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행복 자각 (근무 환경 관련)

2010.05.18 03:24

파리 조회:845

자각이란 어려운 말을 써 봤습니다. 원래 있는 건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란 뜻으로 이 단어가 가장 걸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근무 환경에 관련해서 주저리 써볼 생각이거든요.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 때는 그때가 제일 힘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고베에서 외롭게 유학하다 보니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지냈던 한국의 삶이 그립더라고요. 그러다 핀란드로 왔을 때는 일본에는 그래도 살사빠가 있고 주말엔 놀러갈 곳이라도 있으니 좋은데, 핀란드에는 주말을 보낼 꺼리도 없을 정도로 심심하더라고요.


그러나!


요즘 에스토니아에서 생활하다보니, 그래도 핀란드 에서는 매일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점을 몰랐네요. 에스토니아에 와서는 점심도 맨날 혼자 먹어서 요즘엔 단골 식당을 하나 찍어 놓고 매일 가서 안주던 팁까지 주고 있습니다. 이게 지난주 까지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만에도 주말엔 조용히 쉴수 있었거든요.


그 이후에 연구실의 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보스랑 다퉜거든요. 다 잊혀져 갈만 하니까 우리 보스가 제가 한달에 얼마를 버는지 저의 근무 습관이 어떤지 혼자 싱글로 얼마나 외롭게 지내는지 이런 시시콜콜한 사적인 이야기를 저랑 관계도 없는 자기 학생들 20여명에게 다 까발린 겁니다. 그리고 제 근무 환경에 임하는 태도가 어떤지도 이전 직장인 헬싱키 대학 교수에게 까지 전화로 직접 물어봤다고 합니다. minki 여기서 트러블이 생기고 있는데 이전 직장에서 사무실 근무 태도는 어땠나요? 라고 물었답니다. 제가 10명이 왔다갔다하는 문옆이 싫으니 옆 세미나실에서 앉아 있겠다니까, 처음엔 그러라고 하더니만, 다음날에는 제가 못 가게 키를 숨기더라고요. 여기까지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문득 주말에 일이 밀렸으니 나오라고 하더군요. 아무생각없이 그럴꺼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아는 친구가 저에게 채팅으로 말을 걸어서 알려줘는데요. 교수가 불신하는 사람들이랑 제가 어울리는 게 싫어서 이번주말에 저를 자기 눈에 보이는 사무실에 앉혀 놓을 계략이더군요. 저는 이제 주말에 누구랑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지도 확인받아야 합니다. 교수가 불신하는 이 사람들이랑 인연을 튼것도 교수가 제 이야기를 막하고 다니니까 저를 측은하게 여긴 현지인 두명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걸은 것이거든요. "에스토니아 사람들 미워하지 마세요. 교수한테 들었어요." 라고 처음으로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주말에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해서, 교수 당신이 추천한 사람들 아닌가요? 라고 하니까 자기가 언제 추천했냐고 되묻더군요. 그냥 주변에 생각없이 제 사생활을 밝히고 다닌거지 그게 어떤 일을 일으킨건지 생각은 안한것 같습니다.


보스지만 월급은 정부에서 나오는 거라서 저는 일만 잘해주면 큰소리는 칠 수 있거든요. 한바탕 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아니면 조금더 도를 닦으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보스는 잘 피해다니면서 다음 직장 이력서 내는 일 게으르지 않게 하는 거에 집중할까도 생각중입니다. 지금 보스한테 추천서 받기는 부담되네요. 영어도 잘 못 쓸 뿐더러, 그 안에 뭘쓸지 겁납니다. -_-;



그런데,,,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보면 여기서 지금 보스한테 따지면 더 엄한 곳으로 유배를 당할 지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도 듭니다. 지금 여기가 그나마 등따시고 몸 편하게는 있을 수 있는 곳이니까 우리 보스 일은 (いぬ)무시하고 지금 행복한 거라고 자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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