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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뮤직비디오'는 전혀 참고 대상에 넣지 않은 음악 그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저와 동세대의 박모씨의 Gentleman에 대해서는... 솔직히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냥 그저 그런 후크송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입니다. 멜로디는 너무나 평이하며 가사도 홍보하는 주제의식을 설명하는데 한참 부족합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무언가 '사람들을 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는 느낌이 확 듭니다. 박모씨의 음악의 장점인 '살짝 비뚤어진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그냥 클럽에서 흔히 들리는 뻔한 음악이 되고 말았습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뮤직비디오'의 힘이라고 보지는 않으며, 여러 평론가의 평가대로 박모씨의 음악의 원점으로의 회귀가 음악 소비자들에게 먹힌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하지만 Gentleman은 그러한 가수의 사상이 전혀 녹아 있지 않은, 영혼은 다 빠지고 그냥 자극적인 것을 반복해 들려주는 후크송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음원을 산 값이 제게는 아깝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음식으로 치면 파격적인 퓨전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가 우연한 기회에 세계에서 자신의 요리솜씨를 인정받게 되었는데, 계속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후추만 잔뜩 뿌린 싸구려 요리 내놓은 것과 같아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보컬이 멜로디에 밀려버리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했다는 정도입니다. 멜로디 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강남스타일'의 후속곡으로는 한참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강남스타일의 가사 내용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절박함은 느껴지지만 여기에 박모씨라는 가수의 내면의 에너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제 어머니 세대인 조모선생님의 Bounce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의 평가를 줍니다. 이 노래는 결코 후크송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모선생님의 과거의 음악인으로서의 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격을 시도하지 않았기에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했다면 아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낡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요즘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외국어로 가사를 도배하고 있어 외국어의 사용 빈도가 낮은 이 곡은 평이하고,폭력성이나 성적인 내용을 강조하는 가사도 아니기에 자극도는 낮습니다. 그렇지만 환갑이 넘은 아저씨가 부르는 사랑 노래는 정작 들어보면 군내가 나지 않습니다. 소몰이 창법이나 팔세토 창법같은 보컬 가공, 신시사이저 과잉,자극적인 가사 같은 양념을 빼고 주제의 전달 그 자체에 모든 것을 맞췄기에 오히려 자극 과잉인 지금의 세상에 더 새롭게 느껴집니다. 악기의 종류를 줄이고 멜로디를 튀지 않도록 하여 보컬을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평이한 발라드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조모선생님이라는 가수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결코 파격적인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자극적인 것도 없지만 사랑이라는 재료를 최대한 잘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이 곡은 좋은 재료를 노련한 요리사가 최소한의 가공으로 만들어낸 요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의 솜씨는 아니지만, 적어도 21세기의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도 '이건 낡았어~'라는 느낌 없이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곡은 적어도 음원을 돈을 주고 샀다는 것에 후회를 없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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