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직장 동료에게 밥을 한 번도 안 사 주신 분은 여기 KPUG에는 없겠죠?
2012.06.15 16:35
지난 주에 22년 근무한 테크니션이 잘렸습니다.
미련스럽게 정년 퇴직과 외래 약국으로의 전출을 거부하더니만 이제 잘렸으니 그 동안의 공무원 연금을 하나도 못 받게 되어 생계가 곤란하다고 하니 좀 마음이 안스럽네요. 다른 외부였었으면 진작에 잘릴 걸 공무원이구 군이다 보니까 느슨한 환경 때문에 오래 있었습니다.
이 친구 때문에 바쁜 시간에는 밥 먹으러 가지 않기, 자리를 비울 때는 어디 가는 지 보고하기, 퇴근시간 전에 보고 없이 퇴근하기 않기 등등 여러 룰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충 어떤 친구인 지 아시겠죠.
이 친구까지 포함해서 모두 4 명이 약국을 떠났는 데 공통점은 모두 타인에게 베푼 적이 전무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가까운 지인이 없고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새 시스템에 적응 못하니 고과 평점이 낮고..
결국 결론은 직장동료에게 잘 하는 게 그 직장에서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전에 언급한 뒤통수 안 맞는 비결이기도 하구요. 별 관심도 없는 NFL, NBA, NCAA 등의 경기가 진행 될때는 돈 걸라고 찾아오는 잘 모르는 동료들과 같이 돈을 걸어야 하구요. 한 번 도 딴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계기를 통해서 아 잰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하는 인식을 주고 좀 더 가까워 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내부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직장에 적응이 훨씬 수월하게 되죠.
일을 나눌 땐 좀 애매하면 항상 제가 좀 더 하는 (55:45) 모습과 밑의 사람(테크니션들)에게 틈틈이 밥도 살 경우에도 항상 좀 더 내는 게 그냥 마음이 편하더군요. 전 20년 30년 된 친구도 다시 만나면 반갑게 맞이하고 편안하더군요.
6월 21일에 한국 도착인 데 서로 공항나오겠다고 하고 KTX도 예매를 해 주는 군요. 역시 사람이 재산입니다.
미국 영주권 신청시 추천서를 10통인 가 받았는 데 전부 외국인친구와 은사들이 쉽게 써 주어서 쉽게 받았습니다.
근처의 한 한국인 친구는 추천서를 못 받아서 한국에 있는 사람에게서 추천서를 3 장 인 가 받아서 결국 영주권을 못 받더군요. 오래 된 친구가 없는 전형적인 뺀질이 되겠습니다. 그런 데 가는 곳 마다 꼭 이런 친구들이 있네요. 소탐대실하는 친구들...
자 아직 식사 안 했으면 한 번 이야기 해 보는 건 어때요. 오늘은 내가 쏜다라고...
코멘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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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事가 萬事 라는 말이 틀림 없는 것 같네요. 나한테는 엄격해도 남에게는 베풀고 이해해 주고....
김민님의 과거 선행이 이제 福이 되어 돌아오는거겠지요^^ 부산에 오시면 번개 한번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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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6.15 17:03
공감합니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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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사주기는 많이 사주거 같은데... 받아먹어보지 못한사람도 많네요.. ^^
그래서 안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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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6.15 17:37
ㅎㅎ이게 사는 측과 받는 측이 감사의 마음을 아는 경우에 적용이 되는 듯 합니다.
아예 받는 걸 당연시 하는 X XXX XX XXX XX 놈들이 있어서 문제네요.
그래도 돌려받을 거 생각없이, 진심으로 베풀어서 돌아오는 게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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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6.15 17:40
오시면 번개치세요... -
몽몽이
06.15 17:46
제가 잘 못하는 부분이라 더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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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반성하게 되네요..
저도 예전엔 항상 먼저 베풀고 못 받아도 그런생각 안하고 기분 좋게 항상 베푸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순간 나는 항상 베푸는데 왜 상대방은 안베풀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그 이후론 저도 모르게 남이 먼저 베풀기를 바라고 그런 쪽으로 계산하게 된 것 같아요.
남에게 베푸는데에 대한 순수함이 사라졌다고 해야할까요..?
근데 그게 또.. 제가 밥을 몇번 사고서도 정말 편하게 '야 나 배고픈데 돈이 없다~ㅠ 맛난것좀 사주라^^'
이런말도 편하게 할줄 알아야되는데 편하게라도 사달라는 말은 죽어도 못합니다..
그리고 친구에게라도 한번 얻어먹으면 그게 계속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서 다음번에 제가 사지 않으면 정말 정말 미안해지구요..
스무살에 자취생활 시작해서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남과 격없이 사이좋게 잘 지내는 정말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친언니처럼 생각했던 언니들에게 배신당하고 힘들어하며, 사람이란 것에 대해 다시한번 오랫동안 생각하게 된 시간 이후로
남이 어렵고 경계하게 되고 정도 주지 못하고 편하게 대하지도 못했던 것 같네요.
요새들어 더 이런쪽으로 깊게 생각하게 되고 간절히 바꿔보고 싶은데~~ 어디 방법이 없을까요? ㅠ.ㅠ
마음가짐을 어떻게 달리하면 될까요?
진짜 예전엔 왈가닥에 해맑고 누구와도 친해지는 쾌활한 아이였는데.. 그때의 제가 어디갔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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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너무 삭막해진것 같네요... 지갑 가벼운건 누구나 가벼운건데...
점점 안사주다보니... 서로 더치페이만 하고...
문자그대로 "같이 밥먹는 친구/동료들"만 되었네요... 어쩌다가...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밥 사줄수 있는, 그런 따뜻한 모습으로 돌아가고싶네요...
노력해야겠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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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이 최고죠.. 모르는 사람도 밥한번 사주고 술한번 사주면 그게 인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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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we are all human beings. 모든 것을 가능하게 or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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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많이 공감이 가네요. 저는 학생들이랑 밥먹으로 가면 꼭 학생들이 저를 사줘서요. 당시에는 웃으면서 잘 먹었는데요. 기분좋게 대접 받았던 것 만큼 남에게도 배풀어야 겠어요. 더 배푸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이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이나 다 똑 같은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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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무
06.15 23:54
글도 수필 읽는것처럼 편하고 내용도 좋아요, 좋은 말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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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6.16 00:30
밥 잘 못 얻어먹을 것 같은 사람들만 사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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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사면 한달가야 정상인데... 보름 못넘긴다는...
그래봐야 한끼 몇백원 안해서 생색도 안나요 ^^;; -
~찡긋*
06.16 11:35
예전에는 후배가 찿아오면 용돈도 주고 했었는데
지금은 누가 몇천만 땡겨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케퍼거가 전주나 익산에 오시면 비빔밥,콩나물국밥,(값싼)한정식,또는 두부요리정도는 대접해 드릴께요. -
minkim
06.17 15:54
힘내세요. 글이나라마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절이 지나면 반드시 좋은 시절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ㅋㅋ 사람이 재산인 것 맞습니다.
음, 동료에게 밥 한번 사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