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외국인과의 대화

2010.03.03 10:06

노랑잠수함 조회:962

아래, 밍키님의 [월세에 인터넷 포함, 불포함] 글을 읽다가...

몇 년 전 일이 생각나네요. ㅋ

 

기억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전에 제가 대리운전을 했었습니다.

어느날인가, 마포역인가... 어쨌든 전철역에서 오더를 확인하고 있는데 남자 하나가 오더니 말을 겁니다.

생긴 건 저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술이 너무 취해 혀가 꼬인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쳐다보니...

지갑을 꺼내어 보여주는데 겉면에 징키즈칸이 그려있더군요.

"아하... 몽고?"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전철 안내도를 손가락으로 짚습니다.

면목동 어디쯤이었는데, 문제는 전철이 끊겼다는 거죠.

 

정말 황당한 건...

이 사람은 몽고말 말고는 할 줄 아는 언어가 없습니다.

영어는 그냥 예스, 노 말고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핸드폰을 빌려주었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절 바꿔줍니다.

 

대강 들어보니 친구들을 만났는데 술 마시다가 일행을 잃었고, 지금 면목동으로 가야 하는  상황...

택시를 태워도 말이 안 통하니 문제가 될 것 같고...

 

결국 대리운전 비용 정도를 받기로 하고 제가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제 집이 가까우니 택시타고 이동해서 제 차로 면목동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단 둘이 차 안에 앉아서 있으니 열라 뻘쭘합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알아낸 사실들...

 

- 3개월 전에 한국에 돈 벌러왔다.

- 엊그제 아버지(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더군요.)가 돌아가셨다.

- 불법체류 상황이라 출국이 쉽지 않다.

- 속 상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무사히 데려다 주고, 약속한 돈 받고...

 

정말 신기했던 건...

저는 한국말만 했습니다.

그 사람은 몽고말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강 의사소통이 되는 겁니다.

차안에서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돈 들고 온 한국말을 제법 잘하는 동료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 말고는 다 맞더군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2025년 KPUG 호스팅 연장 완료 [9] KPUG 2025.08.06 21084
공지 [공지] 중간 업데이트/ 다시한번 참여에 감사 드립니다 [10] KPUG 2025.06.19 45908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58457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81625
29823 후임 이 입사를 했습니다. [6] update 인간 12.15 36
29822 부산 가족여행 외 [4] updatefile 인간 12.14 49
29821 제 옷과 강아지 옷.. [7] updatefile 아람이아빠 12.13 51
29820 AI... 대세라는데 저에겐 너무 어렵네요. [3] 엘레벨 12.13 45
29819 수능 성적 발표일 [4] 해색주 12.05 123
29818 Belkin WEMO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10] 왕초보 12.02 130
29817 10만원 이내 즐거울만한 기기 [12] 해색주 11.29 196
29816 투자들 하시나요? [6] 해색주 11.23 163
29815 셋째 수능이 끝났습니다. [6] 해색주 11.23 126
29814 수능은 우리에게. 대한민국에게 무엇일까요 ? [10] 맑은하늘 11.14 165
29813 커피 원두 바꾸었습니다. [15] 아람이아빠 11.09 185
29812 토요일 아침 5시에 눈이 떠지다니... [8] Electra 11.08 173
29811 대만이 온다.. 라는 유튜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4] 왕초보 11.05 171
29810 서울 본가 TV에 별이 일곱개 생겼다고 합니다 [21] 왕초보 10.28 300
29809 34인치 모니터 질렀습니다. [13] 해색주 10.20 284
29808 이번 추석은 버라이어티 했습니다 [8] file 바보준용군 10.11 529
29807 벌써 추석이네요 [5] file 해색주 10.07 250
29806 강아지 추석빔...2 [11] file 아람이아빠 10.02 270
29805 나랏말싸미 듕국에.... [6] 인간 09.28 307
29804 강아지 추석빔.. [12] file 아람이아빠 09.21 319

오늘:
2,194
어제:
11,130
전체:
18,544,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