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내게 영향을 준 영화

2013.07.02 23:58

해색주 조회:853

 저는 원래 영어를 좋아하는 경영학부생이었습니다.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잡았고 학군단 후보생이었던 대학 시절에 우연히 여친의 도움으로 MS-Office를 쓰게 되었습니다. 초딩때부터 GW-BASIC을 좀 하기는 했지만 그때에는 주로 그래픽 부분을 했고 중2때 이후로는 완전히 담을 쌓아서 코딩의 'ㅋ'자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다가 4학년때 운명의 영화를 만났습니다.


 1999년이었죠. 당시 컴공 전공이었던 여친의 손에 이끌려서 보러 갔던 그 영화, '매트릭스'였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생각 많고 이미지와 심상에 고민하는 마케팅 전공자가, 어느 순간 전산에 대해서 배우려고 만들었던 것이죠. 여친 덕분에 오피스를 깨고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된 상태에서 군대를 가고, 여친과는 헤어지게 됩니다. 참 좋은 사람이었고, 어디를 가던 응원하고 싶은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간간히 소식만 듣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냥 엮였고 서로 아무 댓글도 달지 않고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죠. 지금 보면 '은인'입니다.


 그렇게 군대에 가서 컴터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GOP에서 있다가 갑자기 컴터+영어+경영전공 필요하다고 해서 후방 참모부로 가게 되었죠. 절묘한 시점에 갔고 가서는 SCM 관련된 일을 하다가 CRM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걸로 향후 진로를 잡았습니다. LG-CNS, SDS 연거푸 떨어지고 제조사 가려다가 엉뚱한 '은행'을 갔습니다.


 그때 봤던 영화들이 '애니 매트릭스'와 '매트릭스 릴로디드'였습니다. 평론가 유지나씨가 씨네21에서 '애니 매트릭스'도 보지 않고 '릴로디드'에 대해서 혹평을 퍼붓다가 IT 종사자들에게 맹공을 당하고 결국 '사과문'가지 게재했던 시점이죠. 그 당시에도 저는 어중간한 사람이었는데, 이후 노력하고 많이 변해서 지금은 준 IT 사람처럼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력도 쌓았습니다. 일하는 분야가 생뚱 맞아서 통계+마케팅+재무가 섞인 분야인데, IT나 프로그래밍을 모르면 일할 수 없어요.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중간한 일을 하냐고 물어 보면, 매트릭스가 제 인생을 바꿔놨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제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은 그 영화이고, 그 시절 제 손을 잘 잡고 끌어준 '예전 여친'일 겁니다. 그치만 매트릭스의 그 강렬함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저를 지금처럼 바꿔 놓은 것이라고 봅니다. 군대 전역후에 컴공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결국 생계가 막막해서 은행가고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요즘의 대세는 빅데이터이고, 하둡/맵리듀스/R/Java를 모르면 일하기 어렵더군요. 그나마 전산 백그라운드를 조금이나마 갖고 있어서 알아 먹지 그렇지 않으면 전산 전공자들에게 한 방에 밀리겠더군요.


 지금 일하는 분야로 저를 이끌은 '매트릭스'를 제 인생의 영화로 추천합니다. 그 영화가 아니면 저는 지금쯤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전자회사에서 영업을 하면서 제품 개발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고객분석하면서 통계 자료 만들고 시뮬레이션 만들면서 일하고 있지만 말이지요. 


 아직도 기억나요, 빨간 약 또는 파란 약. 저는 지금도 호기심이 강해서 빨간약을 고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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