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방위 훈련이 있어 오전 업무만 끝내고 점심 시간 끝나기 직전에 회사를 나와 라면 한그릇을 재빨리 먹은 뒤 민방위 훈련을 받으러 갔다 왔습니다. 예전에는 구청 강당에서 하더니 1년 전에 폐기한 동사무소 건물 하나를 개조하여 민방위 훈련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문제는 집까지 거리가 좀 있고 교통편이 안좋다는 점일 뿐입니다. 걸어가자면 갈 수는 있는데 직통 지하철이나 버스가 전무하여 최소한 한 번 갈아타거나 열심히 걸어야 합니다. 쩝. 이 서민 동네에 민방위 편성자만 10만명이라 최소 100일을 '기본'으로 돌려야 하고 보충 훈련까지 하면 두달 빼고는 2층짜리 건물이 풀로 돌아간다고 합니다.(훈련장이라고 하여 별건 없습니다. 지하에 지진체험시설과 물총(화재진압) 시설, 1층에 반쪽짜리 강당, 2층에 100명짜리 강당, 옥상에 완강기 하나 올려둔게 끝입니다.)

하여간 6시에 훈련을 끝내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나마 시간이 남는 김에 '마지막으로 그래픽카드 두 개 넣어보자'라고 하여 도전을 했습니다. 지금 시스템의 문제는 대충 이렇습니다.

- 그래픽카드가 무엇이거나 그래픽카드 두 개만 꽂으면 POST가 넘어가지 않는다.(전력소비량 무관)

- 각각의 슬롯은 매우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그래픽카드 이외의 장치를 하나 넣어도 문제가 없다.

- 모든 USB 장치 및 저장장치를 분리해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 전원공급장치를 바꿔도 동일한 증상이 나온다.

여기에 대해 국내 애즈락 메인보드 유통사에 기술 문의를 해보았으나 '우리 그런 증상은 처음 들어보는데요'라는 답변 하나만 받았습니다. 애즈락 및 기타 해외의 하드웨어 포럼에도 딱히 정보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안되면 사놓은 그래픽카드 하나를 어떻게든 처분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약 1시간동안 이러한 삽질을 하였는데, 그 과정의 결과도 이렇습니다.

- BIOS 다운그레이드: 증상 동일

- BIOS 완전 초기화: 역시 동일

- 그래픽카드 이외의 모든 확장카드 분리: 역시 동일

그런데 설마 하고 메모리를 하나만 꽂았는데 POST가 넘어갑니다. 메모리는 4GB 세 개의 트리플채널 모드였는데, 하나만 남기니 넘어갑니다. 설마...하여 이런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 8GB 듀얼채널 모드(A1/A2): 정상

- 12GB 트리플채널 모드(A1/A2/A3): 역시 불량

- 8GB 듀얼채널 모드(A1/A3): 정상

- 12GB 듀얼채널 모드(A1/B1/A2): 정상

결국 어떻게든 트리플채널 모드만 들어가면 그래픽카드 두 개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황당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런 내용이 있나 해외 포럼을 간단히 뒤졌는데 알려진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12GB 듀얼채널 모드로 다운그레이드를 하고 나머지 장치를 원상 복원시켜 듀얼 그래픽카드 모드를 완성했습니다. 한주만에 눈물나는 삽질의 결실을 얻었습니다.

추신: 그러한 이유로 그래픽카드 매물은 취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