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전에 직원들과 커피 한잔 하면서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가, 본인의 학벌과 관련된 고민을 하는 직원에게 무심코 던진 농담에서 스스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상급학위를 한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주느냐는, 실제로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이냐가 중요하겠지요.  단순히 이력에 한줄 넣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언가 학문적으로 이루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탐구의지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러시아에서 공부를 조금하였는데, 러시아의 학제 중에 가장 특이했던 것이 깐디다뜨라는 학위(?)입니다.  영진님이 계신 KPUG에서 러시아 이야기 하려니 부끄럽고 우습습니다(저는МИФИ 다녔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아스삐란뚜라를 거치면 주어지는 학위의 이름이 깐디다뜨입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candidate입니다.


학제 상으로는 분명히 서구의 Pd. D이지만, 이제야 혼자서 공부할 자격을 얻어 독또르가 될 수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허용된 후보자인 셈이지요. 이게 상징적으로 느껴지는 바가 참 컸습니다.  이제야...'공부할 자격'을 겨우 얻은 것이라니....러시아에서 독또르가 되는 길은.....뭐......험난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박사 취득 후, Post-Doc을 하고, 연구성과를 내고, 논문을 내고, 박사 과정 지도 성과를 내서 어느덧 석학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정도....그 때에서야 독또르가 될 수 있는 거죠...


아...쓰고 싶은 말은 박사라는 학위가 결국은 어떤 사람의 성취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 사람이 정말 그 분야의 공부를 혼자서 계속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라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했던 농담은......제가 학위가 없었더라면, 자격이 없어서 할 수 없는 농담인 것이...

직원이 하도 본인의 학벌 / 학위 자체에 고민을 하고 있기에....


"학사 학위는 '아, 이제 이 분야에 대해 좀 알것 같군. 이런 식인 것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고,

석사 학위는 '아...내가 아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아는 게 없었군.'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고,

박사 학위는 '나만 모르는 줄 알았더니, 다들 모르는 군.'이란 걸 깨달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학벌/학위 자체에 뜻을 두지 말고, 본인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고, 본인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해 보라....고 했습죠...


근데, 저 농담.....10년도 더 전에 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격이 없어서 차마 하지 못했는데, 결국은 이제서야 한번 써먹었습니다. ㅋㅋㅋㅋ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KPUG 운영비 모금. 안내 드립니다. - updated 250601Su [27] KPUG 2025.06.01 382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31218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41446
29775 노트북 메모리가 박살났습니다. [6] matsal 06.05 147
29774 산신령님을 뵈었습니다. [6] 해색주 06.02 200
29773 최근에 만든 만든 신상..강아지 원피스.. [14] file 아람이아빠 05.27 334
29772 험난한 재취업기[부제 : 말하는대로 된다. ] [16] 산신령 05.21 413
29771 에고 오랜만에 근황이나.. [19] 윤발이 05.18 376
29770 알뜰폰 가입했습니다. - 이제 동영상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9] 해색주 05.16 363
29769 망할뻔 한 강아지 가방.. [10] file 아람이아빠 05.15 320
29768 소소한 지름들 [7] 해색주 05.04 411
29767 펌/ 무거운 침묵 by 추미애 [6] file 맑은하늘 05.04 343
29766 시민들이 모여있네요. 조국 장관 이후.오랜만에 서초역 왔네요 [8] 맑은하늘 05.03 328
29765 비가 오네요. [2] 해색주 05.01 315
29764 손수건 만들기.. [10] file 아람이아빠 04.28 355
29763 추천 가전제품 (비데랑 정수기) [4] file minkim 04.19 515
29762 오랜만에 등산화 신고 천마산역 가는길이네요 [9] 맑은하늘 04.13 820
29761 10년 넘어서 노트북 바꿨습니다. [16] file matsal 04.12 838
29760 전 이 시국에 미싱.. 갤럭시탭 케이스 리폼.. [4] file 아람이아빠 04.11 785
29759 이 시국에 팜 =) [7] 왕초보 04.11 777
29758 윤석렬 대통령 파면 [11] 해색주 04.04 780
29757 Palm M505/M515 [7] 라이카 04.04 469

오늘:
1,840
어제:
1,896
전체:
16,322,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