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새로 사기 vs. 비싸게 고쳐쓰기
2013.07.05 11:35
제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이사 이야기입니다.
이 양반 참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뭐, 대표이사들이 그런 거 여러번 보니
새롭지는 않습니다만, 이 양반만의 특이한 고집이 하나 있습니다.
뭐든 새로 사는 걸 싫어합니다. 노트북이든 휴대폰이든 PC이든 자동차든 뭐든....
고장이 나거나 망가지면 수리해서 씁니다. 예를 들어 7년 째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
고장나서 수리 보내서 수리비가 새로 사는 비용의 5~6배가 들어도 수리 해오라고 합니다.
노트북은 덜덜덜덜 거리고 PPT 하나 올리기도 버거워 해도 그냥 쓰고 수리해서 씁니다.
업무 효율 문제도 있고, 수리비 보다 새로 사는게 훨씬 비용도 작게 든다고 몇번 말씀드려도,
'대표이사가 PC로 업무효율 높일 일이 뭐 있냐. 나는 보고 생각하고 판단만 하면 되지'라고
하며 그냥 그대로 사용하시죠....때때로 A/S 부품이 없어서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아도
고집스럽게 고쳐쓰려 하시고, 정말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에 와서야 새것을 삽니다...
그런데 직원들 PC나 업무용 휴대폰, 직원 배차용 차량은 쉽게도 새로 사거나,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휙휙 바꿉니다...일례로 저희회사는 전직원 24인치 이상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기도 하고,
대리급 이상은 회사에서 개인별로 차량을 배차 해줍니다...
술자리에서 한번 여쭤본 적이 있지요. 왜 그렇게 성능도 나쁘고, 오래됐고, 고치기도 어렵고,
비용조차 많이 드는 물건들을 고집스럽게 고쳐 쓰시냐고.....
이 양반 대답이....참 그렇더군요.
"너도 언젠가 개발에 실패하거나, 트렌드에 뒤쳐지는 날이 올거야. 또, 직원 누구든 실적이
떨어질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망가지기도 할 거고. 그럼 비용도 싸고, 새거고, 효율도
높이기 위해서 그냥 자르고 새로 뽑을까? 한번 쓰기 시작했으면, 고치고 수리해서 쓰는 거야. 물건이든 사람이든."
이 양반 표현이 좀 직선적이라, 사람을 고쳐 쓴다거나 하는 표현이 좀 거부감이 들지는 모르지만,
8년 넘게 같이 일하다 보니, 그런건 별 생각이 없고 그 알맹이만 취할 수 있게 되다보니...
참 맘에 서늘해 지기는 합니다......하지만, 참 그 '고치는' 과정이 속이 탄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서...
힘드네요. '고친다'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기도 하고, '어떻게'와 '어떤 모습으로'라는
전제가 깔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뭐 로얄티 이런거 말하는 건 아닙니다.)
P.S.: 이 양반의 말씀 중에 또 하나 재미 있는 것이, 투자사랑 이야기 할 때 인데....
회사의 규모에 비해 급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았을 때의 답변이 이러했습니다.
"세상에 비싸고 나쁜 물건은 있지만, 싸고 좋은 물건은 없습니다."
쩝.......여전히 직선적이지요?
P.S. 2: 이 글을 쓰게된 계기가....지금 제가 운영하는 부서의 한 직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보니...
어떻게 할까....한번 보고해 볼까....하고 있는데, 위의 말이 기억나서 답은 뻔하구나...싶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코멘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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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7.05 12:30
애증의 교차점에 있는 거지요 뭐. ㅋㅋㅋ
워낙에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의 대가이신데다, 추진력이 무지막지하셔서...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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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7.05 12:41
회사가 어디십니까? 제발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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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회사는 널리 알려야합니다. 그러니 좌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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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ism
07.05 13:08
사람과 기계를 동일하게 비유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네요. 뭐 직원들의 급여를 넉넉해 챙겨준다면 ...음냐. 엉말 "애증"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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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곤
07.05 13:36
멋진 말이네요. 본받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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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피소드는 좀 등골이 서늘하군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멋지시네요.
제가 대표이사님 팬인 거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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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07.05 14:19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걸 격하게 공감하고 있는 요즘...
더 현실적인 부분으로 보이는 글이네요..
왠지 모든걸 자기 고집에 맞추어 보겠다는 걸로 보여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제가 꼬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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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7.05 14:20
글쎄요.
뭘 더 바라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제대로 된 철학으로 사시는 분인 것 같은데요.
자기는 아껴(?) 써도 직원을 모실 줄도 알고, 그럼 직원들 돈 모아서 하나 사드리시면 될 듯.
아부와 선물은 한 끗 차이지만. 하여간 진심에서의 선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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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사랑
07.05 14:57
좋은 회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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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07.05 15:13
그럼 비용도 싸고, 새거고, 효율도 높이기 위해서 그냥 자르고 새로 뽑는 기업들이 워낙 많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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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투자 후심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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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단순히 도구로 생각하는 오너들도 많습니다.
좋은분과 함께하신듯 해서 부럽습니다.
제 직장의 원 창업주 께서도 그러셨죠, 사람이 재산이다 라구요.
그 덕에 더큰 기업들보다 더 좋은 복지혜택 자연스레 우수인재들도 많았었고
그덕에 회사는 더 빠른 발전도 할수 있었지요. 그넘에 IMF만 아니었으면... -
인포넷
07.06 13:17
좋은 대표이사님이시네요...
부럽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글에 사장님 좋아하시는 게 느껴지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