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국이 벌어지는 전날인 3월 8일까지만 해도 전부 낙관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이세돌도 이전에 받았던 기보를 분석했을 때 적수가 안된다고 판단했고 

언플도 마치 박빙이거나 이기는게 기본이라는 듯이 떠들어댔죠.


그런데 전날에 갑자기 이세돌이 이기는게 쉽지 않을것 같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기보를 받아보니 만만치 않았던 거죠.

이 시점에서 이미 심리전은 패배한 셈이죠.

지속적으로 알파고의 성장을 보면서 (인간도 상대방 기사의 이전 기보를 보고 연구하죠)

어느정도의 상대인지 감 잡으면 예상할 수 있으니 마음도 준비할 수 있는데,

바로 전날에 갑자기 확 달라진게 튀어나오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고

마음가짐을 잡거나 상대방을 연구할 시간도 없죠.

뭐 5개월이면 인간으로선 큰 변화가 있는 기간은 아니지만 알파고는 인간이 아니라 프로그램이잖습니까.


그리고 이건 언론플레이로서도 아주 극적인 효과를 줍니다.

전날까지 한쪽이 우승 확정인 것마냥 떠들어댔는데 갑자기 져버리면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죠.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준결승에서 독일에게 처참하게 진 것 처럼요.

덕분에 구글은 엄청난 언론 메리트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승부를 받아들인 이세돌과 한국기원은 그냥 당하는 악당A 가 되어버렸죠.


다음에 또 대국을 할 수 있을까요? 한번 더 대국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엔 한국기원에서 만전의 준비를 다해서

미리 기보도 요구하고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죠.

그런데 구글이 더 이상 바둑으로 이용가치를 느낄까요? 이미 완승했는데 말입니다. (완승한다는 가정하에)

이미 정복이 끝났는데 다시 대국했다가 지기라도 하면 긁어 부스럼이고 이득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세돌이 1승이라도 거두지 않고 완패한다면 구글은 바둑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게 되리라 봅니다.

체스머신 딥블루나 퀴즈머신의 최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구글과 산하 연구진들은 성과도 성과이지만 무엇보다도 언론전 및 인지도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었습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완전히 짜두었으리라 봅니다. 가장 최고의 승률을 짜내는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가장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지 않았을리가 없죠. 게다가 지더라도 용납이 될만한 어느쪽이든 승리하는 입장이었고요.

그런데 승리하는 쪽으로 가버리니 한번에 쪽쪽 다 빨아먹고 다음은 없으리라 봅니다.


따라서, 미리 충분히 대비를 하지 못한 어리숙한 대회주최측을 포함해

뭔가 계약하거나 대결할 때는 만사에 긴장하고 조심 또 조심을 하는게 인생 잘 살아나가는 비결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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