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금융회사에서 데이터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해색주입니다.


 처음 카카오뱅크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많은 은행원들은 좀 있으면 망할 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업의 본질은 예금을 받아서(받을 수, 믿을 신)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 대출(줄 여, 믿을 신)해서 그 차익에서 제 비용과 신용손실(대출 고객이 돈을 앞갚는 경우 발생)과 기타 손실을 뺀 것이 수익이 됩니다. 물론 펀드/ELF/신탁/보험과 같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도 있구요, 수/출입 및 외환업무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은행의 경우 정말 다양한 수수료 장사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각종 부수업무로 수수료 수익을 많이 올리면 서민들 등골 빼먹는다고 욕먹고 줄어들면 예대마진만 노리는 싸구려라고 욕을 먹습니다.


 우연히 지원했던 은행에 합격해서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은행에서 근무했고, 3년만에 외국계은행에 인수되서 데이터분석 업무만 하면서 거의 19년을 다녔습니다. 본사에서 사업 철수를 전격 결정해서 매각도 안되고 결국 희망퇴직 신청해서 나와서 다른 은행 계약직으로 채용되었습니다. 다른 분야로 이직도 노력해봤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나이가 너무 많더라구요. 지금 돌아보니 그때에는 5년동안 관리직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이 모자랐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아참, 지금 일하는 곳은 국내 시중은행입니다. 3년 정도 다녔는데 대기업이란 곳은 이렇구나 생각이 들고, 투자도 많이 하고 미래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는 그런 곳입니다. 사람들은 은행이 따분한 곳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이폰이 들어오고 금융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제가 대학생때 앞으로 모든 은행은 인터넷으로 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데, 그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회사에서는 인원도 줄여야 했고 수익성 문제로 인해서 모바일앱에 모든 것을 걸고 바꾸었는데, 이런 와중에 급하게 사업철수 하면서 모든게 바뀌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네이버는 오랫동안 준비했고 관련해서 데이터나 자료들도 많고 무엇보다 모바일 플랫폼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개발하고 대응하는게 가능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시중은행들도 앱에 많은 기능을 넣고는 있지만 자체 개발인력이 만드는게 아니라 외주 SI 인력들이 개발하는 것이고, 3년 정도 주기로 빅뱅 방식으로 모든게 새로 바뀌기 때문에 대응이 원활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상당수의 은행원 인력들을 개발자와 플랫폼 전문 인력으로 바꾸고 기존 영업점 사고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4개나 되는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을꺼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시중은행이 4개, 농협까지 합치면 5개라고 하는데 토스나 카카오뱅크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기능들이 앱에 탑재되어 있고 금융지주사의 슈퍼앱도 생기겠죠. 고객을 응대하는 최접점이 영업점이 아니라 모바일플랫폼이고 이러한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발 및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거나 검색을 해보면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해서, 기존 은행에서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고객들과 자금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데 은행은 '업의 본질'에 대해서 아직도 이야기를 합니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적응이 안되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작은 회사만 다녀봐서 대기업의 무한한 힘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제 나이가 차서 그만두면 지금처럼 코딩하고 분석하는 일을 못할수도 있겠지 싶습니다. 얼마전 같이 일하는 경력직 차장님과 퇴직후를 대비해서 대형차 면허증이나 용접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시더군요. 저는 아직 이 일이 좋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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