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장을 봤습니다.(정확히는 상납품을 샀습니다.)
2013.03.01 20:36
오늘 오전에 모친께서 갑자기 한 마디. '등산화 가격 좀 인터넷으로 알아봐라.' 일반적인 경제력을 지닌 '아들'은 과연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1. 궁금해서 그러니 정말로 인터넷에서 가격만 알아봐라.
2. 등산화를 사려는데 정말로 비싸서 그러니 가격 조사를 해보고 구매를 결정하겠다.
3. 등산화 갖고 싶으니 바로 등산화 사서 실물을 바쳐라.
많은 분들이 비슷하겠지만, 저는 3번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회사 근처 모 백화점에 가서(가는 길에 황사비때문에 좀 지저분해진 똥개를 등목시켜주고, 1,000원으로 박물관 구경을 하고 왔다는건 덤입니다.) 등산화를 하나 샀습니다. 물론 치수와 색상 취향은 저 명령이 내려왔을 때 은근슬쩍 물어본 상태였습니다.
제가 여성 취향을 알 턱이 없으니 그냥 직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냥 저는 카드 주는 사람으로 전락했습니다. TV 광고를 하지만 고딩의 전매특허 브랜드는 아닌 중견 브랜드 제품으로 샀는데, 대충 적당히 고급형 운동화 가격정도 나오더군요.(1x만원) 생긴건 그냥 운동화 조금 두꺼운 버전에 불과한데 뭐 이리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쩝.(소재가 방수 소재에 쿠션이 좋다는 등 특성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것과 함께 몇 가지 궁상 아이템(저가형 우유 한 팩, 세일하는 요플레 9개, 라면 번들 2개, 간식용 쟈키쟈키 한 봉지, 300원에 파는 이상한 미네랄 보충 음료, 소세지 2개, 다이소표 화장실 탈취제 등)을 사들고 방금 왔습니다. 일단 '사오라고 안했는데 왜 사왔어~'라는 상투적인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선물을 받을 때 하는 멘트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디자인이나 색상은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이 선물을 상납함으로서 저는 쟈키쟈키 한 봉지를 눈치를 보지 않고 영화를 보며 먹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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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3.01 23:11
굳이 적자면 HP가 20d20인 몹과 함부로 붙을 수 없어 +1짜리 Dagger를 바침으로서 어떻게 넘어간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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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ity
03.01 22:48
등산화는 너무 싼 것은 피하라는 조언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비싼 값을 치루신 만큼 분명 모친께서 크게 만족하시고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효자~!'라는 한마디를 외치고 싶습니다~ 우훗~ -
Leaper
03.02 00:17
효도하셨습니다. ^^ 즐거운 .. 휴일을 보내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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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daisy
03.02 10:33
어머니께서 맘에 들어하셔서 다행인데요, 백화점에서 사드릴꺼면 모시고 함께 가서 직접 고르시도록 해드리면 더 좋아하십니다.
옆에서 매장 직원분들이 어르신들 기분 좋을 말들을 알아서 더 해주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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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3.02 11:08
당연히 그걸 더 좋아하시겠지만, 나이든 분들은 사러 나가자고 하면 바로 나서는게 아니라 한참 또 입씨름을 해야 나섭니다.(본심과 표현이 반대로 가는 밀고 당기기) 딸들은 몰라도 사실 아들들은 그런 밀고 당기기를 좋아하지는 않는 면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여성의 쇼핑이라는건 한 번 가면 같은걸 사도 남성의 쇼핑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점(저희 어머니와 제가 쇼핑을 주로 가는데, 저도 어머니 페이스의 느림에 답답합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전부 포기.), 그리고 본래 살 것 이외의 것까지 사게 만들어 지출 예상을 한참 넘게 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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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3.02 11:27
오래간만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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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C
03.02 18:54
어머니들은 다 똑같으신가 봅니다...
뭐가 필요하신 거 같아서 사드리겠다고 하면 됐다고 그러시는데
막상 사드리면 좋아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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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03.17 14:22
.,
크크. iris님의 차분하고 간단명료한 이야기는 진지함에서 묻어나는 삶의 웃음코드가 있어 즐겁네요.
뭔가 억지로 비유를 해보자면, TRPG를 플레이 할때의 즐거움[?]비슷할까요?
흠흠; 제가 써놓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의 댓글입니다만... 부정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
마지막 문단에서 웃픈 감정마져... ~.~
저는 어무이 생신선물을 어물쩡 넘기려다 턱!...
그리고 항상 배울내용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행복합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