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참 예전엔 왜 그랬는지 몰라요.
2011.05.03 19:28
초등학교때인데 부모님이 PC에는 희안하게 아끼지 않으신 덕분에 AppleIIe , SPC-1000 , X2 , 대우코로나(?기억이 가물가물)가
집에었었습니다. 공부하라고 사주셨던거로 기억합니다만, 이걸로 공부한 기억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당시 선경에서 나왔던 교육용소프트웨어 돌려본 기억은 정도랄까요.
주로 했던 것은, 게임과 코딩이었던거로 기억합니다.
당시만해도 MSX쪽은 일본에서 들여온 게임개발에 관해서 번역 책자들이 나와서
그대로 타이핑 치고 Run을 눌러서 해볼 수 있는 단순게임들에 관한 책들이 많이 판매되었던거로 기억하거든요.
컴퓨터학습에도 소스코드들이 간간히 올라오곤 했지요. 주로 BASIC이었는데, 가끔씩 어셈이나 파스칼이 올라와서
이런 언어도 있구나 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튼 그래서 집의 PC배분이 AppleIIe는 게임용 ㅡ.ㅡ; SPC-1000은 테이프로 가지고 있던 로드런너 전용.
X2는 MSX쪽 게임용 + 코딩용.
대우코로나는 그냥 게임용. ㅡ.ㅡ;;
이런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크게 터치 안하셨으니 참 지금생각하니 희안하네요.
이러던 차에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알라딘인가? 하는 PC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바바리안을 하더군요. 바바리안~하고 목소리 나올 때 어우썸~ 하고 놀랐습니다.
어줍짢게 접했던 바바리안 때문에 첨으로 세운상가에 가봤습니다.
친구가 세운상가에 벼라별것이 다 있다고 해서요.
친구와 둘이 같이 갔는데 그 음침한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데다가,
무슨 테이프가 있다고 2층 구름다리에서 잡는 아저씨들 역시 여전히 잊지 못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리 액면이 아저씨 삘이더라도 초등학생인데, 애들한테 이런 것을 권하다니 너무 하단 생각도 드네요)
여튼 그래서 들른 세운상가에서 복사가게를 찾아 금액은 생각이 안나는데 적지 않은 돈을 주고서
5.25인치 디스크에 로보캅을 구매해서 돌아왔습니다.
무슨 던전 탐험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참 뿌듯했는데요.
그 후에도 역시 몇차례 더 가서, 울티마V 메뉴얼(영문메뉴얼인데 복사해서 팔았죠. ABCD도 모르던 시절인데 이걸 덜컥샀습니다 ㅡ.ㅡ
메뉴얼 가격이 8000원으로 기억합니다) 을 거금 주고 사서 나오다가 루머로만 듣던 세운상가에 산다는 깡패들한테 걸려서
"야야야야야야야~야~ 이리와봐~ 너 맞을래?" "십원에 한대씩 이다~" ㅡ.ㅡ;
결국 몇대 맞은건 물론이거니와 게임은 물론이고 메뉴얼에 잔돈까지 싹 다 털린 기억이 나네요.
당시 친구는 새로산 조다쉬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이것도 털렸었죠.
결국 친구랑 둘이서 차비가 없어서 세운상가에서 집까지 4시간 넘게 걸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ㅡ.ㅡ;;
그리고는 그 후로는 중학교때 어머니가 슈퍼패미콤을 사준다고 하시기 전에는 세운상가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중랑구에 복사집이 하나 생겼는데 제법 알찼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자 사장님이 하시던 곳이었죠.
그래서 그쪽으로 가서 미래전쟁도 복사해서 해보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보니까 게임을 어릴 적에 복사게임이 아니라 정품으로 산 것은 동서게임채널이 나오고나서부터 인거 같습니다.
윌리버미쉬의 모험을 사서 해보고선 헉~ 이거 애니메이션이 죽이네~ 하고 놀라고
원숭이섬의 비밀을 사서 해보고선 헉~ 이런 초명작 스토리라니~ 하고 놀라고
삼국지사서 해보고선 너 때문에 내가 미처라는 소리도 부모님께 들어보고 말이죠.
코멘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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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5.03 20:01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건전한 테이프를 판매하셨죠. 시대를 앞서간 변신물을 판매하셨으니까요.
예를 들어 채털리부인이 마징가Z로 변신하는 '사이즈를 무시한 변신'을 시전하였으며, 애마부인이 캔디로 젊어지는 '역변신'을 시도하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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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제가 태어나서 막 걸을때 이야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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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쩌다가 사와서 보니 동물의 왕국을 재미나게 보던 기억이 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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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
05.03 22:25
제가 세운상가에서 만났던 깡패는 주머니에 있던 130 원을 뺐더니 집이 어디냐고 물어본 뒤 버스 타고 집에 가라고 회수권을 한 장 쥐어주더군요. 중고생용 회수권이 90 원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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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경
05.03 23:23
그때 죄송했어요....
(나 때에는 회수권이 10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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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이 새록새록... ^^;;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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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사셨네요 요즘은 그런재미는 없지요 창고에 spc-1500이 박풀로 잠자고 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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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훠~ 덕후 인정... -_-
제 계산과 통밥이 얼추 맞다면 비슷한 시기에 세운상가를 들락거리다가 얼굴 한 번쯤 마주치지 않았을까 싶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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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는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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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이야
05.04 09:25
전 세운상가 하면 54레코드 밖엔 기억이 나질 않는데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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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4 09:49
세운상가는 전공때문에 들락거린 사람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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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kyll
05.04 10:26
너 때문에 미쳐.. 저는 와우 때문에 많이 들었죠.
물론 더 어릴 때도 게임 참 많이 했어요..
초등학교 때 컴퓨터 잡지.. 꽤 유명한 거였는데 이름이 민 뭐던가.. 아무튼 GW-Basic으로 누군가 만든 "마크로스" 게임 코드와 스샷을 보고는.. 정말 몇날 며칠을 쳤는데 결국 실행에는 실패.. 화면에 마크로스 로고 글씨 띄우는 것까지만 성공한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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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5.04 15:39
오래전 이야기네요. ^^
저도 세운상가에 다녀온 기억이 있긴 해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요. 군대 전역하고나서야 컴에 관심을 가졌었거든요.
그 아저씨들은 마징가Z 나 로보트 태권브이 같은 건전한 테이프를 판매하는 분들이셨기에 너무한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