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인터넷은행 진출한다고 하네요.
2025.01.18 15:13
금융회사에서 데이터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해색주입니다.
처음 카카오뱅크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많은 은행원들은 좀 있으면 망할 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업의 본질은 예금을 받아서(받을 수, 믿을 신)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 대출(줄 여, 믿을 신)해서 그 차익에서 제 비용과 신용손실(대출 고객이 돈을 앞갚는 경우 발생)과 기타 손실을 뺀 것이 수익이 됩니다. 물론 펀드/ELF/신탁/보험과 같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도 있구요, 수/출입 및 외환업무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은행의 경우 정말 다양한 수수료 장사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각종 부수업무로 수수료 수익을 많이 올리면 서민들 등골 빼먹는다고 욕먹고 줄어들면 예대마진만 노리는 싸구려라고 욕을 먹습니다.
우연히 지원했던 은행에 합격해서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은행에서 근무했고, 3년만에 외국계은행에 인수되서 데이터분석 업무만 하면서 거의 19년을 다녔습니다. 본사에서 사업 철수를 전격 결정해서 매각도 안되고 결국 희망퇴직 신청해서 나와서 다른 은행 계약직으로 채용되었습니다. 다른 분야로 이직도 노력해봤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나이가 너무 많더라구요. 지금 돌아보니 그때에는 5년동안 관리직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이 모자랐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아참, 지금 일하는 곳은 국내 시중은행입니다. 3년 정도 다녔는데 대기업이란 곳은 이렇구나 생각이 들고, 투자도 많이 하고 미래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는 그런 곳입니다. 사람들은 은행이 따분한 곳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이폰이 들어오고 금융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제가 대학생때 앞으로 모든 은행은 인터넷으로 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데, 그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회사에서는 인원도 줄여야 했고 수익성 문제로 인해서 모바일앱에 모든 것을 걸고 바꾸었는데, 이런 와중에 급하게 사업철수 하면서 모든게 바뀌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네이버는 오랫동안 준비했고 관련해서 데이터나 자료들도 많고 무엇보다 모바일 플랫폼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개발하고 대응하는게 가능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시중은행들도 앱에 많은 기능을 넣고는 있지만 자체 개발인력이 만드는게 아니라 외주 SI 인력들이 개발하는 것이고, 3년 정도 주기로 빅뱅 방식으로 모든게 새로 바뀌기 때문에 대응이 원활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상당수의 은행원 인력들을 개발자와 플랫폼 전문 인력으로 바꾸고 기존 영업점 사고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4개나 되는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을꺼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시중은행이 4개, 농협까지 합치면 5개라고 하는데 토스나 카카오뱅크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기능들이 앱에 탑재되어 있고 금융지주사의 슈퍼앱도 생기겠죠. 고객을 응대하는 최접점이 영업점이 아니라 모바일플랫폼이고 이러한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발 및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거나 검색을 해보면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해서, 기존 은행에서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고객들과 자금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데 은행은 '업의 본질'에 대해서 아직도 이야기를 합니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적응이 안되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작은 회사만 다녀봐서 대기업의 무한한 힘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제 나이가 차서 그만두면 지금처럼 코딩하고 분석하는 일을 못할수도 있겠지 싶습니다. 얼마전 같이 일하는 경력직 차장님과 퇴직후를 대비해서 대형차 면허증이나 용접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시더군요. 저는 아직 이 일이 좋은데 말이죠.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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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소닉
01.20 12:41
대구은행 (아이엠뱅크)은 시중은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 맞습니다.
https://www.fsc.go.kr/po010101/82294?srchCtgry=&curPage=1&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규모가 작지만요. 지금 대주주는 OK저축은행으로 일본계 자금이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의 대주주이죠.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어서 네이버가 4번째 1금융권 인터넷 은행이 되려고 하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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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뉴스 통해서 정부 인가 받았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시중은행의 조건 중 하나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구은행이 전국적인 지점망이 있는지.. 인터넷뱅킹 시대에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지점 개설한다고 해도 그 지역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규모적인 면에서도 카카오뱅크에 밀려서 명색만 시중은행이라는 소리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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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1.21 05:10
대구에 있는 기업들은 예외없이 외지 기업들에게 먹히거나 망해가고 있지 않나요 ? 그런데도 관습헌법으로 서울은 영구히 한국의 수도다 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지지하는 것보면 안타깝다기 보다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도 대구, 아니 실은 훨씬 더 시골 -_-;;)
대구 토종 기업이 남은게 뭐가 있는지 참 안타깝네요. 옛날에 살던 상동 수성못 인근도 이제는 아예 아파트 숲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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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수성못.. 그 때 그 모습이 더 정감 가는데..
지금은 대구의 핫플이 되었습니다.
그때도 데이트 하러 많이 갔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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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01.20 10:48
혹시 한미에 계시다 씨티로 이직하셨는지요? 저는 지금까지 투자금융회사쪽이신 줄 알았습니다. ㅎㅎ -
해색주
01.23 22:26
한미은행 공채 -> 씨티합병 -> 시티은행 사업철수 -> 구조조정/희망퇴직 -> 우리은행 입니다. ㅎㅎ -
PointP
01.24 06:45
아하 현재 우리쪽에 계셨군요. 이야기를 듣고 어림직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
왕초보
01.21 05:13
해색주님은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드셔서 그럴 수도 있지만 (!), 언제나 자기 계발과 혁신에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어쩌면 몇년 안에 지금 우리가 가진 "직업"이라는 것의 대부분이 AI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렇다고 개인이 AI에 뛰어들어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이고요. 그렇게 되면 "복지사회" 담론이 제대로 무르익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타깝기만 하고. 그래서 "배관공"이 AI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직업이다 라는 얘기가 나오긴 합니다. data center도 배관 유지는 필수이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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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1.23 22:27
네, 맞습니다. 챗지피티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어서 사람만이 하는 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
네이버..결국은 쇼핑도 진출하고..금융업도 진출하고..
소비자에게 득이 될려나 모르겠네요.
덩치가 커져서 독과점 위치에 오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예전 대구은행도 이제는 시중은행이라고 주장 하는가 봅니다.
카카오뱅크에도 밀리는 은행이.. 대구 살지만 대구은행은 이용하지 않습니다.
옛날 부터 서민들 예금 받아 수도권 대기업 대출 비중이 더 많았던 곳이라..
지역 경제에 큰 도움도 못 되는 지방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