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보다, '왜?'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봐요.
2013.08.09 14:47
KPUG에는 외국에서 사시는 분들도 많고 외국 문화에 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외국인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의 교육이나 내용의 질은 다른 나라보다 낫다고 봅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것을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암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지도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감합니다. 실제 배운 것을 업무에서 쓰기 위해서는 일단 그 개념과 수식을 완벽히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암기가 매우 매우 중요하더군요.
저는 수학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방통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수학 시험 보는게 악몽이었습니다. 네 저는 수학을 못해서 대학도 성적을 맞춰서 갔거든요. 수학은 암기였고 아무런 의미 없이 공부하는 게 너무 싫더군요. 솔직히 계산은 잘했는데 삼각함수 이런거 나오면 바로 전멸 그런거에요. 수능 보면 수리영역 40점 만점에 20~30점을 왔다 갔다 하던 저질 '문과'생이었구요. 경영학부 수업에서도 통계쪽은 정말 C, C++ 찍을 정도였거든요.
군대 가서 각종 보고서를 만들면서 '왜?' 라는 고민을 해보고 생각하면서 프로그래밍, 통계, 수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지금도 잘 못하기는 하는데, 업무 때문에 가끔씩 수학책을 펼쳐 보고는 합니다. 요즘은 구글에서 대충만 쳐도 공식과 배경과 설명이 좌르르륵 나오니 더욱 좋더군요. 대학원 다니면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게 짜증도 났지만, 나중에는 다 까먹는 것도 있고 발표나 주제연구를 위해서 공부한 것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외우고 이해하고 나서야 응용도 가능하구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면 좀 더 근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당장 눈 앞의 문제를 풀어내고 답을 내는데 몰두했던 저는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했고 꿈에서도 싫을 정도였지요.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조금씩 지치지 않을만큼 펼쳐 보면 수학이라는 게 참 재미있더군요.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나친 암기 강요로 아예 흥미를 잃게 만드는게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업무와 군대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도 수학이나 통계와 담쌓고 지내고 있었을 테니까요.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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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eer
08.09 20:55
크리티컬 씽킹이 참 중요하지요. 한국은 당장 대학 입시고 뭐고 해서 양과 정해진 답을 중시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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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8.09 21:41
왜"도" 중요하죠.
"왜" 가 발생하려면, 아는 게 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분노"라는 모멘텀이 작용하여 "어떻게"라는 액션이 등장합니다. 비지니스 처럼.
"왜" 가 죽을만큼 강렬하던지, "아는 것" 이라도 많던지, 어디선가 스타트를 끊어야, 이게 순환이 되기 시작합니다.
아는 게 없으면 노예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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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8.09 23:05
'왜?'도 중요하지만 그냥 외워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풀어가는 창의적인 사고는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을 응용하는 방법만 깨치면 더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모든 생각과 결정 사항을 이렇게 하려면 머리가 피곤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생은 작은 것 까지 이렇게 하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모든 사람이 반포를 향하면서 '사평로의 차량 제한 속도는 왜 60km/h인가?'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 이상 밟으면 사고나서 골로 가기 쉬우니까'라고 단순화하여 이해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머리에는 더 좋습니다.
물론 사평로의 제한 속도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일에 열의가 있는 사람, 그것을 해야만 하는 사람에게 맡겨도 됩니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을 공무원, 경찰, 시민단체 관계자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대신 꼭 자신이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존재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사는 데 있어 많은 사항은 이처럼 누군가가 깊게 생각하여 만든 결론을 받아들여도, 즉, 외우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이렇게 남이 만든 것에 따르는 것은 정말 노예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해야만 하고 하고 싶은 것까지 이렇게 암기를 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인생을 제대로 살고자 한다면 자기 머리는 늘 의문을 갖고 새로운 것을 접할 준비는 해야 합니다. 암기는 그렇게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아끼는 용도로만 삼으면 됩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만 하는 분야는 정치와 역사입니다. 이 두 가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룰 그 자체의 근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까지 남에게 맡겨버리고 그냥 남이 내준 결론을 받아들이면 그게 셀프 노예입니다. 늘 정치적으로 어떤 결과를 갖건 깨어 있어야 하고, 최소한 자신이 태어난 직전과 그 이후 역사는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것이 자신의 삶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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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님의 댓글에 추천드립니다.
감동할 정도로 공감가는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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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10 08:46
암기를 눈감고 외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배우는 것의 많은 부분이 많은 사실들의 연관성을 배우는 겁니다. 많은 사실들의 연관성을 배우려면.. 일단 그 많은 사실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걸 암기를 통해 알고 있건 대화를 통해 알고 있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 이해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해하는 방법만 알고 있고 알게 된 사실을 까먹는다면, 그 이해하는 과정을 매번 거쳐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이런 사실들을 연결하는 학습은 불가능하게됩니다.
즉 기억이란 것이 교육의 큰 부분이라는 겁니다. 교육의 목표가 기억이 되면 안타까운 현실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의 제일 큰 문제는 사실은 이 암기에 있지 않습니다. 교사의 질이 제일 큰 문제라고 봅니다. 거기에서 많은 문제가 파생되어 나오지만. 지식의 수준도 문제지만 교육기술이나 인간성등으로 들어가면 답이 전혀 안나오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정말 감사드리는 우리 선생님들이 고통받고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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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ItBetter
08.12 20:52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시간에 입시성적을 올려야히기때문에 암기식으로 공부시키는걸 좋아합니다 -
해색주
08.13 01:00
네 그렇습니다. 단시간에 입시정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암기가 장땡이고 닥치고 외우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20%법칙 그리고 2% 법칙에서 벗어납니다. 20%의 법칙은 상위 20%에 도달할 때까지는 닥치고 외우면 되겠지만, 그 이후에서는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그 이후에는 상당히 정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20%는 이미 그러한 암기 수준을 벗어나서 응용을 준비해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네, 여기서 상당수 학생들이 나가 떨어닙니다. 그리고 흥미를 잃게 되지요, 저처럼 수학을 아주 못하고 다른 과목으로 승부를 봐야 수능에서 성공하는 반쪽짜리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2%에서는 무언가 자신이 목표를 갖거나 아니면 강제로라도 목표가 정해져 있어야만 합니다. 요즘에 의대를 가는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고 그 목표를 가늠하던 중에 하나가 의대라고 합니다. 그냥 막연히 공부만 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는 이 2%를 뛰어 넘을 수 있습니다. 운이 좋게 뛰어 넘는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그저 주저 앉아서 그 다음으로 가보지도 못하고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대학 들어가고 나서, 이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그냥 막연히 사회 탓하고 기득권자(우리들)를 탓하게 됩니다.
아니면 일베 같은데 모여서 사회적 약자들인 여자들, 외국인 노동자들, 좌파 정치인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나 하면서 살겠지요. 그건 그들의 인생이겠지만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광야에서 나타나는 초인을 기대한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나치가 생겨도 충분한 토양이라고 봅니다. 노르웨이 정당 청소년 캠프에서 아무 죄없는 학생들에 총기를 난사했던 우익 테러범이 이상향으로 삼던 나라가 한국이고, 북한의 강력한 반외국인 정서, 극도로 폐쇄적인 조선제일 정신들을 보면 나찌가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세상에 민주주의가 가장 무섭게 미쳐 돌아갈때 나타나는 것이 '광야에서 나타나는 초인'이며 모든 권리를 한 사람에게 집중될 때 생기는 것이 광표한 독재자입니다. 그러한 민주주의의 기본과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개별 시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민주주의의 퇴화와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없다면, 민주주의는 한낱 중의정치이자 독재정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