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 처세술을 배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2011.02.05 01:51
조금 있으면 중국계 싱가폴 교수가 한명 옵니다. 한달전에 저의 대학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이쪽이 새학기이고 바쁘니까 오지 말라고도 못하고요. 저랑 안면도 별로 없는 사람인데 가끔 스카이프에서 말을 걸면서 친하게 하더니만요. 이번에 근처에 지나가니까 꼭 우리 대학에 들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랑 2박3일동안 돌아다닐 것 고민하면서 이래저래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국내 비행기 타기 전에 메일 보낸걸 보면, 이번에 싱가폴 대학에서 계약이 끝나니 나와서 여기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하네요. 뭐, 쉽게 말해서 자기 일자리를 위해서 저랑 계속 연락주고 받은 걸로 밖에는 생각이 안드네요. 제가 일하고 있는 나라는 학문적 성과가 낮은 것 같으니, 자기가 더 높은 자리로 여기 대학에서 초청해 주면 일해볼만 하겠다나요. 정말 떡 줄사람은 생각도 없는 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이 중국 아저씨에게 쓰이는 말이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연락주고 받으면서 잘되는 친분관계도 있습니다. 얼굴 안보고 이메일만으로라도 공동 프로젝트를 같이 한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친분관계가 남고 서로서로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국인 아저씨는 정말로 이쪽 일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서로 도움 주고받은 일이 없고 그냥 커피마시면서 몇번 이야기한 것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어느나라 어느 학회에서 이 사람을 만난건지도 기억도 안 납니다. 아마 한국에서 한번 만난것 같네요.
이 사람도 그렇고 싱가폴에 있는 같은 중국계 사람들을 보면요. 처음에 뭐가 있을 것 같을 때는 정말로 간을 빼줄것 같이 칭찬해주고 따뜻한 말로 감싸주다가 정작 계약할 당시에는 태도가 싹 바꿔서 연락을 뚝 끊거나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유럽에서는 생각도 못할일이죠. 저도 2년전에 싱가폴로 전직할까알아보다가 그 사람들 태도가 신뢰감이 안되어서 그만뒀고요. 때마침 우리대학에서 그쪽으로 연수 가는 젊은 대학원생 부부도 처음엔 싱가폴에서 친절하게 메일이 오더니만 얼마후 돈줄이 끊겼다면서 연락이 일방적으로 끊겼다고 합니다. 아마 그 처음에 왔다는 친절한 메일도 어딘가에서 받은 걸 템플릿으로 저장해 뒀다가 이름만 바꿔서 보낸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궁할때 주변에서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뭔가 내키지 않는 이 야리꾸리한 마음은 어찌다스릴까요? 중국 사람들 과장된 모습으로 포장하고 나중에 실속은 별로 없었고, 진득히 뭔가를 성취해 내는 모습은 못본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이렇게 중국 사람들처럼 태연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일을 해나간다고 좋게 볼 수도 있네요. 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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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만나보니 그냥 조용한 시골 아저씨 같은 분입니다. 저도 괜히 겁먹었나봐요. 주말에 덕분에 잼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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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2.05 14:51
......... 좋은점, 나쁜점이 있을겁니다....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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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중국에 있어보니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습니다. 칭찬른 그냥 좋은 관계를 만드는 다리역활이라 보시면 되고
나중에 서로의 거래에 있어서는 그 다리위에서 서로간에 적당한 내용으로 손해없이 거래해야함 이라고 중국 친구가 이야기 하더군요
처음만나면 서로간에 칭찬만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간의 거래에 있어서는 신용은 포함되지 않습니다.그래야 나중에 뒷탈이 없습니다.
아이팟으로 적는거라 정리가 안되네요 ㅠㅠ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싸움난 적 없습니다. -
중국 분들 재미있습니다. 남에게 뭔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안면이있더 없던 연락해서 관계를 다지고 봅니다.
그리고 워놔는 것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참 불쾌하고 기분 나쁘더군요. 하지만 차츰 제가 그쪽으로 원하는 것을 교류하고 거절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난 뒤로는
아 이게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구나 라는걸 느낌니다. -
김강욱
02.06 03:52
요한님의 말씀이라면 꼭 배워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정 때문에 정말 못하는 것 중 하난데요.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꼭 배우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주의를 추구한다면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혼자 잘사는 방법"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꽤나 "자기 몫"만 찾고 챙기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만, 그걸 나쁘다고 말할 것은 아니기에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제 몫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니 일정부분 배워보는 것도 필요하다는게 요즈음의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그 분하게 너무 휘둘리지 않으시길......... 안되는 것은 분명하게 "NO"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