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의 대화
2010.03.03 10:06
아래, 밍키님의 [월세에 인터넷 포함, 불포함] 글을 읽다가...
몇 년 전 일이 생각나네요. ㅋ
기억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전에 제가 대리운전을 했었습니다.
어느날인가, 마포역인가... 어쨌든 전철역에서 오더를 확인하고 있는데 남자 하나가 오더니 말을 겁니다.
생긴 건 저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술이 너무 취해 혀가 꼬인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쳐다보니...
지갑을 꺼내어 보여주는데 겉면에 징키즈칸이 그려있더군요.
"아하... 몽고?"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전철 안내도를 손가락으로 짚습니다.
면목동 어디쯤이었는데, 문제는 전철이 끊겼다는 거죠.
정말 황당한 건...
이 사람은 몽고말 말고는 할 줄 아는 언어가 없습니다.
영어는 그냥 예스, 노 말고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핸드폰을 빌려주었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절 바꿔줍니다.
대강 들어보니 친구들을 만났는데 술 마시다가 일행을 잃었고, 지금 면목동으로 가야 하는 상황...
택시를 태워도 말이 안 통하니 문제가 될 것 같고...
결국 대리운전 비용 정도를 받기로 하고 제가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제 집이 가까우니 택시타고 이동해서 제 차로 면목동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단 둘이 차 안에 앉아서 있으니 열라 뻘쭘합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알아낸 사실들...
- 3개월 전에 한국에 돈 벌러왔다.
- 엊그제 아버지(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더군요.)가 돌아가셨다.
- 불법체류 상황이라 출국이 쉽지 않다.
- 속 상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무사히 데려다 주고, 약속한 돈 받고...
정말 신기했던 건...
저는 한국말만 했습니다.
그 사람은 몽고말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강 의사소통이 되는 겁니다.
차안에서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돈 들고 온 한국말을 제법 잘하는 동료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 말고는 다 맞더군요.
코멘트 11
-
Cielito
03.03 10:12
-
Mito
03.03 10:22
신기하군요;; 대화가 어찌 통했을까요;;;
-
저도... 일본아이들과... 한 2주 있었는데..
저는 분명히...
일본어는...
-_-; 짧게 배워서.. 잘모릅니다;;; (글로만 배웠죠..ㅠㅠ)
하지만.... 의사소통이 되는 이유는 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심오한 이야기.. 신학이야기 등... 이런건..힘들더군요...
영어 일어 한문등 다 동원해서 하긴하는데.. 답답하더군요ㅠ)
p.s 일본영어 미워요ㅠ
-
오, 이런 경우도 있군요.
전에 tv에서 이민가정을 보는데 어린아들은 영어로 말하고 아버지는 한국어로 말하는데 소통이 되더군요. 알아듣는 건 되는데 말하기는 자기 편한 말로 해서 의사소통이 되는 걸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몽골사람과 한국사람이 통하는 건 신기하네요.
-
바디 랭귀지가 유용합니다.
-
빠빠이야
03.03 11:49
와이프 말에 의하면..
어설픈 영어보단 바디랭귀지가 확실하다고..
-
같은 어족이라서 어휘나 톤 만으로도 비슷한 어구가 꽤 있었을 겁니다.
몽고어, 한국어, 터키어 등등이 한국어랑 어순이 똑같죠
거기다 한국하고 같은 인종이니...
그거 빼더라도 궁하면 통하죠 뭐
-
맑은샛별
03.03 13:39
일본어 몰라도 여행지에서 저는 한국말 쓰고 상대는 일본말 사용해도 어느정도는 통하더라구요. ^^;;
대화가 산으로 갔다가 바다로 갔다가 했지만요. ^^;;
-
ilove
03.03 13:43
그게.. 참 신기하죠..?
저두 그런 경험이 있는데..
듣고있으면 이상하게 대충 내용이 이해가되고
서로 소통하고있다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어요..
참 신기해요
-
힘냅시다
03.03 15:33
제가 중국어를 거의 못할 때...
중국에서 제 바이어인 터어키 남자와 아제르바이잔 남자를 데리고 쇼핑을 다니며 가이드를 했었다는 전설!!!
걔들은 영어를 하나도 못하고...재미있는 건, 자기들끼리는 터키어와 아제르바이잔말이 거의 80% 비슷해서 통역 없이 얘기하더라구요. 거의 우리나라에서 사투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지금도 우리 셋이 어떻게 함께 다녔는지 의문입니다.
-
언어를 몰라도 얼굴표정, 손짓발짓, 서로 풍기는 느낌 등등으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나 감정은 전달이 되는거 같습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인터넷에 논쟁이 많은거 아닐까요? 글로만 서로 소통을 하다보니 같은 나라 언어로도
오해가 생기는게 아닐런지요.
음.. 브라질 출장가서 택시기사하고 몇단어 아는 스페인어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1시간반동안 즐겁게 이야기(?)하면 왔다는.
그나저나 그 아저씨, 돈은 많이 버셔서 돌아가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