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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중국계 싱가폴 교수가 한명 옵니다. 한달전에 저의 대학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이쪽이 새학기이고 바쁘니까 오지 말라고도 못하고요. 저랑 안면도 별로 없는 사람인데 가끔 스카이프에서 말을 걸면서 친하게 하더니만요. 이번에 근처에 지나가니까 꼭 우리 대학에 들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랑 2박3일동안 돌아다닐 것 고민하면서 이래저래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국내 비행기 타기 전에 메일 보낸걸 보면, 이번에 싱가폴 대학에서 계약이 끝나니 나와서 여기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하네요. 뭐, 쉽게 말해서 자기 일자리를 위해서 저랑 계속 연락주고 받은 걸로 밖에는 생각이 안드네요. 제가 일하고 있는 나라는 학문적 성과가 낮은 것 같으니, 자기가 더 높은 자리로 여기 대학에서 초청해 주면 일해볼만 하겠다나요. 정말 떡 줄사람은 생각도 없는 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이 중국 아저씨에게 쓰이는 말이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연락주고 받으면서 잘되는 친분관계도 있습니다. 얼굴 안보고 이메일만으로라도 공동 프로젝트를 같이 한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친분관계가 남고 서로서로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국인 아저씨는 정말로 이쪽 일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서로 도움 주고받은 일이 없고 그냥 커피마시면서 몇번 이야기한 것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어느나라 어느 학회에서 이 사람을 만난건지도 기억도 안 납니다. 아마 한국에서 한번 만난것 같네요.


이 사람도 그렇고 싱가폴에 있는 같은 중국계 사람들을 보면요. 처음에 뭐가 있을 것 같을 때는 정말로 간을 빼줄것 같이 칭찬해주고 따뜻한 말로 감싸주다가 정작 계약할 당시에는 태도가 싹 바꿔서 연락을 뚝 끊거나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유럽에서는 생각도 못할일이죠. 저도 2년전에 싱가폴로 전직할까알아보다가 그 사람들 태도가 신뢰감이 안되어서 그만뒀고요. 때마침 우리대학에서 그쪽으로 연수 가는 젊은 대학원생 부부도 처음엔 싱가폴에서 친절하게 메일이 오더니만 얼마후 돈줄이 끊겼다면서 연락이 일방적으로 끊겼다고 합니다. 아마 그 처음에 왔다는 친절한 메일도 어딘가에서 받은 걸 템플릿으로 저장해 뒀다가 이름만 바꿔서 보낸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궁할때 주변에서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뭔가 내키지 않는 이 야리꾸리한 마음은 어찌다스릴까요? 중국 사람들 과장된 모습으로 포장하고 나중에 실속은 별로 없었고, 진득히 뭔가를 성취해 내는 모습은 못본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이렇게 중국 사람들처럼 태연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일을 해나간다고 좋게 볼 수도 있네요. 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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