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몸은 좀 무거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자동차를 몰고 사무실로 나섰습니다. 


예정보다 조금 늦었고 거의 버스를 타고 출근하지만 오늘은 묵직한 가방이 두 개라 제 차를 선택했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과천을 지나 남태령을 넘어 사당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당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기에 일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고 서서히 밀리기 시작한 좌회전 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즈음 


밀려 서있던 차들이 한 5미터쯤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저도 따라 전진했고 주~욱 빠져줘야 하는데 다시 서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하는 생각을 하며 제 차가 이제막 정치를 할 즈음 "퍽!" 뒤에 따라오던 차가 추돌을 했습니다. 


2~3초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차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나 : 다치신 곳은 엎으신지요?

상대방(60대 중반 남자) : 몸은 괜찮으신가요? 

나 : 네 괜찮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뒤로 돌아가 후미 범퍼를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선명하게 남아있는 번호판 자국, 그리고 추돌 사고시 발생한 충격음과 제가 느꼈던 충격으로 인해 내부 손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대 : 뭐 거의 표시도 안나는데 그냥 가시죠... 

나 : 네? 


.

.

.


나 : 우선 연락처 먼저 주세요. 

상대 : 기분 나쁘다는 인상을 하며, 지갑을 뒤적여 명함을 꺼내 주며..  서로 자동차 모는데 가벼운 것.... 

나 :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만 안쪽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제가 공업사 가서 살펴보고 이상 있으면 수리하고 없으면... 

상대 : 여기 뭐 장치가 있다고 공업사를 갑니까?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어이가 없어서 

나 : 그냥 사고 접수 하겠습니다. 

상대 : 네? 여기서요? 

나 : 네, 이동하면 안돼죠. 사진 좀 찍겠습니다. 


3장의 사진을 찍는 사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합니다. 저는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접수를 했습니다. 

상대가 경찰에 사고 신고를 했습니다. 


일차선 출근길이라 보험사의 전화를 받고 사진 찍었으면 차가 밀리는 가쪽으로 이동하라기에 상대에게 그렇게 하자고 하니까 아니다. 나도 신고 했으니 옮기면 안됀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뒤 차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정리를 할 즈음 경찰차가 출동했습니다. 


바닥에 락카로 마킹하고 갓길로 차를 뱄습니다. 


경찰 두분이 다가오자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저에게 했던 이야기 고대로... 이야기 하는 중 제 차 뒤 범퍼를 자세히 살피더니 처음에는 아무 흠도 없다던 분이 어라? 이러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손으로 막 지웁니다. 이거 먼지 싸여서 자국 생긴 거고 지우면 다 지워지는 건데 뭐 이런거 가지고 그러냐고 경찰에게 강변을 합니다. 제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차 앞쪽으로 갔습니다. 

경찰 분이 차근 차근 이야기 하시고 상황을 설명드리자 본인 잘못도 인정하고 누그러진 말과 표정으로 슬쩍 다가옵니다. 


경찰 분이 조언을 하셨나 봅니다. 보니 큰 사고도 아니고 다친 곳 도 없으니 적절히 현금 보상하고 해결하라고요. 


저에게 오시더니 경찰 이야기가 한 오만원으로 잘 해결하라고 그랬답니다. 


마참 보험사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곧 도착한답니다. 


나 : 보험사 직원이 곧 도착한다니 그렇게 처리하죠...


조금 더 기다리자 보험사 직원이 등장합니다. 제 보험 담당자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해차량은 신고도 안돼어 있었습니다. 

마침 같은 보험사라 출동한 직원이 조회 내용을 보여줍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말도 안돼는 말로 보험직원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직원이 차근 차근 살펴보더니 충격이 좀 있었네요. 사고차량 앞 번호판도 찌르거져 있고, 여기 여기 흠집도 나 있고... 


상대 : 원래 그랬던 겁니다. 

직원 : 원래요? 이것도요... 이것도요.. 정말 원래 그랬던 거라면 드릴 말씀이 없지만... 

블랙박스 있으시죠? 메모리좀 빼주시겠어요. 


제 후방 것을 빼서 전달했습니다. 

사고 장면 그대로 나옵니다. 

가해자 분이 영상을 보시더니 태도가 달라집니다. 


또 20분 정도 보험사 직원이 이야기 합니다. 

아마도 보험처리 하지 마시고 현금으로 좋게 마무리하세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저에게 다가옵니다. 

한 10만원 현금 처리하죠.. 


진작에 처음부터 미안하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 저에게 말씀하셨다면 저도 그 정도 끝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거죠. 


나 : 사장님, 저는 현금 필요 없습니다. 그냥 공업사 가서 범퍼 열어보고 파손 된 곳 있으면 수리해서 복구하면 됩니다. 현금 필요없습니다.

상대 : 그래도 .. 미안하니까... 

나 : 아니요. 제가 그냥 제 멋대로 수리하겠다는게 아니구요. 가해자분 보험사 직원이 제차를 살펴보고 공업사 맡겨서 진닫 받고 수리가 필요하면 하고 필요없다면 안하겠다는 겁니다. 그거면 됩니다. 


좋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제야 상대방 보험사 담당직원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사고 접수 번호 받고 헤어졌습니다. 


출근해서 급한 일 처리하고 정비센터로 갔습니다. 

사고 수리하러 왔다고 하니 뭐 보지도 않고 바로 교체랍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일단 열어보고 상태를 살펴 조치하고 싶다고 하니, 오늘은 수리차가 밀려서 안돼고 다음주 월요일에나.. 그리고 범퍼를 미리 주문해야 하고... 


알겠다고 하고 사무실로 다시 왔습니다. 가까운 공업사에 갔습니다. 상황 이야기 하니 오늘 처리 된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고민합니다. 

뒤 범퍼가 깨지지는 않았기에 무조건 교체는 저도 사실 좀 불편합니다. 그런데 소위 괘씸하기도 하고, 뜯어봐야 안을 볼 텐데 공업사 측에서는 거의 교체로 아예 단정을 해버리네요. 


그냥 접수했습니다.


부품 주문하고 빨리하면 오늘 퇴근 전에 아니면 내일 아침까지랍니다. 


휴... 사무실에 돌아와 블랙박스 화면을 다시 봅니다. 

몸 안 다친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돈을 안 받으니 나중에는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그 분은 잘 해결했다 생각하시겠죠. 

정말 잘 해결하는 거는 제가 공업사 가서 살펴보고 수리할 지 결정하겠다고 할 때 그러죠 했으면 아마도 탈부착 공임만 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보험사 담당자 출동하였을 때 그 분 사고 이력 보여주는데 지난해 11월, 올해 2월 그리고 5월 이렇게 사고 이력이 나오더군요... 


그냥 이야기 할 곳이 없어 여기에다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다들 안전 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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