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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안내: 이 글에는 '강간'같은 공식적인 표현은 맞지만 여성분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깊은 양해를 당부드립니다.


뉴스만 틀면 무슨 강간살인에 미성년자 강간까지 갑자기 우리나라의 몹쓸 인간 쓰레기들이(이건 제 개인적인 속마음입니다. 저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은 저걸로도 표현이 모자랍니다.) 갑자기 세상 두려운줄 모르고 욕망에 불타오르기라도 한것처럼 보입니다. 언론은 이걸로 꼭지의 1/4은 가볍게 채우고, 정부도 별의 별 설레발을 다 칩니다.


강간 관련 범죄는 옹호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나오는 범죄 사례에 분노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통계입니다.


범죄.gif


이 통계는 경찰청이 작성하고 통계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강간 관련 범죄에 대한 통계입니다. 2011년이나 2012년은 아직 데이터가 없지만, 세상이 확 뒤집혀서 난리 부르스를 칠 가능성은 낮기에 데이터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2007년 이래로 강간 범죄 발생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우리나라의 남자들의 많은 수는 늑대에 X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강간 범죄 전체의 수보다는 강간살인, 강간상해(치상), 미성년자 강간같은 매우 강력한 범죄의 통계입니다. 이 숫자는 유의할만한 변화가 5년동안 없습니다. 즉, 이 통계는 무작정 강간 사건이 늘었다기보다는 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 의식이 강해지고 피해 사례를 숨기며 혼자 피해를 삭히기보다는 제대로 신고를 하여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피해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만큼 우리 곁에는 숨겨진 강간 범죄가 많았다는 뜻이기에 성인들, 특히 성인 남성들은 저를 포함하여 도의적인 반성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모든 입에 담기 어려운 그 범죄 행위의 드러난 숫자가 아닌 그 이상의 행위, 쉽게 말해 위에 적은 강간살인이나 미성년자 강간 등 인간 이하의 행동의 절대 숫자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지날 때 마다 매우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를 한 명씩 만납니다. 그리고 한 주에 한 명 이상의 어린이가 늑대라고도 할 수 없는 X자식들의 손에 차마 말하기도 어려운 일을 당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한 주에 15명의 성인 여성이 악마의 손에 농락당하는 것도 모자라 부상까지 입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우며 저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작년에 우리는 미성년자가 매주 한 명 이상 그러한 일을 당했음에도 1년 52주 내내 그에 대한 분노의 물결로 가득 찼습니까? 1년 365일 최소한 두 꼭지 이상을 차지하는 뉴스의 성인 여성의 험한 꼴 뉴스를 접하고 살았습니까? 그랬던 기억은 대부분 없으실겁니다. 그렇습니다. 그 전에는 가끔씩 나오던 사건 사고면의 일부로 가볍게 다루던 뉴스에 불과했고, 살인 사건이라도 나야 반짝 언론이 관심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렇게 '國 K-1'에서 늘 하는 회의 하나보다 못하게 이러한 사건을 다뤘던  언론, 그리고 큰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정부와 경찰이 무슨 대한민국의 여성이나 어린이들을 지켜주겠답시고 갑자기 성투사가 된 것일까요? 이게 우리가 사건에 대해 분노를 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인간 이하의 존재들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살인 사건이나 살인은 아니더라도 엽기적인 사건(집안에 침입해 아이를 납치하거나 종교시설에서 치상 차원을 넘는 부상을 입히는 등)이 나서 기사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언론 경영진의 입맛에 맞춰 이 기회를 이용하길 원합니다. 자신들과 결탁한 권력이 국민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이용하여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자신들이 잘 모르는 것, 남들도 잘 모르지만 왠지 나빠 보이는 것을 희생양으로 몰아갑니다. 아동포르노를 비롯한 성인 관련 컨텐츠 전체를 이번에는 희생양으로 삼았는데, 아동포르노는 소지 자체로도 구속 대상인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일 정도의 문제이기에 굳이 변호할 거리가 못되지만, 그것을 핑계로 늘 하고자 했던 P2P 금지나 웹하드 폐쇄, 인터넷 검열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와 정치권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성범죄자를 불심검문으로 무슨수로 잡아내겠다고 이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설레발을 치질 않나, 남들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막는 아동포르노에 법만 정해놓고 별반 관심도 없다 이제와서 그걸 악이라고(원래 악입니다만) 난리를 칩니다. 이 기회를 노려 국민을 얽어매고 반대파에게 주홍글씨를 찍어대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자 열심히 회의와 발표를 합니다. 그렇게나 정부가 난리를 치고 정의의 투사인양 행동할거면 피해 아동의 치료비라도 전액 대줄 것이지 내주는건 치료비의 새발도 안되는 겨우 500만원입니다. 어차피 이들이 바라는건 가카의 도곡동이나 내곡동 땅문제나 여당 대통령 후보의 사상 문제에 대한 논란을 국민의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분노의 에너지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활용하는 것 뿐입니다.


정말로 언론이나 정부가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길 원했다면 성추행한 국회의원을 냉혹하게 감방에 집어 넣고 간통하는 목사를 암흑에 묻어버리고 신도의 속옷을 벗어 신앙심을 확인하겠다는 뻔뻔한 목사의 신도가 다 떨어져 나가도록 두들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이들의 행동을 묵인하고 묻어버리려 했습니다. 힘이 있다면 여성의 권리나 성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농락해도 된다고 언론과 국가가 묵인하는데 잠재 성범죄자들이 그것을 보고 무엇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성범죄라는 것은 성욕 등 욕망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힘을 약자에게 휘둘러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치졸한 행위입니다. 세상이 '힘이 있다면 뭔일이든 벌여도 좋다'고 인정하고 강자(사회 지도층)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무는 한 그들에게는 'GO~' 사인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개만도 못한 존재 때문에 인생이 암울해진 것은 어른들의 책임, 남자들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은 아이 하나를 직접 몸으로 못막아주고 성범죄자의 거시기를 안잘라내서가 아닙니다. 부자 동네의 치안에 돈을 쓰고 서민 동네에는 머리 수에 비해 돈을 덜 쓰는 평등주의에 빠진 정부를 용서한 죄, 지도층의 여러 성적인 악행을 보고도 별 반응 없이 넘어가 숨은 범죄자들에게 '저 넘들도 힘으로 여성들을 눌렀으니 나도 나보다 힘없는 사람을 누르면 될거야'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죄입니다. 우리는 여성과 어린이 앞에 죄인이지만 그 죄를 참회하는 길은 행위 하나에 화를 내고 '사형 ㅇㅋ, 거세 ㅇㅋ'따위에 환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삶 그 자체에 '힘있다고 약자를 누르면 인생 망친다'는걸 보여주는 세상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그것이 성범죄를 줄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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