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 MSG를 어떻게 볼 것인가?
2010.02.19 13:47
요즘 MSG때문에 참 말이 많지요?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찾아 본 내용을 정리한 지극히 주관적인 글임을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
동양권 요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식품첨가물 중에 대표적인 것이 MSG죠. MSG는 Mono Sodium Glutamate의 약자로 흔히 감칠맛 혹은 일명 우마미를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 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 엄밀히 따지면 맛의 범주가 아닙니다) 외에 제 5의 맛을 야기하는 성분입니다.
이 맛의 기원은 1900년대 초 일본의 동경제국대학 화학과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맛을 연구하다가 1908년 맛의 성분을 발견해 이 맛을 우마미로 명명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지노모토라는 회사를 차려 같은 이름으로 명명된 조미료를 판매함으로써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었습니다. 이른바 화학조미료 시대를 연 것이죠. 사실 화학조미료는 아닌데 말이죠.
MSG라는 이름에서 보시다시피 이는 아미노산의 일종입니다. 아미노산은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의 기본성분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글루탐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 세포의 신진대사와 신경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미노산은 자체내의 산-염기 반응에 의해 pH가 중성을 띠는 일정한 등전점을 가지는데 특이하게도 글루탐산은 아스파라긴산과 같이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를 하나 더 가지고 있어 pH 3.2정도의 등전점을 가집니다. MSG는 이렇게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를 나트륨 양이온으로 중화를 시켜 놓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몸에 필요한 성분으로 인식되는 MSG가 왜 요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요? MSG에 얽힌 괴담들이 참 많은데 그 중 하나는 MSG가 석유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1960년대 당시 요구물량을 확보하기 아주 잠시 석유의 주요성분인 아크릴로니트릴이라는 물질로부터 화학적 합성방법으로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는 하나 지금은 전량 천연 사탕수수의 미생물 발효공법으로 제조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괴담으로, 그러나 가장 핵심에 서 있는 것은 1968년 의학 학술지에 실린 중국계 미국의사인 호만 콕의 “편지, letter”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MSG 섭취 후 일시적으로 나타난 개인적인 과민반응을 기술하면서 이것이 MSG의 한 성분인 나트륨에 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했을 뿐이었습니다만 이것이 일파만파가 되어 현재 MSG가 천식을 일으킨다든지 편두통을 야기한다든지 심하게는 암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로까지 인식이 되어 버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들이 일반화가 되는 동안 실제로 MSG가 이러한 질병들을 야기한다는 과학적인 증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약학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혹시 MSG의 이성질체가 이런 증상을 수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체계적인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겠지요.
2000년 마이애미 대학의 나루파 샤우드하리 교수와 스티븐 로퍼 교수는 사람의 혀에서 우마미 즉 감칠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발견해냄으로써 우마미가 제 5의 맛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에 발견되어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까지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여기에는 서양이 동양을 보는 왜곡된 시각도 한 몫 했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정확한 과학적 증거에 의해 올바른 결론이 내려졌다는 부분에 대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MSG는 인공조미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 속에 들어 있던 천연 조미료였던 것입니다. 우리 몸이 오랜 시간 진화를 해오면서 우리의 유전자 속에 저장해놓은 천연성분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던 것이지요. 다시마 같은 해조류, 땅콩, 잣과 같은 견과류, 버섯, 우유 등에도 들어 있는 천연성분 말이지요. 최근 라면회사에서 MSG 무첨가 제품들을 발매하고 있지요? 제가 그 회사에 들어가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MSG가 천연식품 첨가형태로 들어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MSG를 대체할만한 조미료를 발견하지 못했으니까요.
무엇이든지 그 효용성을 남용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남용, 오용을 한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요?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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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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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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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ebell
02.19 14:02
멋지군요...
결론적으로 요즘의 천연 MSG 조미료는 적당량 섭취시엔 문제가 없다, 그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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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2.19 14:03
읽기 전, 먼저 감사드립니다.... L사 라면이 최근 발단이지요 !
라면 먹지 말아야 하나 ? ...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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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02.19 14:0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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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지 않는 인공설탕 아스파담논란과 비슷할듯 합니다. 뭐 아스파담이야 부작용이 논란도 있고 해서 다른 인공설탕을 다이어트 음료에 집어 넣기는 합니다.
참 재미있는건 그 인공적으로 맛을 내는 물건들이 정말로 인체에 해롭지 않냐라고 묻는다면 전 글쎄요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인공설탕의 경우 당수용체인 근육에 인슐린 대사를 망가뜨려 더이상 인슐린이 근육에 반응 못하도록 한다는 보고가 있을정도로 Psudo-signal(거짓반응)이 몸 호르몬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기는 합니다. 다만 이것에 대한 인공설탕생산업체의 반박은 그건 실험동물내에서만 그런것이지 실제 인간엔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합니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 약리실험중에 동물엔 아무리 효과가 좋았더라도 인간에겐 전혀 효과가 없는 약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서 그 논쟁은 3-40년후에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한 그러려니 할것 같습니다. 뭐 1940년대 만든 약도 최근에 들어서 부작용이 나타나 더이상 인간에 쓰지 못하는 예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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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람
02.19 14:09
질문 드립니다.
MSG가 L-글루타민산 나트륨 아닌가요?
L-글루타민산 나트륨은 중독성이 강하고 중독증세가 신체 무기력증, 사고의 둔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몸소 체험을 했구요.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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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pirin
02.19 14:18
아.. 자려다가 새사람님의 댓글을 보고 글을 남깁니다. MSG가 L-글루타민산 나트륨 맞습니다. 영어명의 한글명명법입니다. 아마도 몸소 체험하셨다면 MSG에 특이적 반응을 하시는 체질이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치 땅콩버터가 일부 어떤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MSG가 중독성이 있다는 말씀은 아마도 우리 혀가 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맛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일것이라고 생각되고 신체 무기력증이나 사고력 둔화와 같은 현상은 아직 과학적인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http://www.donga.com/fbin/news_plus?d=news91&f=np091cc040.html
질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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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게시판으로 이동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런글은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페이지수명(?)을 늘려야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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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냅시다
02.19 14:22
MSG는 문성근씨의 약자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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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2.19 14:35
MSG가 뭐냐는 건 사는 지역 관심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성근이 될 수도 있고
마늘 생강 감자가 될 수도 있고
문어 상어 가오리 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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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tery
02.19 15:29
포항에서는 문어 상어 가오리가 제일 가깝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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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02.19 14:43
뉴욕의 한 개원의가 저술한 "Why do men have nipples"라는 재밌는 책이 있는데요, 이 책에서 많은 건강에 관련한 속설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어공부 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이 책 중에서도 MSG에 대한 언급이 있답니다.
In 1958 the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designated MSG as a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GRAS) substance, along with many other common food ingredients, such as salt, vinegar, and baking powder, but consumers continue to have questions regarding MSG's safety and efficacy. However, there is general agreement in the scientific community, based on numerous biochemical, toxicological, and medical studies over the last twenty years, that MSG is safe for the general population.
MSG에 대해서는 뭐라 판단하기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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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02.19 15:11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네요.
책 제목에 대한 해답이 뭘까요? ^^:;
(만문으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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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내용들은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글을 올렸었는데 채소나 과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노화가 일어나 상해버리게 되죠.
일반적으로 이러한 숙성-노화 과정에 작용하는 식물호르몬이 바로 " 에틸렌 " 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에틸렌이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상처나 충격, 병원균의 공격을 받을때나 나연적인 숙성(노화)과정에서 이 에틸렌의 발생이 촉진되고
연쇄적으로 발생된 에틸렌이 다시 노화를 촉진하죠.
식물에서는 에틸렌에 굉장이 민감하고 급격한 에틸렌 발생이 이루어지는 CLimacteric type 과 Non-Climacteric type 으로 구분이 되는데
Climacteric type 과실에서의 에틸렌 발생과 작용 억제가 유통-저장에서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아무튼 사과나 배, 토마토 등의 저장에서는 에틸렌의 발생과 작용억제가 중요한데 이를 연구해 보니
낮은 온도등올 호흡을 억제하여 대사활동을 늦추면 에틸렌의 발생과 작용이 지연되는 걸 밝혀 냈고
화학적으로 에틸렌을 제거하는 방법 및
에틸렌의 수용체에 끼어들어 에틸렌의 작용을 억제하는 적극적인 방법까지 이용되고 있습니다.
저장기간 연장을 위한 이용외에도 역으로 숙도를 맞추는 방법도 이용이 됩니다.
쉽게 얘기해서
초록색 토마토나 귤 등에 에틸렌 처리를 하면 색깔이 균일하게 숙도가 맞춰 지지요.
또 무른 완숙토마토가 아닌 초록색의 녹숙상태에서 유통을 하면 유통중 손상이 줄겠죠.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는 가끔 이슈가 되기도 하는 문제에요...
적극적인 방법으로 상품성을 높이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에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지요.
인체에는 무해한데 왠지 꺼림찍하다.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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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이야
02.19 14:47
MSG자체의 toxicity는 극히 낮을것이라는것이 현재의 결론입니다.
제 자신도 다른 어느 식품 첨가물보다 MSG가 덜 toxic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MSG의 독성을 이야기 할때 흔히 간과하는것이 Chirality입니다.
아시다시피 MSG (글루탐산)은 우리몸 단백질을 이루는 20가지 아미노산의 하나이지요.
그런데 자연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아미노산은 L폼입니다. 우리 몸의 효소들은 대부분 chirality를 인식합니다.
따라서 D form의 MSG가 들어오면 정상적인 Lform의 MSG에 비하여 대사속도가 현저히 저하됩니다.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게 MSG많이 먹으면 졸리다는거지요.
글루탐산이 뇌에서는 relax시키는 신호물질인데.. 이게 자연산 L폼이면 쉽게 분해되어 곧 졸음에서 깰 수 있겠지만.
D폼이면 그 졸음이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기술이 좋아지고 발효방법으로 MSG를 만들기때문에 D폼의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만..
80년대 중반 제가 직접 연구했던 결과만 봐도 일본산과 조미료에서는 1% 미만 우리나라 조미료에서는 5% 미만,
그리고 중국산 조미료에서는 40% 이상의 D폼이 검출 되었었습니다.
졸음의 정도는 중국산 조미료 먹은 그룹이 가장 셌었습니다. (결과를 논문으로 내진 않았습니다만..)
자연에서 만들어진 조미료에도 당연 MSG는 있을겁니다. 문제는 chirality겠지요.
예전에 광우병 이야기 돌때 말씀 드린적 있지만, 국민 보건과 관련해서는 일단 걱정거리 있는건 피하고 보는게 원칙입니다.
평상시 유제품에 유화제 꺼리낌없이 넣었던 회사에서 진행한 일이라..
제가 보기엔 더더욱 신뢰감이 없습니다.
추천:4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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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02.19 15:12
댓글들도 주옥같은 글이 많네요. ㅎㅎ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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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디
02.19 15:46
중국집에서 자장면할때 국자로 MSG 퍼담는거 보고 식겁했었는데..
댓글들이 어려운 내용이 많아 100% 이해는 못했지만 일단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니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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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바
02.19 16:5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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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리새우
02.19 17:00
하지만 아토피가 있는 저의 경우 MSG가 들어간 음식은 몸에서 강하게 반응이 일어 납니다... ㅜㅜ
그것이 MSG차제의 해악인지 아니면 인공조미료속의 MSG외 다른 성분에서 기인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연의 재료로 조리하여 먹는 음식에는 몸이 정상이나
(위 글에서처럼 그때도 천연 식잴 속에 포함된 MSG를 저는 섭취 했겠죠)
인공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에서는 반응이 많이 일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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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2.19 17:09
추천 드렸어요~~
스크랩 기능이 정말 유용하게 사용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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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2.19 18:2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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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02.19 19:00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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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ch
02.19 20:30
스크랩 기능을 처음 사용해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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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5brj
04.06 17:38
늦었지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케이퍽에 끊임 없이 들어오는것은 이런 주옥같은 글을 보기 위함이지요
게다가 스크랩기능도 있으니!!
추천+스크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