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의 배신에 대하여
2013.01.02 23:13
"흔히 직관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직관은 경험을 통해 자란다. 연관된 많은 경험들이 직간접적으로 쌓이면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 생기고, 연결고리를 볼 줄 아는 눈이 생긴다" 장영재 교수(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
혹시 직관이나 육감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좀 둔한 편인지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직관을 배신하여 크게 당했다고 느낀 것이 20대 중반 이었습니다. 마음으로는 NO라고 하는데 정황상 YES라고 하는 그런 상황이죠. 결과는 참담 했습니다.
40이 가까워지며 이 육감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얼추 맞아 가는것을 목격해요(아마도 거의 대부분). 아마 나 또한 내가 어릴 적 그닥 좋게 보지 않았던 기성세대 아저씨들 중 하나가 되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가령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고 시작하는 멘트를 날리는 그런 늙은 여우들 말이죠. 그런데 참 무서운 것은 내가 나의 육감을 무시했을 때 돌아오는 매서운 부메랑 같은 후폭풍이에요. 아마도 나의 생활 반경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일정화 되고, 만나는 사람들이나 보고 듣고 작성하는 자료들이 비교적 정해진 영역에서 맴돌며 일종의 패턴을 이루기 때문에 예측이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직관을 배신하는 일이 생길까. 몇 가지 관점이 있겠군요. 첫째는 나의 육체적/정신적 활동 영역이 패턴을 이루기에는 충분히 일정하지 않은 경우, 둘째는 영역이 일정하다 하더라도 패턴을 인식하기엔 활동량이 적은 경우, 셋째는 영역이 일정하고 활동량도 충분하지만 패턴을 인식해야 한다는 인식동기가 적은 경우. 첫번째의 경우는 자리잡아 가는 경우 해결 될 것이고, 둘째는 재미를 찾아가며 활동량을 높이면 될 것이고, 셋째는 문제의식을 던지면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십여년 이상 나이 드신 어르신 중 참 멋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관이 뛰어나며 늘 오픈된 마음을 가진 분들. 크게 뜬 눈과 활짝 열린 귀를 가진. 매의 눈으로 상황을 짚어내는 날카로움이란. 그리고 너털웃음으로 관조하는 여유도.
쓰고 보니 일기처럼 되어 버렸군요. 요지는 '내 생각대로 살자' 입니다. ㅋ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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閒良낭구선생
01.02 23:30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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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댓글 넘 좋습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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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01.02 23:52
좋은 글입니다.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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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1.03 03:37
아 여기서 개콘까지 참조하시다니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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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1.02 23:31
최대한 테스트를 거친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이쪽도 죽음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방향성, 안정성, 불굴의 의지 등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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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1.02 23:37
최대한 자료를 끌어 모아서 여러가지 가설을 검증하고 논리를 준비해도, 직관적인 마인드를 가진 상사가 말빨을 풀면 쫙쫙 밀리더군요. 그럴 경우에는 저도 마찬가지로 탄탄한 논리와 검증된 자료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웅후한 내공을 가진 고수와 이제 투로만 배운 강호초출행이 한 판 붙는 거와 같다고나 할까요? 현란한 논리 전개와 전광석화 같은 공격을 받아 내는 것은 연습과 고민과 노력의 시간이더군요.
근데 왜 난 맨날 판판이 깨지는 것인지.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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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01.02 23:47
음...
연륜은 직관을 포함하지만 직관은 연륜을 포함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또한 저는 늙은 여우의 연륜이 좋습니다. ㅎㅎ
조금 토픽하고는 이야기가 멀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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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이에요. 어릴적에도 무리중에 한둘은 쿨 하게 치고 나가는 경우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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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업, 내 일을 한다는 가정하에 말씀드리면.... (직장인으로는 쉽지 않더랍니다. 저도.. 경험상..)
여우들이 있어 봐야(ㅋㅋ) 내가 중심 잘 잡고 원칙 잘 지키면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다만, 중심과 원칙은 언제나 유혹에 흔들리지요. 특히나 어릴 때는 더욱 더 그러한데... 그 것만 잘 넘기면 할 만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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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1.03 03:39
여우인줄 알았는데 범이면 난리나는 것이죠. -_-;; 갑회사 여우는 여우라도 무시하기 쉽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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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우중에 제일 무서운 게... 대가 쌓인 여우.. 라고 해야 할까요.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 이길 방법 없고..
그 열심히 산 사람이 할아버지 - 아버지 - 나 정도 되면 꽤 세죠. 그런데 3대 이상은 근현대사 덕분에 몇 명 없어서 대강 구분은 갑니다.
아무리 직관이 좋다한들, 촉이 하늘을 찌른다한들
소고기밖에 더 먹겠습니까.
매의 눈을 가졌다고해도 그래도 선수들한테 다 당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선수는 무엇을가졌냐하면... 경험을 가지고 있는겁니다.
물고 물리는겁니다.
그러다 늙어가는거겠죠.
그것 역시 받아들여야하구요.
첫댓글부터 무겁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