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남쪽으로 이사갑니다.
2017.03.03 23:06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한 곳에서 1년을 넘게 못있네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여친과 함께 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제도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사실상 가족처럼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누리던 자유는 이제 어느정도 포기해야 겠네요. 여자친구는 뭐든지 함께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입니다. 밥도 같이, 영화도 같이, 여행도 같이. 반면 저는 뭐든 혼자 하는게 좋습니다.. - _- ;; 밥도 혼자 먹을 때가 가장 맛있고, 여행도 혼자 떠나는 게 가장 재밌습니다. 같이 있으면 거기에 맞는 행복이 있지만, 혼자 있을 때만 느끼는 전율과 설레임을 포기해야 한다는게 아쉽습니다.
혼자 있는 걸 좋아 한다고 해서 뭐 대단한걸 하는 건 아닙니다. 만화책을 보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하고 그러는 거죠.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인생이 얼마나 산산조각 나 버렸을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일본 갔을 때도, 빈손으로 배낭 몇개 들고 갔었죠. 호주에 유학왔을 때도 첫학기 학비 외에는 빈손으로 와서 (심지어 첫학기 기숙사비를 3년 뒤에 냄;; 물론 쫒겨났습니다.) 현재는 그럭저럭 정착해서 무탈하게 살고 있는건 결국, 힘들 때마다 혼자였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종의 파워 세이빙 모드인 걸까요? 정말 힘들 때는 자신 외에는 믿을 수 없더군요. 끼리끼리 모인다고, 힘든 사람 주변에는 힘든 사람들 만 모여 있기에 도움보다도 의 상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냉정한 말이지만 그게 사실이죠.
흠.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솔직히 조금 걱정입니다. 해야 할일,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말이죠. 언젠가 뒤돌아 보면 아차 하는 사이에 모든 게 흘러가 버리는게 삶이겠죠. 부디 양쪽 어느 쪽에도 상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최선을 다해 봐야겠네요.
아, 그리고 올해 목표는 노동시간 단축입니다. 최소 주 4일 근무, 혹은 주 3일 근무까지 보고 있습니다. 수입은 줄겠지만 뭐, 그러든지 말던지....
물론 남는 시간은 개인 사업에 투자하거나 전부터 밀어 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려고 합니다.
상당히 소박한데,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조폭 영화 출연하기
-만화 공모전 출품하기
-23세 때의 몸으로 돌아가기
-수영배우기
-LA와 뉴욕 여행 다녀오기
-현재 진행중인 사업 적자 내지 말고 1년만 버텨보기
-그외 다수입니다.
존경하는 KPUG 회원 여러분들도 목표를 하나 하나 이루시는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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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랑
03.0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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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3.04 07:23
-뉴욕 가면 그냥 걸어다니면서 길거리에서 핫도그 먹고 햄버거 먹고, 흑인이랑 하이파이브 몇번 하다 와야죠 ㅋ. 전 길거리 걸어다니면서 멋대로 공상 하는게 가장 즐겁습니다ㅎㅎ. 호주는 비행기 타고 여행처럼 즐기기 보다는, 로드 트립이나 캠핑이 최곤 거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퀸즐랜드 쪽으로 한 15일 잡고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물론 운전해서.
-기숙사비나 학비 밀리고 하는건 추억이었던 것 같네요. 문제는 좀 쪽팔려서;;;; 학교측에서 비자 캔슬된다고 협박 메일 보낼 때는 항상 가슴이 조마조마했었죠. 그러나 그것도 처음 2년이나 그렇고, 그 다음 부터는 익숙해져서 배째라 모드로 가게 되더군요.겁이 많고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덕분에 이젠 삶에 두려울게 별로 없습니다 후후후후...
-이사는 록데일 쪽으로 갑니다 ㅎㅎ. 본다이는 땅값은 비싼데, 왜사는지 모를 동내더군요. 교통 체증도 심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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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랑
03.07 03:06
록데일.. 멀리 안 가시는 군요. 공항 소음이 좀 있을텐데. 잘 적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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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3.04 03:35
여행에 처, 애들 둘, 개 두 마리 데리고 다니다 보면 최강산님 말씀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LA 오실 것 같으면 번개 한 번 할까요? -
사드사랑
03.04 04:48
엘파소 -- 엘에이 800마일..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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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3.04 10:18
비행기타면 1시간 반 밖에 안 걸려요. 제가 차 렌트해서 같이 다니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
최강산왕
03.04 07:26
왁자지껄 하겠네요ㅎㅎ. 아시는 분 중에 아이 4명 대리고 운전하고 다니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분이 교회 오실 때마다 차 안이 전쟁이라고 하시네요 ㅎㅎ. 가게 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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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3.04 06:11
좋은 일들 많으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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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3.04 07:27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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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중
03.04 15:18
정말 최강이시네요 ㅎㅎ 참 많은 삶의 방식이 있는데 동경은 하면서도 막상 그 길을 본받아 움직이는 건 힘든 거 같아요. 그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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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목표입니다. 제가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좀 더 무모해 지겠습니다. 너무 계산적이고 소심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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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랑
03.08 01:26
저도 딱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있습니다만, 20대랑 지금이랑 내가 달라진게 뭔가 를 생각해보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만 달라진듯 합니다. 체력도 20대보다 나은것 같고.. 여러가지 재주들도 그동안 많이 익혔고 말이죠. 그런데도 무모해 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
아자아자. LA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뉴욕은 각종 뮤지칼에 관심이 있지 않으시다면 다른 곳을 여행하시기를 강추합니다. 미쿡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쿡의 어트랙션이란게 사람이 만든 것은 한계가 보이더라구요. 여행 많이 하셨으니 잘 알고 선택하셨으리라 믿습니다만. 또 저 두곳은 갔다왔다 점을 찍는 의미도 있기는 합니다. 호주 국내는 대략 다녀보셨나요 ?
제가 미국 왔을때 이백불 들고 왔고.. 호주 갔을때는 조금 더 심해서 저는 첫달치 기숙사비를 내는데 사연이 좀 있었죠. 미리 내고 들어와야 한다는데.. 가져온 돈은 없고. 그렇지만 그런게 고생이었다는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굴곡없이 살아온게 아닌가 하네요.
혼자 다니는 여행은 저도 매우 좋아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여행에 파트너를 동반하는 것은 파티에 도시락 싸가지고 가는 거랑 같다고. 모든게 망가지더라도 최소한 무엇인가 얻을 수는 있지만 여행의 대부분을 포기하는 거라고. 혼자 다니면 언어 장벽이란게 보이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한테라도 말을 붙여야 하니까.
그렇지만 어떤 여행지는 가보면.. 여기는 가족이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 지평을 여시기 바랍니다.
시드니 남쪽이면 울론공 쪽으로 가시나요 ? 설마 본다이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