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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적어 보겠습니다. 작년 봄에 가계부채 관련해서 발표 자료를 준비할 때에만 해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미시경제, 선물옵션, 채권발행 등을 배우면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본사에서 재무모델에 대해서 강의하려고 한국에 오신 분에게 들은 강의 내용이죠.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의 일반 은행 대출중에서 미국 방식으로 프라임 모기지는 그닥 많지 않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프라임 모기지는 원금분할 상환방식인데 반해, 한국은 상당수가 일정기간 거치(이자만 내고)후 원금 분할 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 등등의 여러가지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일단 프라임 모기지로 분류되기는 어렵지요.


 그리고 이러한 거치후 원금균등분할/원리금 균등분할의 경우에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만기까지 안정적으로 갚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론적으로 30년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그 전에 갚으며, 일단 대출 받아서 지르고 거치기간 동안 이자를 갚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고 다시 더 큰 집을 사고 하는 방식으로 많이들 집을 늘려나갔습니다. 이러한 거품은 이전 정부에서 생긴 LTV(자산가치 대비 대출, Loan to Value)를 통해서 어느 정도 범위내에서 관리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오랜 호황과 집값 상승으로 집 가격의 100%를 대출 받아서 흥청망청 쓰다가 집값 폭락으로 같이 망가지는 경우도 생긴 거죠.


 한국의 경우에도 집단 투매가 들어간다면 60%의 LTV도 더 줄여야 하겠지만 그럴 경우 여러 부작용이 있어서 고려된 적은 없습니다. 작년 봄쯤에 한국의 경제에서도 부동산 거품을 걷어낼 준비를 해야 했고, 좀 힘들더라도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다수의 건설사, 그 뒤에서 돈줄 역할을 하던 저축은행들, 그리고 저축은행들에게 받아 먹은 정치인 등등을 고려하느라 부동산 경기대책을 내놨고 현재 시장은 아주 막장으로 가면서 하우스 푸어를 양산해 놨습니다.


 돈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땅을 사고 집을 사놓고 오랫동안 거주하면 긴 안목으로 대하는 것을 우리들은 '투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 부분의 위험을 제거했고 그런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산이 3억이 안되는 사람들이 5억짜리 집을 사서 올라가겠지 했고, 다들 부추겼고 그 결과 매달 몇 백만원을 원금과 이자를 내는 것은 투기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런 투기를 한 사람들이 다 나쁜 감정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이제 조그마한 외부 충격에도 살포시 무너질만큼 많은 위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 투자 모두 좋고 하다 못해 제 고향인 경기도 화성에만 내려가도 장미빛 시나리오를 말하면서 투자를 권하는 부동산업자들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위험을 감당할 만한 재력이 충분히 있느냐 입니다. 실제 선물옵션 이론을 보면 전문적인 투기꾼이라고 해서 항상 위험을 선호하지는 않으며 그들은 통제할만한 범위내에서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지 막연히 위험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위험을 줄이거나 회피할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을 갖고 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잘 모르며 단순히 위험을 지려고 합니다.


 네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꼼꼼이 따져 보고 투자를 하는 게 좋지요. 돈이 많은 사람이 여유를 갖고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당장 수입과 지출을 고려하지도 않고 혹해서 땅을 사고 아파트를 사고 하는게 문제이겠지요.


 근데 아무래도 별내 신도시 부동산을 한 번 다녀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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