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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도 서열이란것은 존재하고 저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 라고 치부하며 지금까지 애써 이걸 무시해왔었습니다. 그러나 대학도 사람이 일하는 일터이기 때문에 문화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일하다 보면 서열에 따라 불합리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외국의 기준으로 일명 낮은 서열 (꼬진) 대학의 특징을 이번에 경험하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번에 5시간, 4시간 짜리 공개 워크숍을 두 대학에서 진행했습니다. 나름 다음 수업 때 사용할 자료 정리 겸 학생들 반응도 보고 싶었고요. 고급 통계라서 교직원들도 관심이 많을 꺼라고 생각했죠. 같은 내용을 꼬진대학, 덜꼬진대학에서 동시에 진행했거든요. 이제 두 꼬진 대학과 과거에 경험했던 유수한 다른 유럽대학을 비교해 봅시다.


꼬진대학: 처음 인터넷 접수에 20명이 모였습니다. 3일 동안 이루어지는 워크숍이고 5시간 분량입니다. 그런데 첫날 12명이 왔습니다. 그 중에 3명은 도중에 일어나서 영어가 안 된다며 나가더라고요. 8년동안 외국에서 영어로 지도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부교수 한 명은 영어는 괜찮았는데 (초등6학년 수준) 수학이 어렵다면서 나가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이런 교직원은 처음입니다. 나머지 8명은 제 동료인 주최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금요일은 캠퍼스에 수업이 없어서 집에서 쉬는 날이다. 정말 배우고 싶지만 못가겠다. 나중에 발표자료를 메일로 줄수 있느냐 라고 물었고. 제 동료는 제 의견도 묻지 않고 파워포인트를 잘 정리해서 나누어 줄꺼라고 답했다네요. -_-; 이 대학에서 두번째 날은 4명이 왔습니다. 다음주에 마지막 하루가 남았는데요. 1명이 와도 진행은 할 생각입니다.


덜꼬진대학: 30명이 등록해서 첫날 20명이 왔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죠. 같은 내용을 2일동안 4시간으로 압축해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날 7명이 오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제 유인물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내서 꼭 참석할 필요가 없으니 나중에 끝나면 파워포인트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그쪽 대학 주최자에게 연락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통계학과 교수는 그 동안 잘 듣다가 제 워크숍 도중에 바쁘다고 나가면서 유인물 보내줄 수 있냐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묻더라고요. 저는 머뭇거리다가 그러겠다고 했는데요.


유수한 유럽대학: 2년 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럽의 박사과정 학생들, 그네들 교수들 25명 불러서 비슷한 내용으로 4시간짜리 이틀 워크샵 진행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모두 눈에 빛을 내면서 고맙게 경청해줬습니다. 학회 두번째 날은 모두 숙취가 있었을 텐데도, 아침 9시에 진행했는데 소문을 듣고 5명이 더 와서 30명이 와줬습니다. 모두 잠에 취해, 술에 취해, 그 와중에 웃으면서 토론하고 참 분위기 좋았습니다.


결론은, 일터라는 입장에서 대학 서열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터키는 유럽이라고 쳐주고 싶지 않네요. 지금 각 대학의 두 주최자에게 어떻게 하면 마음 상하지 않게 유인물을 안 줄수 있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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