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꼬진 대학들과 유수한 유럽대학 비교
2013.04.06 20:33
대학에도 서열이란것은 존재하고 저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 라고 치부하며 지금까지 애써 이걸 무시해왔었습니다. 그러나 대학도 사람이 일하는 일터이기 때문에 문화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일하다 보면 서열에 따라 불합리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외국의 기준으로 일명 낮은 서열 (꼬진) 대학의 특징을 이번에 경험하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번에 5시간, 4시간 짜리 공개 워크숍을 두 대학에서 진행했습니다. 나름 다음 수업 때 사용할 자료 정리 겸 학생들 반응도 보고 싶었고요. 고급 통계라서 교직원들도 관심이 많을 꺼라고 생각했죠. 같은 내용을 꼬진대학, 덜꼬진대학에서 동시에 진행했거든요. 이제 두 꼬진 대학과 과거에 경험했던 유수한 다른 유럽대학을 비교해 봅시다.
꼬진대학: 처음 인터넷 접수에 20명이 모였습니다. 3일 동안 이루어지는 워크숍이고 5시간 분량입니다. 그런데 첫날 12명이 왔습니다. 그 중에 3명은 도중에 일어나서 영어가 안 된다며 나가더라고요. 8년동안 외국에서 영어로 지도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부교수 한 명은 영어는 괜찮았는데 (초등6학년 수준) 수학이 어렵다면서 나가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이런 교직원은 처음입니다. 나머지 8명은 제 동료인 주최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금요일은 캠퍼스에 수업이 없어서 집에서 쉬는 날이다. 정말 배우고 싶지만 못가겠다. 나중에 발표자료를 메일로 줄수 있느냐 라고 물었고. 제 동료는 제 의견도 묻지 않고 파워포인트를 잘 정리해서 나누어 줄꺼라고 답했다네요. -_-; 이 대학에서 두번째 날은 4명이 왔습니다. 다음주에 마지막 하루가 남았는데요. 1명이 와도 진행은 할 생각입니다.
덜꼬진대학: 30명이 등록해서 첫날 20명이 왔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죠. 같은 내용을 2일동안 4시간으로 압축해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날 7명이 오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제 유인물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내서 꼭 참석할 필요가 없으니 나중에 끝나면 파워포인트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그쪽 대학 주최자에게 연락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통계학과 교수는 그 동안 잘 듣다가 제 워크숍 도중에 바쁘다고 나가면서 유인물 보내줄 수 있냐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묻더라고요. 저는 머뭇거리다가 그러겠다고 했는데요.
유수한 유럽대학: 2년 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럽의 박사과정 학생들, 그네들 교수들 25명 불러서 비슷한 내용으로 4시간짜리 이틀 워크샵 진행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모두 눈에 빛을 내면서 고맙게 경청해줬습니다. 학회 두번째 날은 모두 숙취가 있었을 텐데도, 아침 9시에 진행했는데 소문을 듣고 5명이 더 와서 30명이 와줬습니다. 모두 잠에 취해, 술에 취해, 그 와중에 웃으면서 토론하고 참 분위기 좋았습니다.
결론은, 일터라는 입장에서 대학 서열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터키는 유럽이라고 쳐주고 싶지 않네요. 지금 각 대학의 두 주최자에게 어떻게 하면 마음 상하지 않게 유인물을 안 줄수 있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코멘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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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04.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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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대학서열, 대학문화 이런걸 무시 못하겠어요. 제가 만약 메일로 발표자료 안 보내주면 "나쁜놈" 이란 소리까지 들을 기세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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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4.06 21:21
기본적인 의도만 전달 할 수 있는 수준의 1/5 정도의 요약판으로 주시면 되지요.
보통 배포자료와 발표자료를 좀 다르게 하지 않나요? -
슬라이드 따로 학습지 따로 이렇게 만들어요. 그런데 슬라이드까지 달라고 해서요. 잘 돌려말해서 가능하면 안 줄 생각입니다. 다음에 다른 강사들처럼 참가비 50$짜리 유료 워크숍을 열어 달라고 해야겠어요. -_-;; 아니 이 국가 초청이 아닌 이상 나라에서 더 일할 이유가 곧 사라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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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4.06 21:25
내용 다 빼고 보내면서 "이 외의 상세사항은 구체적인 설명과 그에 따른 이해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관점에 따라 자료를 해석하는 시각이 달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자료 상에 표현 된 것 만으로도 명확한 부분만을 추려 자료로 배포합니다" 라고.......정중한 형태로 니한테는 못준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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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어쩐지 경험에서 나온 말씀인듯 느껴져요. ㅎㅎ 정말로 학습지는 현장에서 돌렸으니 발표자료는 주지 말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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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4.06 22:00
ㅋㅋㅋㅋㅋ... 네~~ -
토토사랑
04.06 23:32
고생이 많으십니다. 파리님 부디 성공하셔서 유럽의 유명한 교수님 되시길 바래요^^
유럽 여행가서 빵이라도 얻어먹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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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꼭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로 정했습니다. 지금 터키로 오셔도 빵정도는 드릴 수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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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사랑
04.06 23:46
그것도 좋은 마음의 자세이십니다. 성공에 집착하면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게 되죠... ㅎ
제가 그랬으니까요. 얼마되지도 않는 체중에서 4키로나 빠지고.... 머리털도 빠지고...
지금도 아쉽지만 않되는건 않되는거니까... 되는것만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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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힙니다. 머리털 말씀하시니까 저도 유심히 잘 살피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요.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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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4.08 10:18
ㅋㅋㅋ 너무 와 닿는 글귀입니다.
'지금 각 대학의 두 주최자에게 어떻게 하면 마음 상하지 않게 유인물을 안 줄수 있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냉소님 말씀처럼 아주 기본적인 내용으로 축약해서 PDF로 보내 주심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뭐
아직 연구 진행 중인 자료로 기본 Data를 공유하기 어렵다... 뭐 이런식?
회사에서 컨설턴트 분들 하는거 보면 사유가 아주 간단하죠.
'보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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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 모든 등록자에게 메일 보내서 보고 싶으면 제 출간된 논문을 읽으라고 알려줬습니다. 겸사겸사 제 논문을 인용해주면 좋갔죠. ㅎㅎ 부디 이번주에는 4명 이상 와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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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08 14:38
대학 서열이라기 보다는 사람 서열인듯 합니다. 원래 수준 떨어지는 사람들이 자기 수준 떨어지는 줄 모르고 저런 행동들을 하지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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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감사합니다. 사람들 질이 떨어지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이게 대학 서열과 정확하게 정비례 해요. 통계에서 말하면 r = 0.90 정도 될까요? ㅋㅋ
날로 먹을려고 하는 사람들이 몇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