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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과 같이 보냈던 1년....

2010.03.12 16:14

閒良낭구선생 조회:1153 추천:3

참 오래된 얘기 하나 끄집어내어 볼께요.

 

법정 스님하고 아버지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하고도 자연스레 인연이 되었지요.

 

전 꼬맹이 시절에 순천 송광사에서 동자승을 했습니다.

그림 그리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송광사로 입적하시는 바람에 

방학때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얼떨결에 붙잡혀서 동자승이 되어버렸지요.

 

아버지방, 제방, 그리고 법정 스님방.

툇마루를 하나로 두고 옆에 가까이서 생활했었는데요.

 

그때 기억나는 스님들이 몇분 계셨는데.....

九山 스님이 조실스님으로 계셨고, 보광스님을 아들로 두시고,

미국 스님이 계셨는데 (한국에 온 첫 스님이었죠) 현조스님이라고 이분이랑 많이 친했는데.....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구산스님의

설법을 듣고 바로 송광사로 입적했는데 나중에 커서 알아보니 이 현조스님이 미국불교의 원조가

되었더구먼요.

그리고, 저한테 입을것과 먹을것을 항상 챙겨주시던 법정 스님이 계셨었지요.

 

한번은,

맛있는것을 주겠다며 법정스님이 절 방으로 불렀습니다.

지금도 유톻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루로 된 우유통을 꺼내놓고, 우유한잔을 타 주시더군요. 아주 귀한것이라면서 ....

당시에 우유한잔은 지금의 산삼한뿌리의 가치(?)가 있었는데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것을 처음 먹어보았지요.

 

스님이 주신 우유한잔은 두고두고 저를 괴롭히더군요.

제가 뭘 좀 잘못할때마다 이노옴~ 말안들으면 너 이제 우유 안준다고 하시면.....

전 꼼짝 못했거든요. ㅎㅎ

 

한번은 스님이 어디 가신날,

전 스님방으로 쳐 들어가 앉은자리에서 고이 숨겨두었던 우유 한통을 다 씹어먹었습니다.

지금도 가루우유 그맛이 기억이 나는군요. 고소하고, 은은하게 달콤한.....뭐

원래 계획은 몇숱가락만 먹고 나오려고 했는데 먹다보니 한통을 다 비웠죠.

그리고, 입을 훔치고, 방을 감쪽같이 쓱삭 닦고 아무일도 없는척 나왔습니다.

 

조금 있으니 배가 아파오더군요.

해우소로 달려가서 앉았는데 따발총 소리가 ........두두두두......두두두두....

방으로 돌아오니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그렇게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걸

스님이 보시곤........너털웃음을 웃으시면서 ......

거봐라 이놈아.........그 맛있는걸 혼자 먹으니 배탈이 안나노

전 아무말도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쥐죽은듯이 있었습니다.

 

그ㄸ 이후로 지은죄가 있어서 스님이 불러도 휙 도망다니기 바빴는데

맛있는것만 생기면 절 붙들어서 제 입에 넣어주곤 괘안타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지금도 길가다가 눈깔사탕을 보면 그때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 당시에도 스님 방에는 소박한 앉은뱅이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늘 거기에 앉아서 글을 쓰시고,  제게도 붓글씨를 써보라고 권하시고,

동자들이 세명 있었는데 우리들에게는 우상이신 스님이셨습니다.

 

1년동안 법정스님과 같이 지낸 어린시절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대학 1학년때인가.......양산 통도사에서 아버지를 만났는데

법정 스님이 제 안부를 물어보셨다더군요.

한번은  뵈러가야지 하면서도, 세월이 흘러 흘러 결국은

신세진걸 갚지도 못하고 보내는군요.

 

인생살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만 못한것같아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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