 망할거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