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비겁해지는 걸까요.
2019.12.11 20:54
정치 이야기는 아니구요, 제가 좀 날이 무뎌간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예전에는 민노당 가입해서 당비도 내고 하다가 당 갈라지면서 통진당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회의를 느끼게 되더군요. 입만 열면 반미반제를 외치는 선배들도 지겨웠고 이제는 아예 연을 끊고 삽니다. 거의 40년전 세상에서 그대로 사는 모습이 지겹고 그것을 강요하는 모습도 싫었습니다. 이제는 안보고 속편히 삽니다. 저도 30 넘으니까 선배라고 거들먹 거리면서 훈장질 하는거 보고 싫더라구요. 뭐 제가 배울 것도 없 술 먹으면 개 되고 그러는 선배들 보니 저리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반미독재타도 운운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멀리 합니다. 원래도 그리 진보적인 사람은 아니었고, 다만 정직한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했죠. 그래서 이젠 좌파라고 낙인 찍는 것도 우습네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자고 하는데 좌빨이라니, 별 개가 웃겠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저는 증세나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편이고, 블로그에서 키보드 배틀 붙자던 수꼴 양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아해할 정도였죠. 좌빨인줄 알았는데, 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수적이라나.
사실 복지를 위해서는 쓸데없이 나가는 돈을 줄이고 세금 새는 곳을 막고 안내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미국처럼 족쳐야 하는데 한국은 무척이나 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돈으로 복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호열님의 글을 읽으면서 무척 불편해지더군요. 생각도 많아지고 세상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야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고민하는게 힘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정치인은 다 똑같고 도둑놈이라고 욕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거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변하죠. 저도 그리 다르지 않아요, 다만 돈에 환장하거나 드라마에 환장한 정치인이 있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정상적인 사회로 돌리는 것이지 뭔가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아요. 보수적으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라팔아먹어도#%당의 지지지들 눈에는 빨갱이, 간첩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글을 적어 봅니다. 하루하루 그냥저냥 사는게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날을 새우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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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준용군
12.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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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조국
12.12 02:20
아자. 인생 별건가요. (무성이 ?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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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12.15 03:12
"내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날바라보는 사람이 되게 해주고 싶습니다" -> 언젠가부터 저도 점차로 느끼는 바인데 딱히 말로 표현이 쉽지 않더라고요. 한편으로론 나이 들어가면서 점차로 꼰대가 돼 가는 자괴감인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명언으로 표현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해색주님 글의 핵심에 맞지 않는 댓글을 달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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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조국
12.12 02:30
해색주님,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자신을 돌아보는 해색주님은 정치에 무관심하시지 않고요, 불의를 보지 않고 사는 사람도,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맞써 싸우는 사람들에게 돌 던지지만 않는다면 민주시민의 기본은 한다고 봅니다.
요즘 검찰, 판사들, 기자들 보면 불의를 보고 나가서 불의 편에 서서 싸우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까요. 저기다 썩은 경찰들까지 가세하고, 각종 인허가에 기생하는 공무원들, 학생들 학부모 등골 빼먹는 사학재벌들까지. (여기까지 얘기하고 보니, 나씨 집안들 보면 정작 저런 나쁜 넘들 숫자는 몇 안될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워낙 한 집안이 여기 나열된 여러가지들을 다 하다보니) 청소할 것들은 너무 많은데 청소부가 딸랑 한명 (문대통령) 이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나라에 좌파는 없습니다. 주사파 운운하지만 부칸의 현실이 온 세상에 드러난 지금 아직도 주사파 하는 정신나간 분들은 없을테고. 진보를 주장하는 즈엉의당의 공약은 '중도'. (공약 빼면 즈엉의당은 적폐라고 봅니다만. 그래도 바미당이나 자일당보다 낫지 않냐 라고 하실 분도 계시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뒤통수치는거 보면 도찐개찐이라고 봅니다) 바미당이나 자일당은 우파라고 주장하지만 걔들을 재단할 자는 이미 일찌감치 떨어졌고 친일부역/군부독재찬양 꼴통모임이라고 봐야죠. 당이라니요.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대략 중도우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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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선 막내(?)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학때는 주위 친구들이 시위하러 다니고 노조활동 돕는다고하고
대자보 적고 회의하고 뭐 그게 일상이였습니다.
전 열심히 활동하는 축은 아니지만 그래도 임원활동도 하고
뒤에서(?) 계획하는걸 도와주는 쪽이였는데,
거기서 밀실회의, 적대 세력 축출을 위한 거짓말, 비리, 횡령, 폭력배 동원 등등...
보면서 오히려 혐오감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활동하던 친구들이 일부는 야당에서 일하고
일부는 여당에서 일하고 일부는 진보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당시 사람 참 좋다. 이런 사람이 정치하면 좋겠다 싶었던 친구들은
한명도 남지 않았어요.
와 쟤는 진짜 욕망이 엄청나구나 싶었던 친구들만 계속 정치하는 걸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정치를 멀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내 자신의 잣대에 타협하고
양심의 가치가 낮아지는 걸 느낍니다...
(꼭 나이탓만은 아닌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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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12.12 17:03
저는 그냥 나이가 들다보니 사람들이랑 부딪히는게 불편하다기 보다 싫어 지더군요..
결국 일을 하면 이익관계가 얽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하는데...
다들 나이들면 시골가는게 사람들 보기 싫어서 가는거라는데 그런 기분도 이해가 됩니다.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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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바빠서... 요즘 뉴스 잘 안 봅니다. 연예인 무슨 사건 터졌다고 해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고.. 내 코가 석자!!
살면서 너무 약아빠진 사람들한테 이용만 당해서 그런지.. 요즘은 저 자신 스스로가
너무 개인주의적으로 되어 가지 않나 싶을 정도로 사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합니다..
제가 남들 한테 피해주지 않는 만큼 저도 남에게서 피해 안 받고..그냥 그런 삶을
유지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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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12.13 15:21
그냥 무관심 해지는거 같습니다.
아니면 시대가 이렇게 만드건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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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12.15 08:47
살아가며, 이래 저래...비겁해짐이.. 세상에 물들어가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것 같습니다.
반미만을 외치는 것이 중요함이 아니라, 시대의 필요를, 시민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변화해가는데,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함은, 많은 아쉬움이 있네요 !
젊을때, 의협심이 없으면, 그 또한 시대를 외면한 것이라는 개인적 생각이며,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의 물듬이 아닌, 세상을 헤쳐나아갈 지혜, 안목을 키우는것이 필요함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 하나 추가하면,
하나의 언어를 쓰는 남과 북, 서로를 이해하고, 방문하는 정서적 단계의 교류가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래봅니다. -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에너지가 과하게 소모될 경우 사람은 저연스럽게 탈진 burn out 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그러니 소모 상황을 피하거나,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소모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저의 경우 아래와 같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피하게 됩니다.
- 정치 이야기 입에 달고 다니는 자(정작 본인은 쓰레기라는걸 아는지)
- 늘 비판적인 자(본인이 액션을 취하면 될 것을)
- 지나치게 정치적인 자
- 가치관이 비뚤어진 자
그들에게 발언과 행동의 권리가 있듯, 나에게는 나를 보호할 권리가 있음은 너무 당연한거죠. -
해색주
12.15 23:09
제 상사가 저에게 해준 말이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쓸데 없는 사람에게 낭비하지 마세요."이었습니다. 저도 답없는 상황에서는 쿨하게 포기하고 나옵니다. 말씀해주신데로 이제는 좀 피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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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12.18 22:56
저두 나이가 들면서 무뎌지지만 그래도 아직은 불의라고 생각하는 세력에 동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위합니다.
그런데 저도 나이가 들어가니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다만 날보고 웃어주는 사람이 하나쯤 있기 때문에
바보 떵개 한마리도 저만 보면 문열고 들어오면 전속력으로달려와서 매달리면서 좋아해 줍니다
그거 하나때문에 삶의 미련과 원동력이 생기네요
쪼끔 비겁하게 살면 어때요
내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날바라보는 사람이 되게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