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냐? 절도가 아니냐?
2011.02.23 18:42
볼펜 좀 살겸 문구점에 갔습니다.
고르고 있는데, 시끌시끌 해서 봤더니만 초등학생 한명이 도둑질을 하다가 잡혔습니다.
볼펜하고 스테이플러 등 몇가지를 가방속에 넣었더군요.
에고 고녀석 어린노무 시키가 에휴.. 하면서 가려는데 애가 안 훔쳤다고 하면서 지 엄마한테 전화하더군요.
그리고 전화는 문구점 직원에게 넘어가고요. 바로 끊던데요 애엄마가 오겠다고 했나봅니다.
전 뭔가 좀 궁금증이 발동하여서 일단 볼펜 몇자루 더 고르면서 대기 탔습니다.
근방에 사는지 5분도 안되서 애엄마가 들이닥쳤습니다.
그리고 시작됐는데 음 논리가 이럽니다.
'가방 속에 넣었더라도 문구점 밖으로 안가지고 나갔으니 절도라고 볼 수 없다'
'애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계산할 때 다 꺼내서 계산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지레짐작해서 절도로 잡은 것이다.
그러니 절도미수라고 볼 수도 없다'
'애가 큰 충격을 받았으니 사과해라.'
'애한테 절도를 하고자하는 의사가 있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 문구점 고소하겠다'
응? 이거 말 되네요? 문구점에서도 당황하더군요.
보통은 문구점에서 가방속에 물건을 집어넣으면 '절도'라고 생각해서 애엄마가 와서 사과할는 것을 기대했는데
애엄마의 논리정연함은 발군이더군요.
그때 가만히 보고 계시던 문구점 사장님께서 나서서 사과하고 이쪽에서 오해했다고 하고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여튼 좀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호랑이 한테 물려만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거나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게
완전 허구는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하더군요. 보통은 가방에 넣으면 절도라고 생각하는데 애엄마가 나서서 역으로 사과를 받아냈으니
애한테 진짜 절도의사가 있었다면 애는 앞으로 과연 어떻게 클까요?-->
코멘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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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가방안에 넣었다면 절도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아이가 자신에게 절도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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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2.23 18:54
1.왠만하면 현장에서 뭘 하지말고, 동영상 찍어서 경찰서에 보내자. 경찰이 해결하게 해야 그나마 모든 게 원만하다.
2.부모가 애기 데리고 집에 가서 안 조지면, 큰 일 낼 놈 될 거라는 건 자명하다.
3.문구점 주인은 그냥 빨리 잊는 게 속 편하다.
정리하면 이 정도네요. 학원관련업 하다보니, 별 괴상한 케이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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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이
02.23 19:06
부모가 정말 대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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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정확하게는 물건과 돈을 동시에 건네야 거래가 성사 되는걸로 압니다.
저런경우라면 오히려 학생이 가방에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넣은 의도를 절도로 의심하는게 법적으로도 맞지 싶은데요...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걸 증명하는것도 학생이 해야될테고...
다만 사장님이 현명하셨다고 보네요
고작 그 작은 물품가지고 난리를 쳐서 시끄럽게 하느니
사과하고 조용히 끝내는게 가계 이미지도 훨씬 좋지않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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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은 초딩입니다 어른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세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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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 직업이 법조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봤습니다. (법조인들을 욕하는게 아니고... 유능한(?) 변호사 같네요)
저래 자식농사지어서 어쩌려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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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02.23 23:09
역시 어딜가나 말을 잘해야 먹고 사는군요.
초등학생 조만간 큰일을 할 사람으로 보입니다.
뭐 그정도는 해줘야 '나라밖에 모르는 바보'가 있는 당에 들어 갈 수 있을겁니다..
초등학생 어머니도 실로 대단한걸 오늘 아이에게 가르쳐 줬으리라 봅니다.
레퍼런스는 이래서 중요한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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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오면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뭐하는지 죽어라고 눈치주며 지켜보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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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이겼지만 이긴 게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못한 선례를 보여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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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커서 소가 됩니다...논리는 맞을지 모르지만 ...아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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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2.25 13:02
소도둑이 바늘도둑이 되는 것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은 선악개념이 없습니다. 큰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매를 든게, 친구 물건을 건드렸을 때입니다. 부모로서 선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잡아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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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걱정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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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면 성질 못참고 저런 애엄마 고생시키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경찰부르고 난리났을텐데,
이건 문구점 사장님의 승리라고 보입니다.
슬픈 시대로군요.
솔직히.. 양심의 문제 아닐까요?
학생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것저것 여러가지 사야하는데 손으로 잡는 양은 정해져있고 그 문구점 안에 바구니라던지 담을곳이 없다면..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ㅡㅡ;;
좀 애매한 상황인거 같아요. 진실은 그 학생만 알고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