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사고를 보고 제 경험담을 써봅니다.
2024.08.23 19:58
부천 호텔 화재 관련하여 옆.집.에 게시된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케퍽에 제 경험담을 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좀 더 상세하게 작성해볼랍니다.
일단 돌아가신 분들께 조의를 표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젊음이 철철 넘치던 막 군대 갔다와 복학해서 학교 다닐 때입니다. 잠실 주공1단지 꼭대기 5층에 살았었죠.
부모님께서 와서 보시더니 뭐 이런 째끄맣고(방2개) 오래된 아파트가 몇 천만원이냐며 그냥 전세로 살어~~ 했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전세가격은 저렴했거등요... 근데 약 10년 정도 뒤에 누가 그리될 줄 알았나요 T^T 그 때 샀었으면 팔자가 폈겠죠. ^^ (물론 부모님이)
여튼... 어느 날 밤 쿨쿨 자고 있는데 누나가 '하뷔야~ 어디 타는 냄새안나나?' 라면서 깨우는 겁니다.
비몽사몽 짜증을 내면서 '아~ 먼데~~' 하면서 베란다 쪽을 보니 매우 밝은데 뭔가 불빛이 일렁일렁하더군요.
베란다 쪽 창문을 여니깐... 글쎄 바로 아랫 집에서 난 불이 우리집 베란다로 막 치솟는겁니다. 옛날 일인데도 그 장면은 제 뇌리에 박혀있어요. 사진 찍은거 처럼.
'빨리 피하자~~~!' 라면서 둘다 놀라 옷을 챙겨입고 누나가 현관문을 열고 먼저 튀쳐나갑니다. 저는 나갈려다가... '아 통장~~ 지갑~~' 이러면서 방으로 돌아갔죠. 전기합선으로 발화한거라 새벽2시 캄캄하죠. 베란다 화재 불빛에 의존하여 서랍 안에 챙길것을 챙기고 돌아서는데....
열려진 현관문에서 거대한 시커먼 연기가 꾸역꾸역 밀려오고 있더군요. 마치 영화 'Abyss'의 액체 생명체처럼... 딱 현관문 직사각형 연기 기둥이 밀려들어오고 있었어요.
제가 베란다로 통하는 큰 창 열었죠. 현관문 열렸죠. ==> 연기가 빠져나갈 굴뚝이 완성된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베란다는 창문으로 막히지 않는 걍 테라스? 발코니? 형식이었음)
뭐 여튼... 텨텨텨 할라고 현관으로 돌진!!! 그 와중에 맨발로 나가면 ㅉ팔릴거라는 생각에 신발을 더듬거리면서 숨을 들이쉬는데 턱! 목구멍에서 막히는 겁니다. 그 때 진짜 '아~~ 불나면 이렇게 죽는거구나...' 50000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화재 이틀 전에 제가 영화 '타워링'을 봤습죠. 네 압니다. 연식나옵니다. 거 보고 또 보고 그거요. 그 영화... 화재 재난 영화의 시조새.. 머 암모나이트 같은거요. 아아~ 물론 TV에서 해주는거였어요. 설마 제가 70년 대에 나온 영화를 극장가서 봤겠냐구요.
거기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입을 막는 장면이 빡~! 생각나면서 현관 바로 옆 화장실에 수건을 물에 적셔서 입을 틀어막았죠.
물에 젖은 수건을 입에대고 들이마시니 호흡이 가능해지더군요.
검은 연기+정전 상태의 계단... 계단난간을 더듬거리면서 한 층 내려가서 불 난 집 문 앞에 당도하니 왠걸??? 검은 연기는 모두 다 위로 올라가서 수건이 필요없더군요. 내려가는데 소방관이 올라오면서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괜찮다고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서 위를 올려다보니 헐~ 저희 집 옆집은 베란다에 나와서 옆 아래집 불끄는거 구경 중.... -_-;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내 발을 보니 신발은 짝짝이... (그 와중에 맨발은 아니었네~~~ ㅋ)
출동이 신속해서인지 화재 진압은 1시간이 안걸렸던걸로 기억하고... 집에 들어가도 된다고 하길래 물이 철철 흐르는 계단을 올라가서 집에 들어갔죠. 들어갔더니...... 문을 그렇게 열어놓고 간 관계로 우리 집이 굴뚝 역할을 해서 집안 곳곳이 온통 검댕이 가루가... -_-+
전기가 나가서 뭐 해 뜰때까지 할게 없어 대충 눈 좀 붙이다가 아침에 정리를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해도 제가 미친 놈인게 그 날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수업듣는다고 정리는 누나한테 떠 맡기고 학교를 갔...
끝~
3줄 요약
- 옛날 살던 아파트 아랫집 불남.
- 검은 연기 마셔봤는데 그거 진짜 질식됨. 들이쉬면 클남.
- 그럴 경우 젖은 수건 입에 대고 숨쉬면 숨 쉬어짐.
진짜 끗~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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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08.23 21:42
삼가 고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해색주
08.24 13:50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 사고가 나면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추던데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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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1
08.24 17:02
연기 들이마시기 전까지는 까짓꺼 한 층만 내려가면되는데 뭘~ 별일 있을라구? 였죠.
죽는다... 라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인지하자마자 식은땀이 흐르면서 허둥대기 시작했죠... 아마 수건 안 썼으면 계단에서 굴렀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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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8.24 20:37
인생 참 덧(?) 철자가 맞는짛모르겠네요 !
참 덧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매 순간/ 오늘 하루/ 행복해야할 이유인것 같습니다.
사회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에어 매트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
맑은하늘
08.24 20:39
전기차 화재도 그렇고
간호사 실습(?) 학생의 화장실 샤워기 구조 이야기
카자흐스탄 의료 관광객 이야기..../
행운이 있을수도 있네요 -
PointP
08.26 09:09
직접 이런 케이스를 말씀해 주시니 정말 무섭네요. 화재와 연기에 대해서 대처하는 방법을 집에서 가족들과 연습해 봐야 할거 같습니다. -
맑은하늘
08.27 07:40
예비 부부의 . 결혼 앨범 촬영이
부부의 영정 사진이 되었다 하네요. ㅜ.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 뉴스보니. 고시원에도 있는 간이식 스프링쿨러라도 소급으로 호텔업에 강제해야 할것으로 보이네요. -
왕초보
08.29 10:42
제 경우는 화재는 아니었는데.. jump house 라고 애들 들어가서 껑충껑충 뛰는.. 바람 불어넣어 세워둔 집을 회사 파티에서 하나 렌트해서 한쪽 구석에 세워두고 애들이 잔뜩 들어가서 놀고 있었는데.. 이 집의 뒤가 터져서 바람이 좍 새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뛰어들어가서 애들을 하나하나 다 구했는데, 마지막에 제가 나와야 하는데 집이 완전히 무너졌.. -_-;;
그 찰나의 순간에는 이렇게 죽나 했는데.. 집은 완전히 무너졌는데 그 속에 콕 낀 저는 몸은 못 움직여도 숨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더군요. 죽나 하고 생각했던게 부끄러웠지요. 낑낑 거리다가 다른 어른들이 여럿 와서 꺼내주어서 나왔지요.