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을 뒤흔드는 몹쓸 범죄 행위를 규탄하기 전에 살펴봐야 할 내용(부제: 분노는 하되 언론에게 놀아나지는 말자)
2012.09.04 18:25
미리 안내: 이 글에는 '강간'같은 공식적인 표현은 맞지만 여성분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깊은 양해를 당부드립니다.
뉴스만 틀면 무슨 강간살인에 미성년자 강간까지 갑자기 우리나라의 몹쓸 인간 쓰레기들이(이건 제 개인적인 속마음입니다. 저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은 저걸로도 표현이 모자랍니다.) 갑자기 세상 두려운줄 모르고 욕망에 불타오르기라도 한것처럼 보입니다. 언론은 이걸로 꼭지의 1/4은 가볍게 채우고, 정부도 별의 별 설레발을 다 칩니다.
강간 관련 범죄는 옹호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나오는 범죄 사례에 분노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통계입니다.
이 통계는 경찰청이 작성하고 통계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강간 관련 범죄에 대한 통계입니다. 2011년이나 2012년은 아직 데이터가 없지만, 세상이 확 뒤집혀서 난리 부르스를 칠 가능성은 낮기에 데이터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2007년 이래로 강간 범죄 발생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우리나라의 남자들의 많은 수는 늑대에 X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강간 범죄 전체의 수보다는 강간살인, 강간상해(치상), 미성년자 강간같은 매우 강력한 범죄의 통계입니다. 이 숫자는 유의할만한 변화가 5년동안 없습니다. 즉, 이 통계는 무작정 강간 사건이 늘었다기보다는 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 의식이 강해지고 피해 사례를 숨기며 혼자 피해를 삭히기보다는 제대로 신고를 하여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피해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만큼 우리 곁에는 숨겨진 강간 범죄가 많았다는 뜻이기에 성인들, 특히 성인 남성들은 저를 포함하여 도의적인 반성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모든 입에 담기 어려운 그 범죄 행위의 드러난 숫자가 아닌 그 이상의 행위, 쉽게 말해 위에 적은 강간살인이나 미성년자 강간 등 인간 이하의 행동의 절대 숫자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지날 때 마다 매우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를 한 명씩 만납니다. 그리고 한 주에 한 명 이상의 어린이가 늑대라고도 할 수 없는 X자식들의 손에 차마 말하기도 어려운 일을 당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한 주에 15명의 성인 여성이 악마의 손에 농락당하는 것도 모자라 부상까지 입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우며 저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작년에 우리는 미성년자가 매주 한 명 이상 그러한 일을 당했음에도 1년 52주 내내 그에 대한 분노의 물결로 가득 찼습니까? 1년 365일 최소한 두 꼭지 이상을 차지하는 뉴스의 성인 여성의 험한 꼴 뉴스를 접하고 살았습니까? 그랬던 기억은 대부분 없으실겁니다. 그렇습니다. 그 전에는 가끔씩 나오던 사건 사고면의 일부로 가볍게 다루던 뉴스에 불과했고, 살인 사건이라도 나야 반짝 언론이 관심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렇게 '國 K-1'에서 늘 하는 회의 하나보다 못하게 이러한 사건을 다뤘던 언론, 그리고 큰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정부와 경찰이 무슨 대한민국의 여성이나 어린이들을 지켜주겠답시고 갑자기 성투사가 된 것일까요? 이게 우리가 사건에 대해 분노를 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인간 이하의 존재들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살인 사건이나 살인은 아니더라도 엽기적인 사건(집안에 침입해 아이를 납치하거나 종교시설에서 치상 차원을 넘는 부상을 입히는 등)이 나서 기사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언론 경영진의 입맛에 맞춰 이 기회를 이용하길 원합니다. 자신들과 결탁한 권력이 국민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이용하여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자신들이 잘 모르는 것, 남들도 잘 모르지만 왠지 나빠 보이는 것을 희생양으로 몰아갑니다. 아동포르노를 비롯한 성인 관련 컨텐츠 전체를 이번에는 희생양으로 삼았는데, 아동포르노는 소지 자체로도 구속 대상인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일 정도의 문제이기에 굳이 변호할 거리가 못되지만, 그것을 핑계로 늘 하고자 했던 P2P 금지나 웹하드 폐쇄, 인터넷 검열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와 정치권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성범죄자를 불심검문으로 무슨수로 잡아내겠다고 이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설레발을 치질 않나, 남들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막는 아동포르노에 법만 정해놓고 별반 관심도 없다 이제와서 그걸 악이라고(원래 악입니다만) 난리를 칩니다. 이 기회를 노려 국민을 얽어매고 반대파에게 주홍글씨를 찍어대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자 열심히 회의와 발표를 합니다. 그렇게나 정부가 난리를 치고 정의의 투사인양 행동할거면 피해 아동의 치료비라도 전액 대줄 것이지 내주는건 치료비의 새발도 안되는 겨우 500만원입니다. 어차피 이들이 바라는건 가카의 도곡동이나 내곡동 땅문제나 여당 대통령 후보의 사상 문제에 대한 논란을 국민의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분노의 에너지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활용하는 것 뿐입니다.
정말로 언론이나 정부가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길 원했다면 성추행한 국회의원을 냉혹하게 감방에 집어 넣고 간통하는 목사를 암흑에 묻어버리고 신도의 속옷을 벗어 신앙심을 확인하겠다는 뻔뻔한 목사의 신도가 다 떨어져 나가도록 두들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이들의 행동을 묵인하고 묻어버리려 했습니다. 힘이 있다면 여성의 권리나 성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농락해도 된다고 언론과 국가가 묵인하는데 잠재 성범죄자들이 그것을 보고 무엇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성범죄라는 것은 성욕 등 욕망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힘을 약자에게 휘둘러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치졸한 행위입니다. 세상이 '힘이 있다면 뭔일이든 벌여도 좋다'고 인정하고 강자(사회 지도층)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무는 한 그들에게는 'GO~' 사인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개만도 못한 존재 때문에 인생이 암울해진 것은 어른들의 책임, 남자들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은 아이 하나를 직접 몸으로 못막아주고 성범죄자의 거시기를 안잘라내서가 아닙니다. 부자 동네의 치안에 돈을 쓰고 서민 동네에는 머리 수에 비해 돈을 덜 쓰는 평등주의에 빠진 정부를 용서한 죄, 지도층의 여러 성적인 악행을 보고도 별 반응 없이 넘어가 숨은 범죄자들에게 '저 넘들도 힘으로 여성들을 눌렀으니 나도 나보다 힘없는 사람을 누르면 될거야'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죄입니다. 우리는 여성과 어린이 앞에 죄인이지만 그 죄를 참회하는 길은 행위 하나에 화를 내고 '사형 ㅇㅋ, 거세 ㅇㅋ'따위에 환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삶 그 자체에 '힘있다고 약자를 누르면 인생 망친다'는걸 보여주는 세상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그것이 성범죄를 줄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코멘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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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19:38
남성의 책임, 남성이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니고 사회의 책임, 사회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리날다
09.04 19:47
이젠 도덕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성을 담론화시켜 성개방 풍조가 만연하던 때에 이미 오늘 같은 상황은 예견되었다고 봅니다.
과거처럼 개인에게 자제력을 발휘시킬 정신적인 장치가 모두 해제된 상황이죠...;;;
남은 것은 물리적인 재제 뿐인데... 이 방법은 적용하기까지가 매우 느리고 부작용과 반발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범죄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도덕으로 개인을 구속?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 스스로 자제심을 발휘하는 것이죠. 돈도 않들고 부작용도 없습니다. 최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죠..;;
점차 도덕이 해체되가는 경향인데 앞으로 또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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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9.04 20:28
뭐, 제대로 잘 보셨네요. ㅋㅋ
단지 막을 방법이 없는 개인이라는게 문제임.
열심히 돈 벌어서 내 몸 지키고, 내 가정 지켜야 한다는 것만 인지하는 상태입니다.
결론은 미국처럼 총을 가져야 합니다.
내 한 몸은 경찰도 사회도 국가도 안 지켜 줍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죠.
그러기 위한 총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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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기 위해 총을 소지하는건 좋지만 총이 꼭 지키는데 사용되리라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오히려 범죄에 이용될게 불을 보듯 뻔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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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05 03:13
김강욱님이 총을 예로 드신 것은 공권력이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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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총보다 퀴세스를 도입하는게 어떨까 싶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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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없다가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항상 있던 사건, 사고를 이렇게 잊을만
하면 언론에서 크게 다뤄 주죠. 항상 대책이라고 내 놓는 것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재탕인데 달라진 것은 없고..
성범죄자의 집행유예가 거의 절반에 가깝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전자발찌 형을 받고도 인권유린이라고 법원에 재판 신청한 범죄자가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연 인권이라는 말을 내 뱉을 자격이라도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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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05 03:16
성범죄자 특히 미성년자 성범죄자는 죄질의 경중을 떠나서 절대 치유가 안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초범으로도 평생 사회와 격리해야 추가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재범률이 매우 높습니다) 평생 사회와 격리가 너무 비용이 크다면, 범행의 원인/수단이 될 만한 것을 국가의 비용으로 제거해 드려야 합니다. 성범죄는 DNA테스트를 통해 증명이 되는 만큼 억울한 피해자는 다른 범죄보다는 훨씬 잘 배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재범 피해 어린이 치료비 보다는 훨씬 싸게 먹힐 겁니다. 그것이 돈으로 계산이 되는 피해가 아닙니다만.
일단 그 수술을 한 다음에, 지은 죄의 경중에 따라 (예: 피해자가 에로배우냐 뭐 이런) 징역을 살려야겠죠.
전자 발찌는 인권유린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기때문에 아무 상관이 없고 동물보호법에 호소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엔 전자 발찌 보다는 그들의 체중의 150%짜리 물리 발찌가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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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경선 덮을려고 하는게 뻔한데...
애초에 감방문제하고
죄형 법정주의에 따른
형법개정이 없으면 대통령이 나와서 저 x랄 하는건 그냥 쑈 일 뿐이죠
이게 이미 제가 군대생활하던 10년도 전에
경찰 간부들에게 들어왔던 얘기들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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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사랑
09.04 23:33
그러지않아도 요즘드는 생각이 집권층과 언론이 국민을 사상교육하고 정신까지 통제하려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찌들 같아요....
Iris님 똑똑하시고 글도 잘쓰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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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맘에 드는 글을 보는군요.
뉴스 몇몇에 휘둘리는 군상들 보기가 참 불쾌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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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05 03:21
"분노는 하되"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저런 천인공노할 범인들을 용서하자거나, 이건 사회의 잘못이니 덮어주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넘들도 천인공노할 넘들이지만, 더 나쁜 넘들이 저런 넘들이 활보하도록 만든 사회지도층 나아가서는 그들을 뽑아준 우리들 자신이라는 얘기입니다.
요즘 귀신이 다이어트 너무 많이 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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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놈이 너무 많아서 귀신도 골라먹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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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05 05:31
천번 만번 지당하신 글입니다. 예전에 대만의 장개석 총통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가족부터 일벌백계,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우선 징벌하자 범죄 발생율이 현저하게 낮아졌지요. 가진자들의 교만과 가증스러움이 힘 없는 국민,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프고 화가 납니다. -
피버란
09.05 09:13
제 주변에 교사하시는 분 중 한 분이 한 번은 "애들 가르치기 힘들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드세서 가르치기 힘든 건가 했는데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저 윗분들이 전혀 모범을 안 보이는데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겉보기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지만 실제 인성 등의 영역에서는 진짜 "공인"인 사람들과 기업가들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권력자(예. 국회의원), 가진자(예, 부자)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형이 가볍고...
도둑 같이 위의 사람들이 겪는 범지에 대해서는 형이 무겁다. 라고 하더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사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