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름다운 여자
2012.05.31 22:25
- 마리나라는 여자분이 찾아오셨어요.
- 아, 마리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잠깐만, 잠깐만요!...
나는 거울앞으로 뛰어가 넥타이를 바로잡고 튀어나왔다. 내 앞에는 뚱뚱하고 키는 작고 퉁명스러워 보이며 끔찍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 마리나에요. - 그녀가 말했다.
- 실례지만 마리나의 어머니 되시나요?
그녀는 쓴 웃음을 지었다.
- 아니에요, 내가 안나 니꼴라예브나 마리나입니다.
- 하지만 제가 아는 안나 니꼴라예브나 마리나는...
- 아, 당신은 그 아름다운 금발여자를 말하는거죠? 그녀는 일생에 한번도 안나 니꼴라예브나 마리나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을 속인겁니다. 부디 화내지 마세요, 모두 털어 놓을테니까요. 저는 단편소설을 쓴답니다. 아니 알아주세요, 쓰고 싶었답니다. 제게는 많은 쓸 거리들이 떠올랐고 이것들을 소설로 옮겼습니다. 단편 3개를 써서 세개의 잡지사로 보냈죠. 그것들이 좋은 단편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도 그것들은 출판되지 않았으니까요. 그 편집장 중 하나가 당신입니다. 저는 몇번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당신은 바쁘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고 하는 일이 반복되었죠... 결국에는 당신 비서가 제게 원고를 돌려주었습니다. "거부됨"라는 메모지를 달아서요. 실례지만 당신은 그걸 읽어보지도 않았더군요!
- 숙녀분, 설마 그럴 리가 있었을까요!
- 그 소설은 나중에 당신 잡지에 실리게 됩니다. - 나직하게 그녀는 말했다 - 그때 저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지요. 저와 함께 사는 젊고 아름다운 금발미녀가 살았죠. 바로 당신에게 안나 니꼴라예브나 마리나라는 이름으로 찾아간 여자말입니다. 그녀 역시 돈이 궁한 상태였고 저는 그녀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소설은 내가 쓰고 그녀가 편집자에게 소설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편집장들에게 관심있는 것은 얼굴이니까요.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소설을 전해주자 3일만에 응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소설들이 다 받아들여졌습니다. 맙소사!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었죠. 젊고 아주 아름다운 여자가 글을 쓴다는 것. 그 작고 아름다운 머리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사람들은 알고 싶어했죠. 모두가 그녀의 재능에 대해 감탄했죠. "당신은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의 머리속에서 태어난 생각들이라면 흥미를 끌만했죠.
제 소설에는 많은 비관적인 시선들로 가득했습니다, 제가 산 삶은 제게 낙관이 뭔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람들의 특별한 주목을 받았죠! 저렇게 아름답고 밝은 여자에게 그러한 비관적인 시각들이라니! 하고 말입니다. 그녀는 돌아와 편집장들과 이야기한 것을 저에게 털어놓았어요. 우리는, 실례합니다만, 그것을 두고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녀는 잘 웃고 저는 그렇지 않지만 우리는 굉장히 이것들을 즐겼답니다. 우리들의 사업은 대성공이었어요. 우리는 매달 200루블을 벌었고 100루블은 내가 100루블은 그녀가 챙겼죠. 모두가 잘 되어갔습니다. 지난주까지는 말이죠. 갑자기 그녀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채용되어서 헤어지기 전까지 말입니다.
-오케스트라로요?
- 네, 저는 그녀에게 나와 함께있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좋은 기회가 있었죠! 1년만 더 한다면 우리는 매월 5,600루블도 문제가 없었을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오케스트라일이 더 재미있다며 떠나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녀 대신 다른 대역을 쓸까? 하지만 그건 안되는거였죠. 매번 다른 마리나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다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 소설은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출판사들은 내 작품을 찍고 있으니 그럼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거야...라고 말이죠. 부디 제게 화내지는 마세요!
- 잘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이건 너무 이상하고 옳지 못하고 게다가 부정직한 일입니다, 문학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 네 압니다. 바로 다른 출판사에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으니까요. 제가 오늘 당신을 찾아온 것은 당신은 항상 제 소설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당신이 항상 마음에 들어하던 같은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바로 안나 니꼴라예브나 마리아에게 단 3일만에 답변을 주던 것이죠. 제가 1주쯤 후에 다시 오면 될까요?
- 아뇨 3일이면 됩니다. 그때 오세요. 답을 드리겠습니다!
- 1주는 필요하시지 않으세요? 1주가 나을것 같은데...
- 숙녀분,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단 3일후에 답을 드리죠! 3일후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3일 후에 나는 비서로부터 메모를 받았다.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대로 1주 후가 좋을 것 같습니다. 화내지마세요, 1주 후에 오겠습니다 -마리나"
아 대체 무슨일이람. 그것들을 읽었어야 하는데,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있었던 것은 내 기억으로는 무엇인가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어떤 국제적으로 떠들썩한 일이 있었고, 일거리가 많았다... 나는 완전히 빈 틈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곤 원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어떤 새로운 잡지에서 마리나의 단편을 읽게 되었는데 어느날 저녁 나는 우연히 그 잡지사의 편집장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 그런데 말야, 자네 마리나의 소설을 싣고 있더군?
- 아, 당신도 그녀를 아나? 정말 대단하지 않나? 그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또 없어. 편집부 모두가 그녀작품을 마음에 들어하네. 게다가 그렇게 매혹적인 금발녀라니!
- 금발머리라고?
- 응 금발이지, 그게 왜?
-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V.도로쉬께비치, 소련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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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5.3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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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러시아는 시와 노래만 탁월한 게 아니라 단편소설도 재미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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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6.01 00: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네요.
인간이란게 다 저렇죠.
자기는 아니라고 부정하는 인간이 더 비인간적으로 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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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님 만큼 꾸준히하면 뭐가 되어도 된다 랄까.
하여튼 묵묵히 대단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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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씁쓸한 현실~ㅋ 여자는 이쁘고 봐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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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06.01 09:45
시인줄 알고 클릭 했는데 오늘은 단편 소설 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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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06.01 14:44
그냥 이베이에서 구한 소련 옛날 잡지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 올려봅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예지력 상승했네요. 이제 케퍽 메인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영진님 글인지 알 수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