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버지와 사진기.

2011.08.08 00:36

밥 말리 조회:1567 추천:4

 

 

요사이 들어 아버지께서 기운이 없어 보이십니다.

 

쉬는날은 티비만 보고 계시고

 

말투라던지 발걸음에 힘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조심히 여쭙니다.

 

뭐 하시고 싶으신 일 없으시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이제 자신의 삶을 좀 남기고 싶으시답니다.

 

아 그럼 어떤식으로 하면 좋으실것 같냐고 하니

 

글쎄..  아무래도 사진으로 남기는게 제일 쉽지 않을까 하십니다.

 

사진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찍어 남기시고 싶으신지 여쭈니 

 

주위 사람들의 표정을 남기고 싶다 하십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원한다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찌 했음 좋겠다.

 

누가 어찌 했음 좋겠다.

 

그런거 말고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말이죠.

 

당신이 이제껏 놓고 산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마움의 감정이 교차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저 나이에도 자신을 위한 꿈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당신을 위한 꿈을 제가 준비해드리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될수 있는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 손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사진기 검색하고 추천을 받아 기종을 정하고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돈은 신형 맥북에어가 나오면 구입하려고 떼어놓은 돈을 쓰기로 했습니다 ^^

 

 

뭐 당분간은 쓰고있는 노트북을 써야겠지만.  같은 금액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 이쪽이 훨씬 클거라 생각됩니다.

 

 

 

 

 

선물은 역시 깜짝 선물이 좋습니다.

 

 

빨리 퇴근을 해서 거실에 박스를 놓아 두었습니다.

 

어머니는 이게다 뭐냐면서 또 뭘 산거냐고 그러십니다. -_-;;;

 

이차저차 설명을 드리니 아버지게서 보면 좋아하시겠다고 한마디를 하더니 저녁을 준비하십니다.

 

 

드디어 아버지가 오시고 박스꾸러미를 보시더니

 

피곤하던 표정이 환해 지십니다.

 

그르쵸 선물은 이맛에 하는 겁니다.

 

시장하실텐데 식사도 안하시고 사진기를 만져 보십니다.

 

켜는 것부터 기본적인 사용법을 하나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기기라 어려우실 텐데 하나씩 따라오시더군요.

 

 

짧은 지식으로 대학시절 필카를 썼던 경험이 있어 제가 아는 한에서 알려드렸습니다.

 

iso ??  이건 좀 생소하더군요.^^;;

 

제가 알려드리면 좋지만 잘 몰라서 ^^;;  아무래도 어디에 가서 좀 배우셔야 할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사진기로 제일 먼저 찍으시던건 저녁을 준비하시던 어머니셨습니다.

 

이제 그 사진기에 제일 많이 찍히실 분이기도 하실겁니다. ^^

 

 

오늘부터 딱 10년후 개인전을 열어드리기로 약속을 드렸습니다.

 

아버지도 취미로만 하시기보단 전문성 있는 사진을 내놓겠노라고 다짐도 하시더군요.

 

 

여지까지 이런저런 감정을 무시하고 사셨을 당신에게 이 사진기가 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원하시는데로 어머니도 많이 찍어주시고 형님 내외분과 앞으로 나올 손자들도 많이 찍어주시고

 

저와 앞으로 생길 제 부인과 아이도 많이 찍어주시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

 

 

 

 

 

 

 

덧...

 

아버지게서 요새 제 일렉기타를 자꾸 만져보십니다.

 

기타 한대 쥐어드리고 같이 합주하는게 제 꿈입니다. ^^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KPUG 운영비 모금. 안내 드립니다. - updated 250601Su [26] KPUG 2025.06.01 277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31167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41400
29775 노트북 메모리가 박살났습니다. [5] matsal 06.05 74
29774 산신령님을 뵈었습니다. [6] 해색주 06.02 144
29773 최근에 만든 만든 신상..강아지 원피스.. [13] file 아람이아빠 05.27 298
29772 험난한 재취업기[부제 : 말하는대로 된다. ] [16] 산신령 05.21 381
29771 에고 오랜만에 근황이나.. [19] 윤발이 05.18 367
29770 알뜰폰 가입했습니다. - 이제 동영상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9] 해색주 05.16 351
29769 망할뻔 한 강아지 가방.. [10] file 아람이아빠 05.15 310
29768 소소한 지름들 [7] 해색주 05.04 397
29767 펌/ 무거운 침묵 by 추미애 [6] file 맑은하늘 05.04 330
29766 시민들이 모여있네요. 조국 장관 이후.오랜만에 서초역 왔네요 [8] 맑은하늘 05.03 313
29765 비가 오네요. [2] 해색주 05.01 303
29764 손수건 만들기.. [10] file 아람이아빠 04.28 339
29763 추천 가전제품 (비데랑 정수기) [4] file minkim 04.19 500
29762 오랜만에 등산화 신고 천마산역 가는길이네요 [9] 맑은하늘 04.13 808
29761 10년 넘어서 노트북 바꿨습니다. [16] file matsal 04.12 823
29760 전 이 시국에 미싱.. 갤럭시탭 케이스 리폼.. [4] file 아람이아빠 04.11 771
29759 이 시국에 팜 =) [7] 왕초보 04.11 770
29758 윤석렬 대통령 파면 [11] 해색주 04.04 775
29757 Palm M505/M515 [7] 라이카 04.04 465

오늘:
1,162
어제:
2,154
전체:
16,30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